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스토리:경마심판이 되기까지] 한국마사회 정재민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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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먼저 경험해본 사람의 의견을 듣곤 합니다. 누군가가 걸어간 발자취는 다른 누군가의 앞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1기는 데일리벳의 좋은 영향력을 살릴 수 있도록 선배가 후배에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벳스토리: OOO이 되기까지]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벳스토리 프로젝트에서 11기 학생기자단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한국마사회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경마를 개최할 수 있는 공기업입니다. 마사회에서 수의사의 역할을 떠올릴 때 다친 말을 치료하는 수의 업무만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공정하고 안정적인 경주를 시행하기 위한 심판부서에도 수의사가 근무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벳스토리의 3번째 주인공, 한국마사회 서울경마장 심판처의 심판위원보 정재민 수의사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마사회 심판처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재민입니다. 2016년 한국마사회에 수의사로 입사하여, 서울경마장과 제주경마장 동물병원에서 근무한 후, 2022년부터는 심판처로 이동해 서울경마장에서 경마 심판위원을 보좌하는 심판위원보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Q. 마사회 수의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수의대 재학 시절부터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업무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재학 중에는 공직의 꿈을 품고 기술고시에 도전했지만,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던 아쉬운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마사회는 본과 때 렛츠런파크 서울 동물병원 실습과 원당목장 견학 등을 통해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요, 졸업 후 2016년 수의직렬에 응시하여 합격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8년 동안 경마 시행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마사회 내에서 수의사의 업무는 진료, 방역 등 다양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경마심판 분야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한국마사회는 관련 법령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경마를 개최할 수 있는 공기업입니다. 한국마사회에 입사한 이후 제 업무도 자연스럽게 경마 시행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었습니다.

경마에서 심판이라는 것이 낯설 수 있겠지만, 경마심판은 경주 시행을 총괄하고 경주마 관계자(기수, 조교사, 마주)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여 경마 시행의 안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경마심판은 수의사뿐만 아니라 법학, 행정학, 축산학, 승마 교관, 기수, 조교사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자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경마가 최대한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수의학을 전공한 제 배경과 한국마사회 수의사로서 활동한 경험이 한국 경마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서 심판업무를 희망했습니다.

심판부서로 이동한 후에도 수의 부서의 선후배 동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어요. 함께 출전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경마 시행 제도에 대해 고민할 때 큰 즐거움과 보람을 느낍니다.

 

Q. 경마일(서울경마장 기준 토, 일요일)과 평일은 하루 일과에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는 지 궁금합니다.

한국마사회는 월·화요일이 휴일이고 수~일요일이 근무일입니다. 서울경마장 기준 토, 일요일은 한 주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경마일입니다.

비경마일인 수~금요일은 행정업무를 수행하고, 전주 경주를 리뷰하거나 금주 경주를 준비합니다.

보통 수요일은 이전 경주에서 발생한 주요 사안에 대해 리뷰하고,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심판위원 리포트를 최종 점검합니다. 목요일은 경주마의 주행능력을 점검하는 ‘주행심사’를 실시하고, 금주 경주에 출전하는 경주마의 출전신청이 이뤄집니다.

금요일은 이번 주 경주를 준비하고, 때로는 부산이나 제주에 있는 다른 경마장에 심판업무를 지원하러 출장을 가기도 해요.

경마일인 토요일과 일요일은 계획된 매 경주를 진행하고 경주마 관계자에 대한 심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고객에게 공개되는 심판위원 리포트를 작성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Q. 마사회 수의사로 근무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많은 일들이 있었을텐데 ‘마사회 수의사로 일하길 잘했다’고 생각하신 순간이 있다면

응급 말이 내원해 무사히 수술을 받고 퇴원할 때 “무사히 돌아가서 다행이다, 내가 조금이라도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퇴원한 말이 재활 과정을 잘 이겨내고 경주에 복귀할 때의 기분은 아마 말 수의사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일 것 같습니다.

 

Q. 경마 심판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수의사로서 직업적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경마는 말과 사람이 함께 하는 레저 스포츠입니다. 경마 시행을 총괄하는 심판업무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꼽자면 안전과 공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이라는 동물과 함께하며 승부를 다투는 경마의 특성상 말과 기수의 안전을 위협하는 순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마는 베팅을 동반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모든 과정에서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경주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수의사가 가진 윤리의식과 말의 옆에서 지낸 경험은 안전과 공정을 지키는 심판업무에 잘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마사회에서도 말 복지 증진을 위해 경주마 재활 지원, 퇴역경주마 승용전환 등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런 복지증진 관련 업무도 한국마사회 수의사의 직업적 소명을 바탕으로 주도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Q.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학교 다니시는 동안 많은 경험을 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실습도 좋은 경험이 되고요, 여행이나 취미활동, 모임 등 학교 밖에서도 많은 경험을 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인생이 그려 놓은 설계도처럼 완성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러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타인이 조언해 주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 나의 확신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는 경험만큼 좋은 것이 없겠지요.

내가 쌓아온 크고 작은 경험들은 그때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어느 순간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Q. 벳스토리 공통 질문입니다. 본인의 히스토리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반추해 보면 실패를 통해 성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에 도전했을 때 이뤄낸 성취보다 실패한 기억이 더 많이 납니다. 결과적으로 그 경험들은 쌓이고 모여 제가 주도하는 삶을 사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그 자체로 소중합니다. 내 삶을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오늘의 내 경험을 통해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시고,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아가시길 희망합니다.

임고은 기자 est213@naver.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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