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마저 가축방역관 모집 미달 전망..방역업무 개편 나서야

비수의사도 될 수 있는 수의연구사로 TO 전환도..’수의사답게’ 일할 업무 재조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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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방역관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수도권인 경기도마저 채용 미달이 예고됐다.

수의사들이 공직을 외면하는 현상을 개선하려면 수당·승진 등 처우뿐만 아니라 업무 측면의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뚜렷한 목표나 과학적 근거 없이 쌓이기만 하는 업무들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고, 수의사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옥봉 경기도청 조류질병관리팀장은 18일 한국돼지수의사회 포럼에서 지자체 가축방역관 문제를 조명했다

‘지난해 임용 3년 미만 인원 12명이 떠나’

경기도도 채용 인원 못 채운다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 최옥봉 조류질병관리팀장은 18일 계룡스파텔에서 열린 한국돼지수의사회 포럼에서 지자체 가축방역관 채용 현황과 문제점을 지목했다.

이달곤 의원이 농식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지자체 가축방역관은 1,152명으로 적정인원(1,954명) 대비 802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역본부의 수의직 결원도 2022년 50명까지 늘어났다.

문제는 결원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집공고인원보다 응시자가 적은 것은 이제 일상이 됐다.

지난해 경북도는 수의직 14명 모집을 공고했지만 임용자는 1명이었다. 경남은 31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응시자는 3명에 그쳤다. 검역본부도 2022년 3차례에 걸쳐 공고한 모집인원이 누적 127명이었지만 채용인원은 24명에 머물렀다.

그나마 여건이 좋은 경기도청은 사정이 나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최옥봉 팀장은 “경기도에서 지난해 임용 3년 미만 수의직만 12명이 떠났다”면서 “올해 14명 채용을 공고했지만 이론시험을 통과한 인원은 8명에 그쳤다. 면접이나 중복 합격자 등을 고려하면 실제 임용인원은 더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인 경기도까지 미달 사태에 합류하면서 사실상 전국 전역으로 문제가 확대된 셈이다.

 

업무는 늘어나는데 급여·승진은 제자리

수의직 TO를 수의연구사로..수의연구사는 비수의사도 될 수 있다

최 팀장은 “이제 방역업무의 비수기가 없다”고 말했다. 매년 겨울 4~6개월을 구제역·AI특별방역기간으로 보낸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019년 첫 발생 이후 5년간 최고수준인 ‘심각’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질병 예찰·검사 물량이나 방역업무는 줄어드는 것은 없고, 사태가 터질 때마다 늘기만 한다고 꼬집었다.

많아진 업무에 따라 보상을 늘리기도 어렵다. 공무원 급여는 고정된 수준이고, 최근 수의사 수당 월10만원 인상됐지만 역부족이다. 수의7급 임용자의 초봉은 세전 3천만원 초반대에 그친다.

최 팀장은 “수의직이 별도 직렬이다 보니 승진도 제한적”이라며 “도청은 그나마 퇴직전에는 사무관 승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시군에서는 6급에서 끝나는 경우도 많다”고 지목했다.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과장 보직에 수의사무관(5급) TO가 있는 곳은 12곳(39%)에 그친다. 나머지 19곳은 아예 제도적으로 승진이 막혀 있는 셈이다.

최 팀장은 “수의직 5급 TO가 있는 시군에서도 실제로 수의사무관이 있는 곳은 화성시가 유일하다”면서 “매년 국감에서도 지적되지만 그때뿐이고, 지속적인 관심은 없다”고 지적했다.

자료 : 경기도수의사회

그러면서 경기도가 이미 수의직 TO 일부를 수의연구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의연구사의 초봉이 그나마 수의7급보다는 조금 높아 신규 채용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최 팀장은 여기에 다른 의미도 있다는 점을 함께 지목했다. 수의연구사는 수의사가 아니어도 될 수 있다. 반드시 수의사 면허 소지자여야 하는 수의7급과는 다르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수의사가 아니면 가축방역관이 될 수 없긴 하지만, 타 전공자를 수의 관련 업무에 배치할 토대는 될 수 있다. 이미 검역본부 수의연구사의 상당수도 비(非)수의사가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가에 일일이 전화하고, 생석회 사진 찍어 보고하고..

‘월급·직급 올린다고 해결 안 돼’ 수의사답게 일할 환경 만들어야

쌓이기만 한 업무에 다이어트 필요하다

수의사들의 공직 외면에 대해 매번 거론되는 개선방안도 유사하다. 수의직 수당을 월60~90만원인 공중방역수의사 방역활동장려금 정도로 현실화하자거나, 승진 기회를 늘리자는 것이다. 최근 강원도가 먼저 수의직 6급 임용을 위한 조직개편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파격적인 처우개선이 필요성에 비해 실현가능성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이날 포럼에서 발표자들은 업무 측면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급여·승진과 달리 업무는 방역부서가 자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득흔 돼지와사람 편집국장

이득흔 돼지와사람 편집국장은 “(수의직 외면 문제는) 월급 올려주고, 직급 올려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수의사에게 수의사다운 일을 맡겨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일반 기업에서도 무작정 급여만 올려준다고 회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근속을 기대할 수 없듯, 수의직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꼭 필요한 일이 많은 건 견딜 수 있어도, 왜 해야 하는지 공감하지 못할 일로 시달리면 떠나간다는 얘기다.

이 국장은 현재도 공중방역수의사를 포함하면 공직수의사가 3천명이나 되는데도 ‘모자라다’고 하는 것을 두고서는 방역업무를 너무 세부적으로 강화해온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공무원이 매일 전화해서 방역상황을 체크하는 나라는 한국뿐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축들의 상태를 일일이 전화해서 물어보고 농장의 방역조치를 사진 찍어서 보고하는 일까지 하다 보니, 일은 일대로 많고 회의감을 느낀 가축방역관들이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효과도 불명확한 농장 전체 생석회 두르기를 지시하고, 차단방역 조치 이행 여부를 사진까지 찍어 보내게 하는 식의 양태가 단적인 예다. 정부 고위층에게는 ‘세심하고 철저한 방역’이었을지 몰라도 이를 일선에서 수행하는 방역조직은 속에서부터 곪게 만들었다. 이런 실태를 목도한 젊은 수의사들이 공직을 더욱 외면하게 했다.

22년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가 회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8%가 동물방역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팀장은 “작년에 이만큼 했으니 올해는 좀더 늘린다는 식으로 검사물량을 만든다. 과학적 근거를 물으면 답하기가 어렵다”면서 가축질병 예찰사업의 재정비 필요성도 제기했다.

하던 검사이니 계속한다는 식으로 오래 지속된 예찰사업은 없애거나 탐색조사로 완화하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근래 들어 발생이 없는 뉴캣슬병이나 돼지오제스키병을 예로 들면서다.

뉴캣슬병은 2011년 이후로 국내 발생이 없다. 그럼에도 부화장과 양계농가에 백신을 지원하는데만 연간 100억여원을 투입한다. 도계장(22.7만수)과 산란계 농장(5.2만수)에서 혈청검사를 벌여 접종여부를 점검한다.

돼지오제스키병은 2009년을 마지막으로 국내 발생이 끊겼다. 하지만 여전히 양돈장의 번식돈과 종돈장, 정액처리업체 등을 대상으로 혈청검사를 벌인다. 올해 검사 물량은 8만건이다.

상황에 따라 필요성이 줄어든 업무는 축소 조정하되, 대신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고양이 고병원성 AI 감염이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고양이 신경근육병증 등 새롭게 대두된 업무 수요에는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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