천명선 교수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학실
■ 사례
최근 푸들 믹스견인 반려견 똘이의 신부전을 치료 중인 A씨는 수의사 B원장으로부터 똘이의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마지막을 준비해야 한다는 진료 상담을 받았다. 10년간 똘이를 자식처럼 키우며 많은 추억을 쌓아왔던 A씨 부부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똘이가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러던 중 평소 똘이를 위해 의료 정보를 열심히 검색하던 A씨가 한 유튜버가 한 민간 회사의 서비스를 통해 최근 사망한 반려견을 복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죽은 반려견이 다시 살아온 것 같아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는 이 유튜버는 한 민간기업의 복제 서비스가 고가(약 8천만원)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다며 강력하게 추천했다.
A씨 부부는 수의사 B원장을 찾아와 이 민간 회사에 복제 서비스를 맡기는 것이 어떤지 물어왔다. 이들이 B원장에게 똘이의 생체 조직을 떼어내서 그 회사에 보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1)
B원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1996년 에든버러의 로슬린 연구소에서 체세포 복제 포유동물인 돌리(Dolly)가 탄생했다. 체세포 복제 과정은 특허받은 기술로 동물의 번식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지금까지 생산성이 높은 농장 동물이나 우수한 사역 동물의 형질을 그대로 가진 동물을 복제하거나, 멸종위기종을 복제하는 등 학술연구나 산업적 목적을 가진 동물 번식에 활용되어 그 윤리적, 과학적 정당성을 확보해왔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수단화할 수 있다는 점과 인간 복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위험으로 인해 생명윤리 분야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다.
2005년 국제연합은 사람에 있어 모든 복제를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2) 또한, 유럽 의회(European Parliament)는 2015년 성공률이 낮고 동물복지에 위해가 된다는 이유를 들어 소, 양, 돼지 등 농장동물의 복제를 금지했다.3)
학술연구용이 아닌 반려동물의 복제는 현재까지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규제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소수의 민간기업이 반려견 복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대중화된 서비스는 아니다.
수의윤리적 관점에서 반려견 복제 서비스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개인의 선택과 취향으로 보고 부유한 고객에게 권할 만한 서비스일까? 인공수정처럼 일종의 반려동물 생산의 방식으로 이해해야 할까? 아니면 생명윤리의 근간을 흔드는 비윤리적인 행위로 보아야 할까?
수의사의 업무와 관련해서 동물번식의 윤리, 동물의 권리, 동물복지, 인간-동물 관계의 윤리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인공적인 동물 번식으로서 동물 복제
동물의 번식에서 윤리는 ‘윤리적으로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의 동물생산’을 의미한다. 즉, 건강한 동물을 번식에 활용하고 동물이 원래 가진 습성에 충실한 방식으로 지속가능하게 자손을 생산해 내도록 하는 것이다.
가축화의 역사에서 인간은 인간에게 이로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미 동물의 외형과 행동을 사육에 편리하도록 변화시켜 왔으며, 동물 역시 이에 적응했기 때문에 모든 방식의 번식 ‘관행’을 비윤리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보다 큰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동물생산자는 동물의 습성이나 지속가능성보다는 경제적인 이익을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에 특정 동물의 외형이나 생산성에 기반한 번식을 원한다. 이 경우, 동물의 복지가 훼손되고 동물에게 고통을 유발하며 자연스러운 습성이 발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통념’적으로 인간은 인간의 필요와 동물의 요구 사이에서 윤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4)
수의사의 업무는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지키는 것이다. 동물의 번식에 있어서도 동물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윤리적인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이해당사자와 사회를 도울 의무가 있다.
동물을 생산해 내는 방식으로써 동물 복제에서 지적되는 동물복지의 문제는 복제의 과정 중에 관련 동물이 겪게 되는 고통, 대리모 동물에게 발생할 수 있는 산과적 합병증, 복제된 동물의 생존률과 건강 부분에서 제기되고 있다.
복제 대상이 된 동물은 자신의 체세포를 채취해서 제공해야 한다. 이 과정이 엄청난 고통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주어진 사례에서 보듯 이미 생애 말기로 접어든 동물에게서 치료가 아닌 복제를 위해 별도의 시술을 거치는 것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민간 기업은 상업용으로 동물 복제를 위한 대리모 동물을 이용할 때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거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대리모로 이용될 개를 어떻게 조달하는지에 대해 굳이 공개하지 않는다.
난자를 채취하는 개도 마찬가지이다. 침습적 처치가 필요한 난자 채취와 착상의 과정에서 몇 마리의 개가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야 복제동물을 생산할 수 있는지 자세히 알리지 않는다.
체세포 이식된 난자가 대리모 동물에 착상하여 태어나는 비율은 개에서 1% 미만으로 추정한다.5) 대리모가 된 개는 비정상적인 착상과 임신 중독, 요막 수종(hydroallantois)의 위험을 안고 있다. 복제된 동물은 심부전, 성장부진 등 건강상의 문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6)
동물복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기업은 복제된 동물이 유전적으로 체세포 공여 동물과 동일하고 수의사에 의해 건강하다고 진단된 보증된 동물을 납품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한 마리 가격에 두 마리를 약속하는 회사도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수의사회의 자료에 따르면 동물 복제 서비스에서 활용되는 대리모와 난자 공여 동물은 복제도구로만 쓰이며 심지어는 반복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7)
이로 인해 동물보호단체들은 특히, 민간자금으로 이루어지는 애완동물 복제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인간과 동물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규정과 관리 감독, 윤리적 결정을 위해 논의하자고 주장한다.8)
누구의 본질적인 권리와 누구의 이익이 충돌하는가
반려동물 복제에 관여하는 어떤 동물도 자신의 의지를 피력할 수 없다. 보호자와 10여 년간 생활해온 개가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감지하고 슬퍼할 보호자를 위해 자신과 유전형질이 같은 개를 복제할 것을 유언으로 남길 수는 없다. 약물을 투여 받고 난자를 공여해야 하는 개가 이런 방식의 처치에 동의하거나, 대리모로 이용되는 개가 자원할 수 없다.
버려지는 난자와 체세포 이식란의 문제는 생명윤리의 오래된 과제이지만, 동물 복제에서는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복제에 이용되는 개들은 도구화되고 상업화된다. 개체로서의 가치는 무시된다.
이렇게 활용되는 동물의 소유주는 민간기업으로, 이들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동물의 소유와 이용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동물은 제한적이나마 “고통받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그래서 동물의 소유주는 동물보호의 기본원칙(동물보호법 제3조)에 따라 동물을 사육하고 보호하며, 적정한 사육관리 의무(동물보호법 제9조)와 동물학대 금지(동물보호법 제10조) 의무를 따라야 한다.
만약, 반려동물 복제 기업이 이 동물들을 반려동물의 수준으로 돌보고 복제 과정 이후에는 입양을 통해 정상적인 삶을 누리게 해줄 수 있다고 가정하자. 또는 공고를 통해 복제에 자신의 반려견 난자를 기증하고 대리모로 이용하는데 동의하는 보호자를 찾아 동의 하에 이런 과정을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동물의 헌혈 사례에서와 같이 적어도 대리 자율성과 동물에게 가해지는 해, 그리고 이로 인해 얻어지는 이익(정당성) 확보 측면에서 고려해볼 사항이 많다.9)
그러나 현재 이런 방식의 동물 이용에 대한 규정과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복제동물 생산에 사용되는 동물이 어떻게 유입되고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는지 관리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로 인해 얻어지는 이익이 이런 위험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다른 동물과 인간에게 이익이 되는가? 이 경우, 직접적인 이익을 얻는 것은 복제를 의뢰한 보호자와 이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반려동물 복제 기업이다. 그러나 동물의 본질적인 가치와 권리는 물론 복지도 고려되지 않는다.
수의사는 이 과정에서 신체조직 채취, 난자 채취, 수술과 같은 주요한 기술적인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 수의사는 신기술의 활용에 대한 직업적인 만족감과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성취감을 갖게 될 수는 있지만, 관련된 모든 동물의 복지를 무시하게 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윤리적 스트레스를 피하기는 어렵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 소유가 아닌 함께 만드는 이야기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과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의미하는 펫로스증후군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수의사를 비롯해 심리 전문가와 가까운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슬픔을 인정하고 반려동물과의 경험을 재인식하고 극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인간의 수명은 동물보다 길고, 따라서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했을 때 이미 우리는 동물이 늙어가고 병들고 죽음을 맞게 될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유한성으로 인해 우리는 동물과 더 애틋한 관계를 맺고, 더 강한 윤리적 책임감을 느끼며 동물을 돌보게 된다.
그래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나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다.10) 동물과의 관계는 함께 보낸 시간과 이야기이고 서로 다른 종간에 만들어낸 소통의 역사다. 이 관계는 대체 불가능하다.
동물 복제는 죽은 동물과 똑같은 동물을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유사한 외모를 가진 전혀 다른 개체가 생긴다. 앞으로 보호자와 함께 만들어갈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반려견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서비스를 의뢰하는 보호자들이 이 사실을 모르거나 복제견을 예전 반려견의 부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회사는 이 사실에 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복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의 홈페이지 메인 카피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반려동물 복제는 공급업체가 매우 제한된 고가의 기술적인 서비스로 상품 가치를 유지한다.
“영원한 사랑, 우리가 사랑하는 동물 클로닝의 세계 리더”
“함께 한 기억을 되돌릴 수 있도록 당신과 당신 개의 반려관계를 연장해 드릴 수 있습니다”
“애완동물을 잃는 것은 마음이 아픈 일이죠. 우리는 여러분의 애완동물을 복제하는 기술적인 해법을 제공합니다”
“애완동물 복제로 당신의 애완동물을 보전하고 다시 만들어내세요”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관계가 아름답고 견고하고 서로의 돌봄으로 이루어졌다고 해서 인간의 책임이 그 안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인간 사이의 성숙한 관계와 책임이 그러하듯 나의 소중한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과 책임은 다른 동물과 생명에게 확장된다. 그래서 개 농장에서 과잉생산 되어 버려지고 죽어가는 다른 개들을 생각할 때 고가의 복제 서비스가 가당치 않다는 비판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동물 복제 서비스를 주문하는 개인의 책임은 아닐지라도 확장된 책임과 돌봄은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11)
이제 B원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
수의사는 동물 복제 서비스를 원하는 보호자의 요구에 개입해야 할 의무가 있는가?
수의사는 동물 복제 과정에서 적극적인 행위자이다. 복제되는 동물(체세포 제공), 난자 제공동물, 대리모와 그리고 동물 복제를 의뢰하는 보호자, 동물 복제 기술을 제공하는 민간기업, 민간기업의 수의사, 수의사 단체와 같은 이해당사자들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계가 있고 이들의 복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사회의 가치관과 정책에 대한 책임이 있다.
따라서, 전문가로서 동물과 보호자를 우선 고려하여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윤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보호자의 결정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복제에 이용되는 동물이 겪게 될 상황과 고통, 복제 과정과 그 결과물인 복제동물 뿐 아니라 실패한 복제동물의 운명에 대해, 그리고 똘이와 보호자의 대체 불가능한 관계에 대해 A씨 부부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상담한 후 보호자가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충고해야 한다.
각주
1) Mullan, S., & Fawcett, A. (2017). Chapter 15. Changing and cloning animals. in Veterinary Ethics: Navigating Tough Cases. Sheffield, UK : 5M Publishing (pp504-506)에 제시된 사례와 최근 관련 보도를 기반으로 각색함
2) United Nations Declaration on Human Cloning : resolution adopted by the General Assembly (https://digitallibrary.un.org/record/543570?ln=en)
3) Cloning of animals In “A European Green Deal” (https://www.europarl.europa.eu)
4) Fiester, A. (2005). Ethical issues in animal cloning. Perspectives in Biology and Medicine, 48(3), 328-343.
5) Zhang, X., Gao, S., & Liu, X. (2021). Advance in the role of epigenetic reprogramming in somatic cell nuclear transfer-mediated embryonic development. Stem Cells International, 2021.
6) Sinha, N., Patil, S., Kesigan, U., Chaitanya, T., Panigrahy, S., & Tandon, G. (2019). Ethical concerns in animal cloning: Possible risks and assessment. Global Bioethics Enquiry, 7(3), 128-135.
7) SVA News (2021. 10.3). “Pet Cloning and Why Pet Cloning Raises Ethical and Animal Welfare Concerns” (https://sva.org.sg/news/petcloning/)
8) ASPCA Position Statement on Pet Cloning (https://www.aspca.org/about-us/aspca-policy-and-position-statements/position-statement-pet-cloning)
9) 주설아 (2023) 수의학에서 진정한 헌혈은 가능할까? 특집 함께 고민하는 수의윤리(2). 대한수의사회지. 제59권제2호. 116-121.
10) Heðinsdóttir, K., Kondrup, S., Röcklinsberg, H., & Gjerris, M. (2018). Can friends be copied? Ethical aspects of cloning dogs as companion animals. Journal of Agricultural and Environmental Ethics, 31, 17-29.
11) Park, J. (2017) “Lassie, come Home” Ethical concerns about companion animal cloning. (In) Overall, C. (Ed.). Pets and people: The ethics of our relationships with companion animals. Oxford University Press. 14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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