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브루셀라병은 근절, 결핵은 최소화, BVD는 전국검색사업 도입 추진한다

민관학 소 방역대책위원회 출범..재난형 질병에 흔들리지 않는 소모성 질병 대응 체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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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역당국과 생산자단체, 학계와 수의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학 소 방역대책위원회가 7일 서울 제2축산회관에서 킥오프 회의를 열고 정식 출범했다.

구제역, 럼피스킨병 등 재난형 가축전염병에 치우친 방역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소 결핵, 브루셀라병, 소바이러스성설사병(BVD) 근절 방향은 민관이 함께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다.

브루셀라병은 근절, 결핵은 발생 최소화, BVD는 전국검색사업 도입으로 목표 지점에 편차를 보였다.

위원회는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과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최정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CVO)이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최정록 국장은 “농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소모성 질환은 정부 주도의 단편적인 수단으로 잡기 어렵다는 반성을 통해 민관학 방역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며 “농가와 전문가 의견을 모아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브루셀라병은 한·육우 암소와 젖소에 대한 정기검사, 거래·출하가축에 대한 검사 의무화 등으로 양성축을 색출하여 살처분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2021년 전남 4개 시군(나주·무안·신안·함평)을 중심으로 184개 농장까지 발생이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해 2023년에는 59개 농장 820여마리에 그쳤다.

이날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브루셀라병의 예찰 체계 개편과 발생농장의 도태 처분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예찰 체계 개편은 검사가 필요 없는 곳은 줄이고, 필요한 곳에는 늘리는 재조정에 초점을 맞춘다. 브루셀라병 검사가 전국적으로 일괄 적용되고 있다 보니 음성인 지역에서는 비효율이 발생하는 반면 통상적인 검사를 안일하게 진행할 경우 질병 확산 위험을 막기 어려운 형태라는 것이다.

한국소임상수의사회 남기준 원장은 “특별히 외부에서 소를 새로 입식하지도 않고, 기존에 검사를 잘하고 있는 농장은 음성농장으로 지정해 편의를 줄 수 있는데도 현장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의사인 한우협회 최창열 부회장은 음성농장에 대해 일정 기간 검사를 면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도 “농가에 입식한 소는 일정기간 격리 사육하면서 추가로 검사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브루셀라병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강력한 예찰이 필요하다. 2021년 브루셀라병이 창궐했던 전남에서는 지자체 예산을 추가로 들여 일제검사를 강화했다. 반복 발생하거나 위험한 농장은 아예 동거축 전부의 도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추가발생 위험을 줄였다.

농식품부는 올해 브루셀라병 예찰체계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는 전남대 수의대 유대성 교수가 맡았다. 현재 전국에 일괄 적용하고 있는 예찰을 실제 감염 정도에 기반한 위험지역 위주로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주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장은 “이번 브루셀라 연구의 가장 큰 목적은 검사를 해야 할 곳에 집중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민경천 한우협회장, 최경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이 소 방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브루셀라병이 실제로 발생한 농장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감염 소만 살처분하던 현행 방식에서 농장 전 두수 도태를 추가로 유도하는 형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동물위생시험소장이 방역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전 두수 도태 처분을 건의할 수 있도록 방역실시요령을 개정했다. 감염소의 유사산이 있었거나 3회 이상 반복발생하는 등 역학조사 결과 위험성이 큰 농장이 도태 권고 대상이다.

도태 권고를 따르지 않은 농장에서 브루셀라병이 추가로 발생하면 살처분 보상금을 감액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의 강제력도 갖췄다.

정석찬 셀트릭스 연구소장은 “브루셀라 잠복감염이 길게는 1년 이상 이어지며 재발을 반복하는 상황이 거듭됐다”면서 “(전 두수 도태 유도가) 예전에는 발생농장이 많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있었지만, 이제는 발생농장이 많이 줄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발하는 지역이라면 일제검사를 가능한 동시에 실시해 예찰의 시간차로 인한 허점을 줄여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전남도청 정인제 사무관은 “브루셀라병이 한동안 안정화됐다보니 안일했던 측면이 있었다. 한 번 브루셀라가 창궐하니 다시 저감하는데는 큰 비용과 노력이 요구됐다”면서 “일제검사를 한 번이라도 더하고, 반복 발생농장은 전 두수 도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고 전했다.

강력한 처분에도 농가가 응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살처분·도태 보상 등에서 손해를 보는 구조라면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정헌모 부회장은 “산차가 높아 (우유생산) 수익성이 좋은 젖소일수록 살처분보상금은 작다”고 지적했다. 유한상 서울대 교수도 “(질병) 양성 개체를 찾아냈을 때 농가가 방역조치에 호응할 수 있도록 경제적 측면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브루셀라병은 ‘근절’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결핵은 분위기가 달랐다. 위원회가 제시한 목표도 ‘발생 최소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소 결핵균에 의해 전파되는 결핵은 인수공통감염병이다. 2023년에 확인된 소 결핵은 217건으로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소에서 결핵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소에서 감염말기에는 식욕부진이나 기침, 체표 림프절 종대 등을 보이지만 대체로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젖소에 대한 연1회 정기검사, 거래·출하 소에 대한 의무검사 등 능동예찰에 기대고 있지만 근절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날 위원회에서도 일선 수의사들은 결핵 검사를 문제로 지적했다. PPD 검사는 검사자의 숙련도나 주관에 영향을 받는다. 혈액검사인 감마인터페론 검사도 검체 취급이나 운반 과정상의 온도, 소요시간 문제 등으로 인해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한국소임상수의사회 백영철 원장은 “(소 결핵) 발견이 늦어져 대규모 살처분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봐서 두렵다”면서 조기발견을 통한 살처분 최소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지목했다.

한우개량사업소의 임영환 원장도 결핵 검사 결과를 믿기 어렵고 위음성인 채로 종축장에 들어올까봐 불안함이 있다고 전했다.

위원회의 결핵 분과는 단계적 발생 저감을 위한 방역관리 방안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왼쪽부터) 한국소임상수의사회 민경현 부회장과 백영철, 남기준 원장이 현장 의견을 전했다.

송아지 설사와 유산, 폐사 등을 일으키는 BVD는 국내 사육두수 기준 연간 600~1,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어미소가 임신초기에 감염되어 태어난 송아지가 ‘지속감염우(PI)’가 되어 전파의 주범으로 작용한다.

검역본부가 지난해 희망 농가를 대상으로 검색사업을 벌인 결과 39%의 농가에서 BVD가 확인됐다. 개체수 기준으로는 1.7%가 양성축이었다.

한국소임상수의사회 민경현 부회장은 일선 현장에서 BVD가 확인되는 경우가 많지만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속감염우를 찾아내도 외형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시점이라면 농장이 도태 권고에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고, 경매장을 거쳐 다른 농장에 팔려가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검역본부 이경기 연구관은 “해외의 BVD 청정화 전략은 지속감염우를 색출해 도태하고, 백신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유럽에서 청정화를 달성한 국가에서는 지속감염우 도태에 관 차원의 강제성을 부여했다”고 전했다.

현재 BVD는 법정 가축전염병이 아니다. 김정주 과장은 “BVD의 법정 전염병 지정을 논의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과거 법정전염병이 아니었던 돼지써코바이러스에 백신을 지원한 사례도 있다”며 법정전염병이 아니어도 피해가 심각하다면 대응에 재원을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국내 소 사육농가의 BVD 지속감염우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단위 검색사업 도입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근절 로드맵 수립을 추진한다.

엄재구 전북대 교수는 “지속감염우를 찾아 도태할 때 보상을 해줄 것인지, 해준다면 누가 할 건지 등의 문제가 정리된다면 청정화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정록 국장은 “단순히 정부 정책에 반영할 의견을 얻겠다는데 그치지 않고, 민관학 방역대책위원회에 참여한 분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부탁드리고자 한다”면서 “위원회에 제기된 의견은 분과별로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제역, 럼피스킨병 등 ‘재난형’으로 일컫는 제1종 법정전염병이 발생하면 방역당국의 역량이 그 쪽으로만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김정주 과장은 “사회적 재난 질병이 발생하더라도 (소모성 질병 대응) 현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민관이 함께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성축 색출과 살처분·도태로 단순화된 대응에서 벗어나 데이터 축적과 공유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기준 원장은 “구제역 백신접종과 브루셀라병, 결핵 검사 결과가 소 이력제와 연동되어 기록되고 있지만 정작 지자체 담당자나 공수의가 농가별로 소 개체별 접종·검사 이력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연동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호성 전북대 교수는 “지금까지는 그냥 검사해서 살처분하고 보상하는 것에만 치중했다”면서 “방역조치는 조치대로 하되 농장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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