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병원성 AI 감염 젖소의 우유 먹은 고양이까지 집단 폐사

감염된 소의 우유 살균없이 먹고 전신 감염으로 폐사..우리나라도 고양이 모니터링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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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젖소에서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이 잇따라 검출되는 가운데, 고양이로도 사태가 확산됐다. H5N1형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소의 우유를 살균하지 않은 채로 먹은 낙농장의 고양이들이 집단으로 폐사한 것이다.

가벼운 증상이지만 사람으로의 전염 의심사례도 있어 포유류 종간 전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아이오와주립대 수의과대학 에릭 버로우 교수팀은 미국 캔자스와 텍사스의 젖소와 고양이에서의 클레이드 2.3.4.4b H5N1형 고병원성 AI 감염사례를 국제학술지 ‘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보고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여름 서울시내 동물보호시설의 고양이에서 고병원성 AI 감염으로 인한 폐사가 보고된 바 있다. 해당 AI 바이러스와 이번에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AI 바이러스는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젖소에서는 유량 감소 정도지만..고양이는 집단 폐사로

해당 논문에 따르면 수의사들이 텍사스 북부 팬핸들(panhandle) 지역의 젖소에서 이상증세를 파악한 것은 지난 2월이다. 사료섭취 감소와 유량 감소, 초유와 유사하게 크리미한 우유로의 변화 등의 증상을 10~14일간 보였다.

3월 유사한 증상이 캔자스와 뉴멕시코의 젖소에서도 확인됐고, 야생조류와 고양이에서의 폐사도 발생했다.

3월 21일 아이오와주립대로 접수된 젖소·고양이 검체는 A형 인플루엔자 양성 반응을 보였고, 미국 농무부 국립수의과학연구소에서 H5N1형 고병원성AI로 확진됐다. 5월 2일까지 텍사스, 뉴멕시코 등 9개주의 젖소 36마리에서 H5N1형 고병원성AI 감염이 확인됐다.

이중 고양이의 감염·폐사는 텍사스 북부의 젖소 발생농장에서 보고됐다. 해당 농장에서 감염된 젖소의 우유를 살균되지 않은 채로 먹은 24마리가량의 고양이 집단에서 발병해 절반 이상이 폐사한 것이다.

폐사한 고양이들은 침울과 경직된 신체 움직임, 운동실조, 실명과 다양의 안구 분비물 등의 증상을 보였다. 젖소에서 임상증상이 발견된 후 고양이가 집단 폐사하기 까지는 3~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증상이 비교적 약하고 유선 병변도 일관적이지 않았던 젖소 검체와 달리 고양이 검체에서는 신경괴사를 동반한 뇌수막염과 간질성 폐렴 등 중증 전신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다.

유전자 분석 결과 감염된 젖소의 우유 검체와 고양이 검체에서 추출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HA유전자 염기서열은 99.94% 일치했다.

연구진은 고양이에서 야생조류 노출·섭취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우유 내에서 다량의 AI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만큼 고양이들이 섭취한 미살균 우유·초유가 노출 경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텍사스의 여러 발생농장에서 채취한 우유와 고양이의 조직 샘플에서 추출한 AI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은 매우 유사했다”고 설명하면서다.

우유에서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살균되지 않은 우유를 통해 젖소에서 고양이로 A형 인플루엔자가 전염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야생조류 분변→젖소 우유→고양이

젖소와 고양이로 전파된 H5N1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의 유래로는 야생조류를 지목했다.

연구진은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야생조류의 분변에 오염된 사료 섭취가 낙농장의 유력한 초기 감염원으로 추정된다”면서 처음 이상이 보고된 텍사스 팬핸들 지역이 철새 이동경로에 속한다는 점을 함께 지목했다.

감염된 소 사이에서의 전파 방식도 규명되지 않았지만, 감염된 가축을 입식한 타 농장으로도 질병이 확산된 것을 감안하면 수평 전파가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연구진은 “감염된 젖소의 우유로 배출된 H5N1형 고병원성 AI는 살균되지 않은 우유를 매개로 타 포유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숙주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가 발견된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포유류에서 AI 바이러스 적응이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예찰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서울 고양이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와는 유전적 차이

국내에서도 지난해 여름 서울시내 동물보호시설의 고양이에서 고병원성 AI 감염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정확한 유입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용산구 소재 발생시설에서는 고양이 40마리중 38마리가 한달 새 집단 폐사해 고양이에서의 높은 병원성을 시사했다.

해당 고양이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를 분리한 송대섭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올해 미국의 고양이에서 각각 검출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유전적으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둘다 H5N1형 2.3.4.4b 클레이드인 것은 동일하지만 한국은 유라시아 계통, 미국은 북미 계통으로 달랐다. 두 바이러스의 HA 유전자의 상동성도 96.7%에 그쳤다.

송대섭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대유행(pandemic)을 일으킬 ‘감염병X’로 고병원성 AI에 주목하고 있다.

송 교수는 “감염병X가 될 가능성이 높은 병원체로 고병원성 AI에 주목하고 있는데, 실제 현실에서는 그러한 예상조차 뛰어넘는 변이 사례들이 최근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다”면서 “다른 포유류에 비해 AI에 감수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던 소에서 감염이 일어나고 우유로 바이러스가 배출되기까지 하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보다 더 철저한 감시와 다양한 형태의 방역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도 고양이 모니터링 검사 진행 중

한편, 미국 젖소농장에서 젖소 및 고양이에 H5N1형 고병원성AI가 지속 검출되자 우리나라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각 지자체로 ‘고양이 인플루엔자 A 검사를 위한 시료 송부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고, 각 지자체 동물위생시험소는 로컬동물병원을 통해 고양이 비즙 및 혈액을 채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수집된 고양이 시료에서 인플루엔자 A(H5, H7, H9) 항원 및 항체를 검사할 예정이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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