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파트너십 2024’ 필리핀서 동물의료봉사 펼친 서울대 수의대·한국 해군
美 태평양함대 주관 퍼시픽 파트너십 참가..현지 동물 중성화, 광견병 예방, 수의학교육 자문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대한민국 해군과 함께 필리핀에서 동물의료 봉사활동을 펼쳤다. 미군 태평양함대가 주관한 퍼시픽 파트너십 2024(PP 24)에 참가해서다.
매년 여름 미군이 주관하는 퍼시픽 파트너십은 인도 태평양 연안을 순회하며 진행되는 다국적 연합 훈련이다.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과 재난대응 역량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2개월간 진행되는 올해 퍼시픽 파트너십에는 한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등 7개국이 모였다. 한국은 8월 1일부터 14일까지 필리핀에서 진행된 훈련에 참가했다.
대한민국 해군은 200여명의 훈련단대를 편성했다. 육·해군 및 해병대의 의무·공병대원과 서울대 수의대 교수와 학생들로 구성됐다. 지난해 상륙함 천자봉함을 투입했던 것에 이어 올해는 상륙함 일출봉함이 나섰다.
서울대 수의대 봉사단과 현 수의장교도 일출봉함에 몸을 실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한 서울대 이인형 교수와 손민재 해군소령을 필두로 대학원생인 성태훈·이정하, 군위탁교육생 윤대기 육군 대위, 원민식 학생(본4)과 해군 수의장교로 복무 중인 오승규 대위가 그 주인공이다.
7월 28일 진해군항을 출발한 훈련단대는 8월 1일부터 14일까지 필리핀 알바이(Albay) 주 일대에서 봉사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의 분야에서는 8월 5일부터 9일까지 Legazpi City, Dapdap, Barangay 등 3개 지역에서 동물 개체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 수술과 광견병 예방 활동을 벌였다.
현지에서 진행된 한국-미국-필리핀 사전 협조회의를 거쳐 한국 수의팀은 중성화 수술 과정에서 마취를 총괄하는 한편 수술팀 4개조 중 1개조를 담당했다.
중성화 수술은 총 239마리(개91, 고양이148)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수술 기간 동안 현지의 반려동물 236마리를 대상으로 광견병 백신을 접종했다.
Legazpi City가 광견병 발생지역임을 고려해 상륙 전 훈련단대 총원을 대상으로 개물림 사고 예방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한국 봉사단뿐 아니라 미국 육군, 필리핀 육군과 해안경비대, 필리핀 Legazpi City Veterinary Office, 필리핀 현지 지역수의사회, Bicol University 수의과대학과 CBSUA (Central Bicol State University of Agriculture) 수의과대학 교수 및 학생 등 총 55명이 모두 힘을 합쳤다.
중성화·백신 봉사활동에 이어 수의팀은 12일과 13일 양일간 Bicol University 수의과대학과 CBSUA 수의과대학을 연이어 방문했다. 현지 수의대와 학술을 교류하는 한편 이인형 교수의 수의 교육분야 자문도 함께 진행했다.
해군 수의장교 오승규 대위는 “수술 후 회복이 더딘 환자를 위해 각국의 수의사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서로 쓰는 언어는 다르지만 수의사라는 같은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깊은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사과정 성태훈 수의사는 “현지 수의사들과 학생들의 배우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에 크게 감화되었다”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나눠주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활동이 끝나고 되돌아보니 내 마음과 정신이 훨씬 풍족해진 기분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해군 손민재 소령은 “작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인원이 올해 수의분야에 참여했다. 현지 공중보건 증진에도 크게 기여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면서 “매년 서울대 수의대가 퍼시픽 파트너십에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형 교수는 “학생들과 교수들이 학교에서 준비한 지식과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이라는 우물 밖으로 나와 국제적인 상호협력에 나섰다”면서 “동남아시아의 다른 학생, 교수들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