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가 총장 교체 이후로도 수의과대학 신설을 지속 추진한다.
수의대 신설 여부를 가늠할 수의사 수급 전망 연구에서 이미 수의사 공급이 과잉이란 결과를 내놨지만, 정부는 추가 보완연구를 검토하고 있다.
부산대 신임 총장도 수의대 신설 추진 의지
수의사 수급 전망 재용역 거듭 거론..政 ‘검토 중’
부산대학교는 전임 차정인 총장이 수의대 신설을 적극 추진했다. 학내에 설립 TF를 결성하고 홈페이지에서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부산대는 2022년 10월 교육부에 설립요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전국 거점 국립대들 중 부산대에만 수의과대학이 없다는 점을 지목하면서다.
그해 12월에는 부산대 수의대 설립에 대한 국회토론회가 열렸고, 당일 대한수의사회는 여의도에서 반대집회를 벌였다.
고등교육법상 교육부가 수의대 정원을 정할 때에는 농식품부와 협의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수의사 수급전망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먼저’라며 2023년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해당 ‘수의사 수급 현황 및 전망 분석’ 연구용역 결과는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관계자를 통해 수의사 공급이 과잉이라는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차정인 총장도 올해 5월 임기를 마쳤다.
그렇게 동력을 잃을 것처럼 보였던 부산대 수의대 신설이 다시 움직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새로 취임한 최재원 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TF 재정비 등 수의대 신설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관련 보도에서 농식품부가 수의사 수급 전망에 대한 재용역(2차용역)을 추진한다는 점이 거듭 거론됐다.
차정인 전 총장도 5월 부산대 학내 매체와의 퇴임 인터뷰에서 수의대 설립 문제를 임기 중 아쉬운 부분으로 꼽으면서 “수의사와 수의학 수요에 대해 2차 용역을 하도록 만들어 뒀다”고 전했다.
최근 의대 정원 사태에서 보듯 수급전망 연구는 전문직 정원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추가 연구용역을 검토하는 단계로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실시했던 연구용역에서 일부 부족했던 부분이 있어 보완 필요성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관련해 부산대 측과 협의를 한다거나 수의대 정원에 대한 별도의 추진 방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방역·기초 인력 양성하겠다지만..
다른 국립대 수의대와 다를 지는 의문부호
임상과 기초·방역 간 처우 격차 완화가 더 중요하다
부산대학교는 의생명 융합연구 강화와 수의사 과학자 양성, 가축방역 전문인력 양성 등을 신설 명분으로 내세웠다.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한 임상수의사에 진출이 집중되고 방역·위생 분야의 공직이나 기초연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명대의 교원과 학생 정원 연40명, 동물병원 하나 있는 기존의 국립대 수의대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미 다른 거점 국립대 8곳에 있는 수의과대학이 처한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공과목별로 보통 1~2명의 교수가 있는데, 수의사 국가시험 과목 19개에 교수를 모두 배치하기조차 빠듯하다.
국립대 특성상 학생 규모 대비 교원 숫자를 더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부산대는 되고 다른 거점 국립대는 안 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특정 영역에 특화된 교육을 실시할 기반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유럽수의학교육인증(EAEVE)을 획득하기 위해 수의대 2곳이 연합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처럼, 수의대 신설보다는 오히려 기존 수의과대학간 통합이나 교육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기초연구, 방역, 위생 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한다 한들 반려동물 임상과의 처우 격차가 개선되지 않으면 강력한 임상선호 현상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개원한 동물병원은 160개소, 폐원한 병원은 67개소로 나타났다. 신규대비폐업비율은 42%로 전년동기(59%) 대비 오히려 개원세가 더 커졌다.
반면 공직수의사의 부족·외면 현상도 여전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올 상반기 34명의 수의직 모집을 공고했지만 실제 채용된 인원은 8명에 그쳤다.
2023년 기준 적정인원 대비 부족한 가축방역관 인력은 부산에서 24명으로 집계됐다. 이보다 부족 규모가 훨씬 큰 경북(142명), 전북(114명), 전남(99명) 등지에도 이미 수의과대학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