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있게 채운 첫 한국수의심장협회 심포지엄
저명한 해외연자·사람 전문의 초청 강연, 전문가 패널토론도 눈길..검증되지 않은 신약 활용에 경종
한국수의심장협회(회장 윤원경)가 첫 오프라인 심포지엄을 내실 있게 채웠다.
우선 저명한 해외연자와 사람 심장내과 전문의의 초청 강연이 눈길을 끌었다. 선천성 심장병의 감별과 심부전에서의 이뇨제 조절, 승모판폐쇄부전(MMVD) D단계에 대한 패널토론 등 보다 심도 있는 주제를 다뤘다.
6월 30일 서울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심포지엄은 예고했던 200명을 만석으로 채웠다.
심포지엄은 미켈레 보가렐리 미국 버지니아-메릴랜드 수의과대학 교수의 강의로 문을 열었다.
Journal of Veterinary Cardiology의 공동편집장인 보가렐리 교수는 유럽수의내과전문의(심장학)로 미국수의내과학회의 심장 관련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에 공동저자로 참여하는 권위자 중 한 명이다.
보가렐리 교수는 MMVD와 폐고혈압의 진단·치료에 관한 최신 지견을 소개했다. 강연은 수의심장협회가 자체 제작한 자막을 입힌 영상으로 진행됐다. 영어에 능통한 회원의 번역과 수의심장협회 임원진의 감수를 거쳤다.
해외연자 초청강연을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면 통역 문제로 강의 내용을 완벽히 흡수하기 어렵고, 질의응답도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이날 수의심장협회는 온라인으로 참가자 질문을 수집했다. 추후 연자의 답변을 홈페이지를 통해 회신할 예정이다.
오후에 심포지엄을 찾은 노태호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심전도의 전문가다. 대한심장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노 교수는 심전도, 부정맥에 관한 여러 저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하트앤런 캠페인을 시작한 신교무역이 노 교수의 친필 사인이 담긴 저서를 경품으로 제공했다.
노 교수는 실험견으로 학위과정 연구를 했던 경험을 전하면서 “동물 심전도 관련 서적도 보내주셔서 면밀히 살폈는데, 심전도 상의 특징이나 검사상 이상과 연관된 질환이 사람과 동일했다. (사람보다 동물이) 맥박만 좀 빠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근거 부족한 사람 신약·후보물질 오남용 우려
전문가 패널토론 세션도 관심을 모았다. 윤원경 회장과 김성수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송우진 제주대 교수, 윤학영 전북대 교수가 패널로 나섰다.
패널들은 D단계에 이른 심부전 환자를 좀더 오래 살리기 위한 각종 약물 활용의 노하우를 전했다. 통상적인 피모벤단, 이뇨제 활용뿐만 아니라 강심제, 혈관확장제, 사람에서 최근 나온 신약까지 도마에 올랐다. 노바티스의 엔트레스토를 비롯해 톨밥탄, 마바캄텐 등이다.
노바티스의 엔트레스토(Entresto)는 국내에서는 사람용으로 2016년 허가된 안지오텐신 수용체-네프릴리신 억제제(ARNI) 계열 심부전 치료제다. 안지오텐신 수용체 억제제(ARB)임과 동시에 심혈관계에 해로운 RAAS를 억제한다. 하지만 이날 패널들은 엔트레스토를 사용해본 경험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수의 분야에서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톨밥탄(tolvaptan)은 항이뇨호르몬인 바소프레신의 작용을 차단한다. 톨밥탄의 활용 경험도 거의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는데, 심장질환보단 바소프레신 억제가 필요한 내분비 질환 등에서 도움을 받은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마바캄텐(mavacamten)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재확인됐다. 사람에서 폐색성 비대성 심장근육병증(oHCM)의 임상증상을 경감하는 용도로 나온 신약인데, 고양이 비대심장근육병증(HCM) 환묘에 사용하기에 현재로선 매우 위험하다.
투약 초기 심근이 얇아지며 임상증상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개월 안에 폐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신약이나 시험단계인 후보물질이 근거가 부족한 채로 동물환자에 오남용 되는데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효능·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물질을 경쟁적으로 광고하는 일부 세태에도 경종을 울렸다.
김성수 원장은 “완벽한 증거만 따지면 영원히 발전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면서도 “거기에도 선이 있다. 효능보다 안전성이 더 중요하다. 환자를 위협하게 되면 임상이 아닌 ‘실험’이 된다”고 지적했다.
2019년 설립된 한국수의심장협회는 그간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영남수의컨퍼런스, 부산수의컨퍼런스 등 대형 컨퍼런스에 대한 학술지원에 주력해 왔다.
이번 첫 심포지엄을 계기로 매년 자체 심포지엄을 꾸준히 개최할 예정이다.
윤원경 회장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모집한 회원이 1년 만에 200여명으로 늘었다. 오늘 참여해주신 수의사분들도 90% 이상이 협회 정회원”이라며 “앞으로 심포지엄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