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형선 말보건처장에게 듣는 한국마사회와 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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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KRA)는 수의사가 근무하는 대표적인 공공기관입니다. 마사회에서 수의사는 말 진료를 포함해 다양한 업무를 담당합니다.

그중 수의사가 가장 많이 있는 ‘말보건처’는 경마수의, 마필진료 등을 담당하는 조직인데요, 기존 ‘말보건원’에서 올해 1월부터 ‘말보건처’로 조직이 확대됐습니다.

데일리벳에서 전형선 말보건처장을 만나 한국마사회와 말수의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수의학과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 고양이 등 많은 동물을 키워서 그런지 학과 추천을 받았을 때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수의대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한국마사회에는 1997년에 입사했습니다. 벌써 27년 차네요. 사실 수의대생 시절부터 말 임상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수의대 졸업 후 첫 직장은 금융쪽이었습니다.

금융 분야에 종사할 때 만나는 사람마다 저에게 “수의사인데 왜 이 분야에 왔냐”고 물었습니다. 그런 질문을 계속 받다 보니 “내가 왜 이 분야 왔지?”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나에게 맞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당시 제가 있던 조직은 상명하복 문화가 있었는데요, 그게 저와 잘 맞지 않았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면허증을 가지고 내가 스스로 진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임상’이 나에게 더 잘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임상 분야로 돌아오게 됐고, 한국마사회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동물에 대한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고, 수의사 직업에 대한 존중도 크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다른 농장동물의 경우, 비용이 많이 발생하면 끝까지 치료하지 않는 것과 달리 마사회는 비용과 관계없이 끝까지 연구하고 치료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됐습니다. 그것이 매우 큰 메리트로 느껴졌어요.

흔히 직장을 고를 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마사회에 입사해 보니,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모두 너무 좋았습니다. 말투나 인상, 성격이 모두요.

마사회는 매년 조직개편을 하는데, 올해 1월 말보건처로 승격됐습니다. 말보건소에서 말보건원을 거쳐 말보건처까지 오게 됐습니다.

말보건처가 됐지만 역할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닙니다. 회사 내에서 수의사 조직에 대한 인식이 많이 격상됐고, 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진 사회적 분위기도 승격에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태동이 경주마의 건강 상태를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마수의’가 기본입니다. 경주마가 경주를 뛸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평가하고, 이를 보장하는 일입니다. 투여 약물도 관리하고, 경마 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도 대처하면서 경마 운영에 참여합니다.

다음으로 동물진료 업무가 있습니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방역 업무도 중요합니다. 경주마 생산농가 보호 및 번식마 복지 증진을 위해 정부와 함께 ‘말 예방백신 지원 등 방역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체 등록마를 대상으로 주요 예방백신을 접종합니다.

말 편자를 만드는 장제도 중요한 파트입니다. 장제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스마트팜 사업과 관련하여 학교, 연구소, 혁신기업들과 협업하고 있고, 말복지 업무 중 의료 부분도 저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퇴역경주마의 승용마 전환 시 건강관리, 건강평가, 기초진료 등을 실시하고, 복지지원금을 통해 부상당한 경주마의 치료·수술 및 복귀를 지원하죠.

장제 및 장제 교육을 하는 한국마사회 말굽클리닉센터
편자전시실

마사회에는 총 43명 있고, 말보건처에는 15명이 있네요.

43명 중 6명은 보건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데일리벳에서 최근 인터뷰를 한 심판([벳스토리:경마심판이 되기까지] 한국마사회 정재민 수의사)도 있고, 말복지 업무를 하는 수의사도 있습니다. 원래 말복지 업무는 말보건처에서 했었는데 현재는 말산업본부 안에 말복지센터가 생겨서 그곳에서 전문적으로 업무를 수행합니다. 센터장을 포함해 말복지센터에도 수의사가 3명 있습니다.

현재 과천 경마장 안에 말보건처를 제외하고 4개의 개인동물병원이 더 있고, 병원마다 수의사가 1~2명씩 근무하고 있습니다.

과천 경마공원 안에 약 1500두(경주마 1500두, 승용마 200두) 정도의 말이 있는데, 개인동물병원 수의사분들이 왕진 진료를 하면서,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수술이 필요한 케이스는 말보건처로 리퍼를 보냅니다. 2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하는 셈이죠.

외부에 있는 휴양마도 수술이나 입원관리가 필요하면 저희가 치료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말보건처를 더 개방하여 개인 소유의 승용마도 진료하고 있습니다. 마사회는 방역이 중요한 시설인데, 과거에는 방역상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개방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국가 차원의 방역사업(말 방역사업)을 통해 전국에 있는 모든 말이 백신접종을 받으면서 전염병 관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외부 말들도 말보건처에 와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죠.

정말 많이 발전했죠. 당시에는 말 입원도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입원관리 전담 시설과 인력을 배치해서 한 번 왔을 때 진료, 수술, 입원, 회복까지 다 받고 돌아갈 수 있습니다.

수의사뿐만 아니라 수의사를 보조하는 수의테크니션의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수도 많이 늘었고요. (국가자격증인) 동물보건사 직종을 채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입니다.

그리고, 동물병원 신축을 추진 중입니다. 지금 시설에서는 CT, MRI 등 최신 진단기기를 설치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동물병원을 신축하고 첨단 의료기기를 확충하면서 수술실도 대폭 개선하려고 합니다. 현재 신축동물병원 인허가를 위한 설계가 완료됐습니다. 계획대로 절차가 진행되면 2028~2029년에 신축 동물병원이 준공될 겁니다.

설계안에 따르면, 한국마사회 신축동물병원은 동물병원과 제2진단실 사이 공간까지 모두 활용해 건설될 예정이다.

대략 1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중 마사회에 40여 명 있고, 외부에 50여 명 있습니다. 산업환경 변화나 코로나19 발생, 경마 매출 저하 등으로 최근 말 임상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분야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말 임상만의 분명한 장점도 있습니다. 매력이 있고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수의과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한 ‘말임상교육 프로그램’을 마사회에서 시행했었는데요, 현재는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금은 견학 위주로 학생들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의대생의 말임상 교육을 위한 마사회의 역할이 있다면 학교와 논의·협의를 거쳐 조율해 볼 생각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도 말임상실습 교육이 지금보다 세분화되어서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약 12주에 걸쳐 말임상 교육이 진행되는 해외 수의대도 있습니다. 현재, 반려동물 임상 로테이션의 경우 과별로 매우 세분화되어서 진행 중인데요, 말임상 교육도 교육 수준과 질이 개선되길 바랍니다.

입원마방에 입원 중인 말

최근 수의사를 채용했었는데 지원자가 많이 없어서 실망했습니다(웃음). 농담이고요. 이번에 수의사를 3명 채용했고, 조만간 또 채용할 예정입니다.

한국마사회는 임상도 하면서 행정업무 등 회사 생활도 같이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말임상을 하기 위한 지원 시스템이나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 마사회입니다. 또한, 임상 외에 말복지나 심판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해외 교류나 임상연수 프로그램도 잘 되어 있죠.

10~20년 이후 마사회의 모습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중장기계획에 따라 선진국 수준으로 많이 발전할 것이고, (수의사로서) 할 일도 많아질 겁니다. 동물병원도 신축 예정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동료들이 정말 좋습니다. 어떤 사람과 근무하는지도 정말 중요하답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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