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투명성 외면한 재판부, 수의사 국가시험 비공개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 수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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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1일, 서울행정법원은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이하 본회)가 농림축산검역본부를 상대로 제기한 제67회 수의사 국가시험 문항 및 정답 공개에 관한 행정소송에 대해 1심 기각 판결을 내렸다.

본회는 이 같은 재판부의 결정이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수의사가 될 자들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방해하는 것이라 평한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지금과 같은 ‘깜깜이 시험’ 유지되면, 국가시험 및 면허 제도를 통한 수의사의 전문성 보장이 어려워지고, 그렇게 배출된 수의사의 전문성 부족에 따라 우리 사회의 동물자원 보호 및 동물복지 향상이 저해될 것이며, 수의사에 대한 국민 신뢰도 역시 심히 격하될 것이 우려되는 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재판부는 수의사 국가시험의 기출문제가 수년간 거듭될 경우 중복 출제를 피하기 위해 출제범위가 좁아질 우려가 있고, 지엽적인 부분에 대한 출제가 이루어질 개연성이 있어, 기출문제를 공개할 경우 수의사 국가시험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염려가 높다고 판단했다. 이는 수의사 국가시험 제도의 실황과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판단이다.

수의사 국가시험은 ‘동물의 진료에 필요한 수의학과 수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공중위생에 관한 지식 및 기능’에 대하여 실시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에서 수의사의 역할과 기능이 변하지 않는 한 그 평가의 내용 역시 매년 크게 변하지 않는다.

즉, 그것이 수의사의 필수적인 지식과 기능에 관한 것이라면, 수의사 국가시험에서 중복 출제를 피해야 할 이유도, 지엽적인 부분에 대한 출제를 기피해야 할 이유도 없다.

또한 수의사 국가시험의 문제를 공개하고자 하는 것은 국가시험을 치른지 오래 되지 않은 공중방역수의사 몇몇에 의한 난이도 평가가 전부인 현행 국가시험의 검증 시스템을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는 도리어 수의사 국가시험제도의 기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된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지속적 연구개발로 많은 문항을 입고한 후 기출문제는 다시 출제하지 않는 변형된 문제은행 출제방식의 채택이 필요’하다거나, ‘현재 국내 수의과대학은 10개에 불과하여 새로운 출제방식의 도입을 위한 시간과 비용의 제약이 상당한 상황에서 이미 양질의 문제로 검증된 기출문제의 재활용을 포기하여야 할 상태에 이를 수 있다’거나, 국가시험의 문항 및 정답을 ‘공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시정되지 아니한 채 섣불리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수의사 국가시험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 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등, 피고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

본회에서는 소송 과정에서 위와 같은 피고의 참고서면에 대한 구체적인 반박을 담은 원고 진술서를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본 소송의 판결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수의사 국가시험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피고 측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재판부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기에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할 것을 밝힌다.

*   *   *   *

수의사의 전문성과 국민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수의사 국가시험의 문항과 정답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는 십수년도 더 된 것이다.

수 차례의 연구에서 현 수의사 국가시험의 개선을 위해 문항 및 정답을 공개해야 한다고 진단했고, 무려 세 번의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수의사 국가시험 관리 미흡을 지적받았다.

이번 판결을 내린 재판부마저도 현 수의사 국가시험의 검증과 출제 시스템의 미흡을 지적하며, 현 출제 시스템은 출제오류의 시정 가능성과 수의사 국가시험 행정의 투명성 확보가 저해된다고 판단했다.

언제까지 구시대적이고 결점 투성이인 현 수의사 국가시험을 방치할 것인가?

언제까지 업무와 비용이 증대된다며 정상적인 시험 운영을 미룰 것인가?

수의사 국가시험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은 당신들의 책무다. 그에 수반하는 업무와 비용 마저도 당신들의 책무다. 수없이 미흡한 부분을 지적 받는데도 시정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본회는 미래 수의사를 꿈꾸는 수의과대학생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수의사만이 책임질 수 있는 동물자원 보호와 동물복지 증진 및 공중보건 향상을 위해, 수의사의 전문성 확보를 전적으로 결정하는 수의사 국가시험의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본회의 이와 같은 행보에 재판부와 수의사 국가시험 운영 주체가 한 발짝이라도 발맞추어 따라주길 당부한다.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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