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산업 커지는데 질병은 아직 깜깜이..수의사 활동기반 만들어야

대한수의사회가 염소에 주목했다. 최근 염소 축산업의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수의사에 의한 질병관리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

대한수의사회 염소질병특별위원회(위원장 조호성)는 5일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위촉식을 겸한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특위는 염소 진료 확대의 기반이 될 질병현황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요 질병이 무엇인지, 얼마나 발병해 피해를 주는지조차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커지는 염소산업, 사육두수↑ 농가수↓

염소(goat)는 천연기념물인 산양(goral)과는 다른 종이다. 가축인 염소는 크게 고기를 생산하는 육용종, 젖을 생산하는 유용종, 털을 생산하는 모용종으로 구분된다. 국내에서는 주로 육용종을 길러 염소고기나 약용 목적으로 활용한다.

염소 산업은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로 약용으로 쓰이던 염소가 건강식으로 주목받으면서다. 염소탕 등의 염소 요리는 전통적인 보양식으로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 기타가축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염소 사육두수는 432,765두다. 최고치였던 2019년 57만두보다 다소 줄긴 했지만 2010년 24만두보다는 크게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염소산업 연간 생산액은 2012년 644억원에서 2022년 1,67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2019년을 기점으로 1천억원대를 돌파했다.

염소고기 수입도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256톤이었던 연간 염소고기(산양육) 수입량은 지난해 6,179톤으로 크게 늘었다.

염소 사육가구수는 2005년까지 4만호가 넘었지만 2022년 1만호까지 지속 감소했다. 이 기간 300두 미만의 소규모 농가수가 4만호에서 9천호로 크게 줄었다. 반면 300두 이상 전업농은 소수이긴 하지만 같은 기간 143호에서 314호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염소 산업이 커지며 나름의 전업화, 규모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인데 아직 소·돼지·가금 등 주요 축종에 비하면 미흡한 점도 많다.

염소는 별도의 종축장이 없고, 번식도 인공수정보다 자연교배에 의존하고 있다. 개별농가가 알아서 번식시키다 보니 근친교배 위험에도 취약하다. 생산된 축산물(고기)에 대한 등급제도 아직 없다.

질병 현황 깜깜이..염소용 의약품도 출시 어렵다

실태파악 시급

특위 위원장을 맡은 조호성 전북대 교수는 “염소 산업에서 수의사회가 움직일 적기가 됐다”고 말했다. 수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산업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염소 사육두수가 늘고 관련 축산물 가격도 상승하는데, 비싸지는 원인에 질병문제가 있다는 점도 함께 지목했다.

현재 정부 차원의 염소 질병 정책은 구제역 백신접종과 큐열 등 인수공통감염병 모니터링 정도다. 정작 염소농가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생산성 질병은 관심 밖이다.

조호성 교수는 “정작 염소농가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질병은 모니터링되지 않고, 수의사를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농가도 부지기수일 것”이라며 질병 실태파악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어떤 질병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그로 인한 피해규모는 얼마나 되는지를 모르다 보니 질병관리에 나설 기반조차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호성 교수는 “(염소 건강관리는) 데이터 부재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질병 데이터가 없으니 염소에 쓸 수 있는 동물용의약품도 나오기 어렵다. 약품 출시에 들어간 비용 이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위에 참여한 조호성, 오연수(강원대), 유대성(전남대), 이후석(충남대) 교수는 올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염소농가 모니터링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염소농가의 질병, 차단방역, 사양관리 등 동물건강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한다.

정밀검사를 거쳐 특정 병원체를 확인하는 수준까지 바로 도달할 수는 없지만, 염소 농가에 호흡기 질병이 있는지, 소화기 질병이 있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연수 교수는 “해외 예찰 사례, 문헌조사 등을 거쳐 모니터링 설문을 개발하고 농가를 대상으로 사전 검증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염소 결핵 등 주요 질병에 대한 모니터링도 연구논문 출판을 목표로 진행한다. 가성우역 등 향후 국내에 유입될 수 있는 재난형 가축전염병 중 염소에 감염되는 질병이 있다는 점도 함께 지목했다.

유대성 교수는 유럽 등 해외에서 염소산업의 동물복지에 주목한다는 점을 거론했다. 시민들부터 산기슭에서 풀어 키우는 염소의 모습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농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질병관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향후에는 동물복지 축산물로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염소수의사회 창립 준비도

대한수의사회는 허주형 집행부 들어 소수 축종에 대한 특위, 수의사단체 설립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설립된 벌질병대책특별위원회는 이듬해 대한꿀벌수의사회 창립으로 이어졌다. 2기 집행부에서는 고래질병특별위원회도 만들었다. 염소질병특위도 비슷한 맥락이다.

특위는 이날 가칭 ‘한국염소수의사회’ 창립을 위한 준비도 특위 사업 중 하나로 제시했다. 염소를 포함한 소형 반추류에 대한 수의학술단체로서다. 소로 치면 소임상수의사회보다는 우병학회에 가깝다.

조호성 교수는 “임상수의사가 활동할 수 있는 틀을 잡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염소질병특별위원회 ▲위원장 조호성(전북대) ▲부위원장 오연수(강원대) ▲위원 탁동섭(전북대), 박수진(호서대), 김규욱(솔벳), 조종기(서울대), 유대성(전남대), 김우현(경상국립대), 서민구(경북대), 이후석(충남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