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스토리:수의사이자 변호사가 되기까지] 법률사무소 친(親) 유도엽 변호사

'방향을 설정하고, 느리든 빠르든 그 길을 향해 정진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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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먼저 경험해본 사람의 의견을 듣곤 합니다. 누군가가 걸어간 발자취는 다른 누군가의 앞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1기는 데일리벳의 좋은 영향력을 살릴 수 있도록 선배가 후배에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벳스토리: OOO이 되기까지]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벳스토리 프로젝트에서 11기 학생기자단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유도엽 수의사·변호사입니다.

올해부터 주요 동물진료비 게시 의무가 전국 동물병원으로 전면 확대 시행되고, 수술 등 중대진료행위의 비용 사전고지제에 대한 행정처분이 시행되는 등 수의사가 숙지하고 대비해야 할 항목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법률 분야와 수의료 분야의 지식을 모두 갖춘 전문가의 역할도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는데요,

유도엽 변호사는 수의료 분쟁이나 동물병원 관련 사건을 포함한 다양한 사건을 맡아 다루는 한편, 수의사와 관련된 법령 내용을 총망라한 저서인 ‘수의법규’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충북수의사회 자문변호사로 활동 중인 유도엽 변호사는 충북대, 충남대 수의대에서 수의법규 강의도 맡고 있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11년 충북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유도엽입니다.

본과 4학년 초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 준비를 시작해서 수의대 졸업과 동시에 합격했습니다. 곧장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로스쿨을 휴학하고 공중방역수의사로 복무했고요, 이후 복학해서 3년 간의 법학전문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2017년부터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법률사무소 친(親)의 대표 변호사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충북대와 충남대 수의대에서 수의법규 과목을 맡아 강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지난해 충북대 성봉수의학술제에서 ‘수의사에게 부여된 설명의무의 의미와 해석, 판례’ 강연을 인상깊게 들었습니다. 동물병원 관련 사건을 많이 맡으시나요?

제가 맡고 있는 전체 사건 중 동물병원 관련 사건은 약 30~40% 정도로, 사실 그 비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사람에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다액의 위자료가 청구되고, 그동안 환자가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일실수입과 후유장해에 따른 손해배상이 추가되기도 하는 등 여러 이슈가 발생하고 금액도 큰 편입니다.

반면 동물병원은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지불해야 하는 손해배상액이 (사람에 비해) 현저히 적은 편이며, 사건화 되기보다는 합의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쟁 자체가 비교적 적게 발생하는 편이라 생각합니다. 

 

Q. 수의대에 온 후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지금처럼 어마어마하게 성장할 거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지만, 당시에도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커질 거라는 전망은 많았어요. 그렇다면 그에 따른 법적 분쟁 역시 증가할 것이라 보았습니다.

수의료 분야에 관한 법률가가 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보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임상에 큰 뜻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평소 수술을 비롯한 임상 활동이 잘 맞지 않는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었어요.

결정적으로 학교 동물병원의 임상 실습 과정에서 야간 당직을 하던 도중에 쓰러져 곤욕을 치르는 경험을 하면서 임상 분야, 특히 야간 당직은 저와 맞지 않는다고 확신하게 되었죠.

그런데 변호사가 되고 나니 밤을 새는 일이 꽤 많아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웃음).

 

Q. 로스쿨에 진학하기로 결심했을 때 수의사이면서 변호사로 먼저 활동하시던 분이 있었나요? 진로 선택에 영향을 받은 선배나 롤모델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로스쿨에 3기로 입학을 했는데요, 제가 진학을 결심할 당시만 해도 첫 로스쿨 졸업생도 배출되지 못한 시기였어요. 당연히 로스쿨을 통해 수의사이자 변호사로 활동하시는 분은 계시지 않았죠.

다만 제가 공중방역수의사로 복무하면서 법학전문대학원 복학 여부를 두고 고민하던 무렵, 수의사 출신의 이형찬 변호사님이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변호사에 도전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Q. 수의사·변호사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다면

저 같이 송무(소송에 관한 사무나 업무)를 위주로 하는 변호사들에게 한정되겠지만, 회사나 병원에 하루 종일 머무르며 출퇴근을 반복하는 삶보다는 자유로운 맛이 있습니다. 일정과 동선,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죠.

재판이나 경찰·검찰 조사, 위원회 등 참석을 위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다 보니 업무를 마치고 맛집들을 다니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순간에 변호사가 되길 잘 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Q.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도 공부를 많이 하실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학부나 대학원 시절만큼은 공부에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겠지요. 다만, 변호사 업무를 하다 보면 제가 맡는 사건 하나하나 사실관계와 적용되는 법리가 다르다 보니 그 때마다 새로이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사건이나 자문 내용과 관련된 판례와 서적을 발췌하여 공부하는 편이죠.

특히 최근에는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 보니 수의법규의 5가지 법령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공부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2022년 [수의법규] 출판 후 주변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출판 직후 책 소개차 전국 수의과대학에 책을 돌린 적이 있습니다. 본래 충남대학교에서만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현상환 학장님께서 책을 보시더니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하시더군요. 그러곤 모교에서도 강의를 할 기회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학부 시절 수의법규를 수강할 무렵부터 저는 ‘나중에 변호사가 되어서 이 과목을 강의할 수 있다면, 흩어져 있는 수의 관련 법령들을 한데 모아 유기적으로 정리한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기존의 수의법규 과목에서 법령집을 공부할 때는 각 법령들을 법제처에서 다운로드 받아 복사, 붙여넣기 해서 만든 책으로 공부를 했거든요. 책을 내고 강의를 하게 되면서 저의 작은 소망을 이루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Q. 학생들 대상으로 ‘수의법규’를 강의할 때 신경쓰시는 점이 있다면

우선은 수의법규라는 과목의 목표가 수의사 국가시험을 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험적으로 낭비 없이, 시험에 잘 합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어려운 법률 용어와 개념을 쉽게 설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여태 봐 왔던 과목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용어들을 친숙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는, 사회에 나가서 맞닥뜨릴 수 있는 법률 문제들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한 상식들도 알려드리려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수업 때에는 보통 특강을 진행하는데, 평소에 궁금했던 법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질문을 받고 답변드리는 시간을 갖습니다. 학생들의 흥미도 매우 높아요.

 

Q.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평소 동물전문 의료감정기관 설립에 관심이 있으신 것으로 들었는데, 그 필요성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평소에 재판을 다닐 때, 특히 동물병원 관련 사건들을 맡을 때 (동물전문 의료감정기관이) 절실하게 필요한 기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보호자가 동물병원을 상대로 수의사의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의료소송을 제기하였을 때, 수의사에게 의료상 과실이 있다는 점과 그러한 과실로 인하여 동물의 건강에 악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 이를 주장하는 사람(주로 원고)이 증명 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즉, 보호자에게 수의사의 과실을 입증할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지요.

그러나 재판에서 수의사 본인을 제외하면 대체로 의료지식이 적은 비전문가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 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감정’이라는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련 분야 전문가에게 수의사의 과실이나 인과관계의 존부에 대하여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인의 영역의 의료소송의 경우 대학병원에서 감정을 해 주는 경우가 많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2012년 설립)’이라는 기관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감정을 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의료소송의 경우 대학병원이나 수의사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감정을 진행하기보다는 (감정해줄 사람을 찾아) 돌고 돌다가 개원 수의사가 감정을 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보호자나 이를 방어하는 수의사(또는 동물병원)가 감정인의 감정의견 또는 그에 바탕한 판사의 판결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의료소송을 당한 수의사와 감정을 맡은 수의사의 사이가 별로 좋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감정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수 있겠지요. 반대로 친한 경우라면 감정 결과가 수의사에 유리하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는 사법제도의 신뢰성, 공정성과도 연관이 되는 문제입니다. 또한 적당한 감정인을 찾지 못해 재판이 지연되는 것 또한 소송경제에 반하는 것으로서 문제가 됩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정에 관한 경험이 풍부한 수의사 선생님들께서 모여 있는 동물 전문 의료감정기관이 설립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같이 정부로부터 출연금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최근에 정부에서 동물의료사고 심의중재기구 설치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동물 의료 관련 분쟁은 법적 절차에 의한 해결보다 그 예방이 중요하며, 이미 분쟁이 발생했더라도 중재 내지 합의로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취지에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바가 꼭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Q. 수의사·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모순적이게도, 동물 의료 관련 법률 분쟁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법률 분쟁으로 먹고 사는 변호사가 무슨 해괴한 소리를 하느냐고 말하실 분도 계실 것 같은데요, 그러나 소송을 제기하는 보호자나, 이를 방어하는 수의사(또는 동물병원)나 재판에서 승소하더라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는 경우는 드물다고 봅니다. 감정적이고 소모적인 분쟁이 될 확률도 높습니다. 거기에 변호사 선임비용까지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죠.

차라리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빠르게 법률 전문가 또는 중재기관의 도움을 받아 다툼을 조기에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소송대리인으로 법정에서 다투어 이기는 것보다 동물병원에 적시에 적절한 조언을 해 주고 분쟁이 조기에 해결되는 것을 보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하거든요.

 

Q. 후배들, 특히 법조계에 관심 있어 하는 수의사·수의대생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법조인이 되면 이러이러할 것이다’라는 막연한 기대에 의존하여 법조인에 도전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생각보다 바쁘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또한 수의사가 한 해 500명 정도가 배출되는 것에 비해, 변호사는 한 해 1,500명 이상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막연한 기대 내지 환상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후회하기 십상입니다.

대신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면 난관이 닥쳐도 극복하기 쉽습니다. 이를 테면, ‘수의료 분야 전문 검사가 되겠다’거나, ‘수의료 분야에서 유명한 어떤 회사의 법무팀에서 활약하겠다’와 같은 구체적인 목표 말입니다. 어떠한 신념이 되어도 좋습니다.

그러려면 이미 법조인이 된 수의사 선배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시장을 조사해서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야 합니다.

이렇게 분명하고 구체적인 목표 또는 신념이 생긴 이후에 법조인에 도전한다면, 적어도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동안 ‘아 저 친구는 같이 졸업했는데 벌써 내과 과장이네. 나는 이미 뒤쳐졌나’와 같은 후회 짙은 생각도 적게 하게 될 것이고, 법조인이 되고 난 이후에도 빠르게 본인의 전문분야를 찾아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공방수 3년, 로스쿨 3년의 시간을 마치고 비교적 짧은 기간의 준비 끝에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법학전문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사회적 성취를 이뤄낸 동기들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자기 자신을 버틸 수 있게 하는 무언가가 필요해요. 저는 그게 목적의식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Q. 이번 프로젝트의 공통질문입니다. 본인의 히스토리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요 (웃음), 저는 ‘정진’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일단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방향에만 맞으면 느리든 빠르든 그 방향으로만 흔들리지 않고 가는 것입니다. 단지 옳게만 가면 됩니다.

변호사가 되는 과정과 그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유혹에 빠지곤 했었습니다. 공중방역수의사를 할 때는 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해 놓고도 갈팡질팡 했습니다. 변호사가 되고 나서도 제 신념과 반하는 (달리 말하면 돈이 되는) 사건들을 눈 앞에 두고 수임 직전에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일을 하면서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이게 과연 옳은 방향인가?’를 제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적어도 그 방향이 잘못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비록 화려하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지금까지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고 제 마음에 드는 변호사의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예진 기자 yejinkim@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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