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입원환자가 산책하는 공간에서까지 내성균을 찾아냈다

9일(화)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항생제 내성 국제심포지엄 및 대한항균요법학회 연차대회(ISAAR & KSAT 2024)에서 원헬스 세션이 열렸다.

박용호 서울대 명예교수와 아만다 베두인 미네소타대학 수의과대학 교수를 좌장으로 반려동물, 농장동물, 환경에서의 항생제 내성 조사·연구 사례를 소개했다.

사람 감기에 항생제 쓰듯..반려동물도 과잉처방 문제?

원헬스 세션의 문을 연 베두인 교수는 “사람, 동물, 환경이 연결된 항생제 내성의 복잡성을 명확히 밝히긴 어렵다.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개선에 나서야 한다”면서 미네소타주의 원헬스 항생제 관리 협의체(Minnesota One Health Antibiotic Stewardship Collaborative) 사례를 소개했다.

미네소타의 원헬스 항생제 관리 협의체에는 주정부 당국과 의료계·수의계 전문가, 학계 전문가, 축산 생산자단체, 제약업계 등 항생제와 관련된 이해관계자 전반이 참여하여 항생제 적정 사용을 위한 협력에 나서고 있다. 매년 오프라인 회의를 개최하고, 최근에는 2023-2027 5개년 전략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베두인 교수는 사람의료에서 항생제 남용의 대표 유형으로 꼽히는 상기도감염처럼 반려동물 의료에서도 유사한 과잉처방 문제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베두인 교수팀이 미국수의내과학회지(JVIM)에 발표한 미국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의 항생제 사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의대 부속 동물병원 14곳을 대상으로 하루동안 진료한 개·고양이 883마리에서의 항생제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322마리(36%)에서 항생제가 처방됐다.

이중 항생제가 처방된 환자가 세균배양이나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거친 경우는 39%에 그쳤고, 감염이 확진된 사례는 28%에 불과했다. 감염에 대한 증거가 없는 경우도 11%였다.

파키스탄 파이살라바드 농업대 마슈쿠어 모신 교수는 파키스탄 육계 산업의 높은 항생제 사용량 문제를 지적하며 사람·가축 간의 항생제 내성 전파를 유전자분석으로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파키스탄의 육계에 콜리스틴 같은 중요 항생제를 여전히 예방목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타 세균으로 전파되기 쉬운 MCR-1 내성 유전자도 다량 검출됐다는 것이다.

‘입원환자가 산책하는 공간도 항생제 내성균 검사했다’

동물·환경 항생제 데이터 부족..근거 확충·공유 강조

미국 미시시피주립대 수의과대학의 서근석 교수는 대학 부속동물병원에서 발견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에 대한 대응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2021년 내원한 반려견 환자에게서 CRE가 검출된 것을 계기로 원내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에 카바페넴을 추가하는 한편 동물병원 환경 시료와 진료진에 예찰을 실시하는 등 원내 감염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특히 병원 건물 밖 입원환자들이 산책하며 대소변을 보는 공간에서까지 위험요소를 찾아내 감염관리 체계에 포함시켰다.

서 교수는 “사람 병원과 같은 원내 감염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동물병원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동물·환경에서의 항생제 사용과 내성 실태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지목하며 적극적인 공유를 강조했다.

서근석 교수는 “반려동물에서도 주요 항생제 내성균을 검출했다는 연구 보고는 많지만,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 예찰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며 “반려동물에서 항생제 내성의 위험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막스루브너 독일연방식품영양연구소의 조규성 박사는 농업 환경에서의 항생제 내성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원헬스 차원으로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박용호 서울대 명예교수도 “근거기반의 의료와 이해관계자 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