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한 마리당 10만원’, 증가하는 동물장례식장 리베이트

대규모 투자 받은 프랜차이즈 필두로 소개비 10만원으로 높아져...부작용도 늘어나는 중


17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기사 내용과 상관없는 자료사진(@오수펫추모공원)

동물장례식장이 동물병원에 지급하는 소개비(리베이트, 뒷돈)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마리당 5만원 정도였던 소개비가 동물장묘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몇 년 사이에 마리당 10만원까지 높아졌다.

동물장례비용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소개비가 커지면, 결국 동물장례 서비스의 질이 감소하고 보호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반려동물 사체를 합법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일반 쓰레기로 처리 ▲동물병원을 통한 의료폐기물로 처리 ▲동물장묘업체(동물장례식장) 이용 3가지다.

반려동물 양육 문화가 발전하면서 3가지 합법적인 처리 방법 중 동물장례업체를 이용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동물병원 원장은 “최근 (동물병원을 통해) 의료폐기물로 사체를 처리하는 보호자는 거의 없다”며 “양육 문화가 달라지면서 동물장례식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2022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장묘시설(업체)을 통해 반려동물 사체를 처리했다는 응답률은 30.0%로 동물병원에 처리 위탁(19.9%),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5.7%)보다 높았다.

동물장묘업체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 불황의 여파로 동물미용업, 동물위탁관리업, 동물판매업, 동물생산업 등 주요 반려동물 영업장 수가 모두 감소한 가운데, 동물장묘업체는 2022년(68개) 대비 6개 증가해 74개까지 늘었다.

그런데 74개 업체 중 상당수는 영세하게 운영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가족 단위 운영 혹은 전체 직원이 3~4명에 불과한 동물장례식장이 많고 이런 곳은 전문적인 마케팅, 홍보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포털 사이트에 키워드 광고를 하거나 아니면 동물병원에 소개비를 지급하면서 손님을 유치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네이버 키워드 광고 아니면 동물병원에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데, ‘강아지 장례’, ‘고양이 장례’ 네이버 키워드 검색 비용이 10여 년 전 ‘클릭당 50원’에서 현재는 ‘클릭당 1만원 수준’까지 높아졌다. 많은 동물장례업체가 동물병원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보호자 대상 마케팅, 홍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키워드 검색 비용까지 높아지다 보니 동물병원에 마리당 소개비를 몇만 원 지급하면서 손님을 유치하는 게 유일한 영업 수단이 되는 셈이다. 궁여지책이다.

문제는 소개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부터 업계에서 ‘마리당 5만원’ 정도의 소개비는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소개비를 ‘마리당 10만원’ 지급하는 업체들이 늘어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동물장례업체와 동물병원 간 리베이트 논란이 발생한 이후 장례 업체들도 많이 발전했고 노력을 기울여 마케팅하고 브랜딩을 해왔다. 장례비용도 투명하게 홈페이지에 공개한 곳도 많다. 그런데, 글로벌 투자사의 투자를 통해 공격적으로 지점을 확대하고 있는 업체가 리베이트를 10만원으로 상향시키면서 다른 장례식장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리베이트 비용을 같이 올리거나, 동물병원 영업을 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업체는 현재 전국에 가장 많은 지점을 둔 장례업체다. 큰 투자금을 바탕으로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기업인데, 동물장묘업에 뛰어든 지 몇 년 만에 지점을 빠르게 늘렸다.

소개비 지급 방식은 이렇다.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이 치료, 입원 중에 사망하거나 안락사를 한 경우, 혹은 죽음이 임박하면 보호자가 “안락사를 한 뒤에는 어떻게 해요?”, “강아지가 죽으면 어떻게 하죠?”라고 묻거나 동물장례식장 추천을 요청한다. 이후, 동물병원에서 동물장례업체를 추천해 주고, 해당 동물장례업체에 연락해서 어떤 보호자가 갈 거라고 얘기한다. 그럼, 장례 업체에서 해당 손님에 대한 소개비를 병원에 지급한다. 동물병원에서 직접 예약을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동물장례업체를 추천하는 수의사를 무조건 탓할 수도 없다.

보호자가 동물장례식장을 물어보는데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와요”라고 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부분의 동물병원에서 1년에 죽는 환자가 수백 마리씩 되지는 않기 때문에 소개비로 큰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드물다. 동물병원 입장에서는 보호자가 문의했을 때 바로 소개할 수 있는 업체를 알고 있는 게 더 중요하다. 업체와의 접점이 필요한 이유다.

한 동물병원 원장은 “반려동물의 죽음은 진료의 마지막”이라며 “주치의로서 동물의 죽음까지 책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일간 장례를 치르는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의 경우 보통 죽은 당일에 장례를 치르길 원하는데, 이를 해결해 주는 것도 수의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반려동물의 죽음은 사람과 달리 ‘응급성’이 존재한다. 보호자의 아픔과 고통을 빨리 마무리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아예 소개비를 받지 않는 원장들도 있다. 업체에 “소개비는 괜찮으니, 대신 보호자에게 더 잘해달라”고 당부한다. 이 경우, 업체는 장례비를 할인해 주거나 여러 가지 용품을 지원한다.

소개비 지급을 하지 않는 동물장례업체도 꽤 있다. 시설, 서비스, 위치 등이 차별화되어 있어서 동물병원의 추천 없이도 충분히 영업이 가능한 곳이거나, 높아진 리베이트 비용 때문에 동물병원 영업을 포기한 곳이다. 실제, 동물병원에 소개비를 지급하지 않지만, 전체 장례 건수의 약 20%가 동물병원의 소개로 이뤄지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위해 여러 업계 관계자, 동물병원 원장, 관련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반려동물 장례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소개비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동물장례비용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소개비가 커지면 장례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이는 비단 동물장례 업계에만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반려동물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물장례는 반려동물 양육의 마지막 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반려동물을 다시 키우게 되는 시작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과의 이별 후 펫로스증후군으로 힘들어서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는 보호자가 많다”며 “반려동물과 건강한 이별을 해야 다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데, 장례를 치르며 안 좋은 경험을 한다면 동물을 더더욱 키우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장례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수록 반려동물 시장 성장도 둔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다만, 장례업체의 경쟁이 치열하고, 영세한 업체가 많은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모든 문제가 양성화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동물장례업체와 수의사가 모두 올바른 동물장례 문화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보건복지부 장례지도사 국가자격증 소지자이자 ‘반려동물장례학’ 저자인 최시영 한국반려동물협회 대표는 “현재 상황이 열악해서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동물장묘업체는 특성화 요소, 차별화된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업체가 다 어려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동물병원 원장님들도 정말 좋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장례업체를 보호자에게 추천해 주시면 좋겠다”며 “그럼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소개비 문화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