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학회: VES Veterinary Endoscopy Society Meeting 2024 – 21st Annual
장소: Hilton Santa Barbara Beachfront Resort (Santa Barbara, California, United States)
날짜: July 30, 2024 to August 01, 2024
진행 언어: In English
기고문 작성자: 이려, 엽경아
지난 7월 30일~8월 1일 3일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에서 수의내시경학회(VES)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2003년에 설립된 수의내시경학회는 전 세계 25개국 이상을 대표하는 5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과학 및 교육 중심의 학회이다. 매년 한 번씩 진행되는 이 컨퍼런스는 미국뿐만 아니라 내시경, 흉복강경에 관심이 많은 세계 각국 수의사들의 화합 및 지식 교류의 장이다. KVMIS(한국수의최소침습수술연구회)는 최소침습수술에 대해 공부하고 교류하는 소규모 스터디 그룹으로서 세계적인 컨퍼런스에서 어떤 내용들을 공유하는지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이번 VES 학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번 학회 총 3일간 진행되었다.
첫째 날은 학회 회장인 Nicole Buote 코넬대학교 교수의 Robotic Gastropexy 발표로 시작됐으며, 그다음으로 본 연구회 회원인 신동민 수의사의 Surgeon-powered Robotic in Laparoscopic Surgeries in Dogs 등이 발표됐다. 후반 세션에서는 Endoscopic Ear Surgery(EES)의 장단점, 대동물에서의 내시경을 이용한 다양한 최소침습수술 진행 케이스들도 공유되었다.
회의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첫째 날, 둘째 날 오프닝 세션으로 시작되는 인의 분야의 강의였는데, 키노트 연자로 의사 두 명을 초청하였으며 각각 Dr. Mona Orady의 State of the Art in Robotic GYN surgery, Dr. Greg Dakin의 Innovations in MIS Bariatrics 강의가 진행되었다. 강의를 통해 수의와 인의의 수술 분야 차이가 존재함을 다시 한번 느꼈고, 최소침습 및 로봇수술과 같은 의학에서의 기술 발전 방향이 결국 수의학에서도 적용되고 진행되리라는 믿음이 생겨났다.
Dr. Orady 의 인상 깊었던 말과 엽경아 수의사의 생각
1. 복강 탐색 후 실제로 어떻게 수술을 할지 계획만 20분 넘게 세우기도 한다. : 환자가 마취되어 있고, 흉복강에 카메라를 넣었으면 그다음부터는 술자의 마음이 조금 급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역시 플래닝을 오래 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구나. 그동안 조급한 태도를 보였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2. 내가 지금 조작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뭔지 모르는 것은 함부로 기구를 대지 말지어다.: 사고는 언제나 무지에서 발생한다. 수술 중 ‘뭔지 모르고 손대는 것’만큼, ‘일단 그냥 한번 해보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늘상 하는 생각을 훌륭한 닥터 입으로 다시 들으니 더욱 동의하는 격한 끄덕임을 하게 된다.
3. Prevention이 문제 발생 후 Treatment보다 중요하다. : prevention 하려면 ‘예측’ 해야 한다. ‘예측’할 수 있으려면, 많은 공부와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당연한 이야기 뼈에 다시 새기기.
4. Learning curve 극복에는 최소 50 케이스 이상이 필요하다 : 숫자로 딱! 나오다니. 50 케이스는 정말 열심히 해야 쌓을 수 있는 숫자인데, 그마저도 최소라니. 그리고, 50 케이스를 두 달에 한 번씩 8년간 하면 안 되고, 더 자주 해야겠지. 발전이 있게 50 케이스를 만나야지, 발전 없이 매번 비슷하게 50 케이스를 만나면 안 되겠지..
5. If you don’t try, you don’t know anything : 격하게 동의하는 부분. 하지만 시도에도 용기가 필요하고, 그 용기는 공부와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에게 질문하고 내 케이스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준비 없이 용기 내지 말지어다. 용기를 내려면 열심히 준비하자. 그리고, 용기를 내고, 경험을 하고, 고찰을 하자.
둘째 날은 복강경을 이용한 간담도계 연구 내용들이 많이 공유되었으며, 담도 내시경, 간담낭절제의 다양한 기법과 예후 등 내용을 통해 발표자들의 하이테크닉 수술기법들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둘째 날에는 본 연구회 회원인 엽경아 수의사가 Laparoscopic Feeding Artery Ligation in Excessive Hepatic Tumor를 주제로 발표했으며, 강의 후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엽경아 : 신동민 수의사가 ‘1년간의 다관절 기구를 사용하여 수술한 50 케이스 이상의 증례’에 대해 발표할 때는 그저 자랑스럽고 멋있었는데, 나의 차례가 다가오자 심장이 흉강 밖으로 튀어 나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앞줄에서 여러 선생님이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한 마디 한 마디에 표정이나 눈빛으로 피드백을 주어서 곧 발표를 즐기게 되는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여러 나라 수의사의 긍정 피드백도 좋았지만, 우리 연구회 친구들이 “너의 발표에서 제일 많이들 웃었다”라고 하여 “오. 그럼 되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날에는 One-Lung Ventilation, ICG Sentinel Node Mapping, Autologous Blood Injection 등 흉강 위주의 발표들이 진행되었으며 마지막 날 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발표자들의 케이스 공유도 인상 깊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교육 파트에서도 많이 신경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어떻게 어드밴스 스킬을 훈련하고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교수진들의 노력 또한 엿볼 수가 있었다.
엽경아 : 개인적으로 이번 컨퍼런스에서 제일 멋졌던 교수님을 뽑자면 Prof. Boel A. Fransson이다. 우리가 보는 교과서 ‘Small animal Laparoscopy and Thoracoscopy’의 저자 Fransson 말이다. 그녀는 질문왕이었는데, 거의 모든 발표에서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좋은 의문과 질문에서 좋은 대답이 나오고 또 거기서부터 새로운 발전이 시작되는 법.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컨퍼런스 전체의 분위기를 자유롭게 질문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 것 자체도 멋있었다. 우리도 언젠가 컨퍼런스를 하게 되면 저렇게 서로 많은 질문을 던지고 여기저기서 의견을 이야기하면 좋겠다.
발표가 모두 종료된 후에는 일 년간의 총결과 함께 내년 회의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였는데 2025년에는 일본 교토에서 진행할 예정이어서 상당수 회원의 관심을 끌었다. 이미 대부분 회원이 내년 학회에도 참석할 의사를 밝혀 내년 교토에서의 VES 회의도 기대된다.
아래는 이번 학회에 참가한 KVMIS 멤버들의 소감이다. 흥미롭고 감명 깊었던 학회 분위기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현호 24시 리본동물의료센터 외과대표원장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케이스들을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보람도 있고 반성도 하며 앞으로 우리가 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세계의 모임 안에서도 우리나라가 중심이 되는 날이 오도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엽경아 24시청주고려동물메디컬센터 인터벤션 & MIS 센터장
최소침습수술 공부하는 모임을 결성한 지 곧 1년이 되는데, VES에 다 같이 참석해서 컨퍼런스를 즐기고 케이스 발표도 할 수 있어서 정말 뜻깊고 즐거웠다.
VES는 소규모이긴 해도 전 세계의 골수멤버들이 1년에 한 번 모여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로 케이스와 연구 결과를 공유한다. 뽐내기보다는 투명하게 공유하고 자유롭게 디스커션하는 분위기의 컨퍼런스가 아주 즐거웠다. 처음 참석하는 한국의 최소침습 친구들을 반갑게 맞아주어 감동.
당장 이번 달과 다음 달 우리의 워크샵이 기대되고, 내년의 VES가 기대되고, 우리의 5년 후가 기대된다. 장거리 비행과 시차로 몸은 피곤한데 머릿속은 하고 싶은 것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최소침습수술의 영역은 그 경계가 불명확하여, 우리가 고민하고 노력하는 만큼 더 많은 부분에서 최소침습을 적용할 수 있다. 젓가락으로 콩자반을 집어 먹는 민족은 열심히만 노력하면 최소침습도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
산타바바라의 아름다운 날씨 그 적당한 습도와 바람, 그리고 그 아름다운 환경에서 유쾌하게 종일 MIS와 케이스 얘기하던 그 3일이 꿈만 같다.
신동민 일산동물의료원 외과센터장
각 분야의 전 세계 리더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서로에게 자극받는 모습이 참 inspiring 했었다. 책이나 논문으로만 접하던 분들이라 처음엔 부담스럽고 어색했지만, 케이스 이야기를 주고받을 땐 오랜 기간 알아 온 선배님 또는 친구 같은 모습에 벅찬 감동이 있었다.
학계와 임상계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연구들이었지만,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연구와 경험들을 공유하는 이상적인 자리였고, 우리나라 수의외과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머지않아 우리가 선도하는 분야들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형락 해마루이차진료동물병원 외과부장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다양한 흉복강경을 이용한 시도들을 보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일부는 시작 단계 있는 것도, 그중 일부는 이미 완성된 것도 있어 학문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영감을 받고 자극이 되었습니다. 한 분야에 오랫동안 매진하여 놀라운 수준의 복강경 기술들을 가진 수의사들을 보며 나 자신도 다 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놀랍도록 아름다운 산타바바라의 경관들은 학회의 모든 경험들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려 샤인동물메디컬센터 외과원장
강의 발표가 이른 아침 7시에 시작하여 오후 1~2시에 끝나는 게 새로웠는데, 이 아름다운 캘리포니아 경치를 놓치지 말라는 학회 측의 깊은 뜻인 것 같았다. 반나절 열심히 공부하고 오후에는 시차 적응 때문에 피곤하지만 잠깐씩 쉬면서 산타바바라 바닷가를 즐기기도 하였다. 생각보다 덥지 않고 쾌청한 날씨, 아름다운 풍경이 참으로 실감 나지 않는 환경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공부도 하고 여유 또한 즐기는 것이 일석이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