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스토리:이상한 동물원의 행복한 수의사가 되기까지] 청주동물원 변재원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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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먼저 경험해본 사람의 의견을 듣곤 합니다. 누군가가 걸어간 발자취는 다른 누군가의 앞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1기는 데일리벳의 좋은 영향력을 살릴 수 있도록 선배가 후배에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벳스토리: OOO이 되기까지]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벳스토리 프로젝트에서 11기 학생기자단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1번째 주인공은 청주동물원에서 진료 수의사로 활동 중인 변재원 수의사(사진)입니다.

아쿠아리움 수의사를 거쳐 청주동물원에 도착한 이야기를 다룬 1부와 최근 집필한 책 이야기를 전할 2부로 이어집니다.

청주동물원에서 진료수의사로 있는 변재원입니다. 이곳에 있기 전엔 일산 아쿠아플래닛에서 5년 정도, 응급 수의사로 3년 정도 일하다가 청주동물원에는 2년 전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생각해보면, 비염 때문에 털 알러지가 심한 것이 주된 이유일지도요(웃음).

사실 수의대에 입학한 후 군 복무 중에, 키우던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됐어요. 당시엔 그 일로 수의사가 되겠다는 꿈도 잃고 전과까지 생각했습니다.

부사관을 해야 하나까지도 고민하던 차에 제가 마침 다이빙을 하는 부대에 있었거든요. 거기서 돌고래를 보게 되면서 아쿠아리움을 꿈꾸게 됐습니다. 진로를 결정한 뒤엔 아쿠아리움에서 일하시는 선배 수의사에게 연락드려서 구체적으로 준비하게 됐어요.

일련의 사건들로 아쿠아리움을 그만둔 후 소동물 수의사로 진로를 틀어야 하나, 외국 생활을 할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데일리벳에서 김정호 팀장님과 청주동물원의 기사들을 보게 됐습니다. 같은 시도를 해봤던 입장에서, 기사에 담기지 않는 팀장님이 겪고 있을 어려움들이 조금 예상이 됐어요.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을, 반대와 장애물을 넘고 계실지 아니까, ‘그럼 나라도 가서 힘을 보태보자’ 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팀장님과 합류하기 위해 연락을 드리면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청주동물원 내 동물병원. 현재 계속 새로운 장비와 공간을 정비하는 중이다.

굉장히 바빠집니다. 일단 출장 컨설팅, 인력 양성 교육 등 수의사 외적인 업무가 많이 생길 겁니다.

또 진료 의뢰도 많이 들어올 겁니다. 저희는 동물원 입장에서의 2차병원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야생동물보존센터도 준비 중입니다.

저희가 그리는 청사진은 동물원에서 수술이나 큰 케이스를 진행하기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겁니다. 현재 김정호 팀장님이 마취, 저는 영상, 홍성현 선생님이 임상병리 쪽을 맡고 있어 진료 기반은 만들어진 태죠.

‘저희가 검사와 진단을 맡고 환자의 수술은 각 동물원, 수족관에 있는 전담 주치의 수의사들이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입니다. 주치의는 유지하면서, 진단과 수술이 가능한 인프라를 만들어 놓는 거죠.

물론 여건상 정 안되면 저희 팀장님이 하거나, 다른 동물병원의 외과 수의사 분을 섭외하겠지만, 웬만하면 그렇게 굴러갈 수 있게 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사자 ‘바람이’ 방사장 가는 숲속 길엔 별이 된 동물을 기리는 추모관이 있다

네, 옛날에 쓰던 동물사들을 최대한 안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 쓰는 방사장을 처음에는 없애려고 했어요. 그런데 철거도 사실 전부 비용이 드는데, 새로운 동물장을 만들고 환경 조성하고 이러다 보니 예산이 모자랐습니다.

예산 문제로 일단 철거는 어려우니, 잠깐이겠지만 빈 공간으로 두고 그 공간을 어떻게 써볼까 고민을 했습니다.

마침 거기가 딱 동물원의 중간 지점이에요. 거기에서 하늘이 되게 잘 보이거든요. 그 안에서 한숨 돌리시면서, 하늘도 보고 쇠창살도 보고 그러시면서 ‘난 뭘까’ 뭐 이런 생각도 하시면 좋겠고…(웃음) 기왕 들어가신 거 동물들은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보셔도 좋겠고요.

각자 생각은 다르실 거고, 분명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관람객들께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청주동물원은 다양한 동물의 생태환경 조성을 위해 상당한 오르막길이다.
그 길 중앙에 놓인 사람용 방사장 체험 공간.

저는 동물원의 동물들은 야생동물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손을 뻗은 순간 야생성은 깨진 것이라고 봅니다. 깨진 야생성을 돌려놓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실제로 행할 수 있는 동물들은 방사를 고민하겠지만요. 그게 안된다면 그때부터 야생동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야생성을 돌릴 수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게 현재 동물원의 할 일인 것 같아요.

지금으로서는 아직 방치된 동물원 동물들이 너무 많이 있잖아요. 그래서 동물원 허가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정말 많은 동물들이 나올 거예요. 여러분들이 깜짝 놀랄 만큼 많은 동물들이 버려질 겁니다.

사실 지금도 생태원이나 저희도 전화를 거의 일주일에 두세 번씩 받거든요. 결국은 ‘여건이 안되어 데려가 주셨으면 합니다’라는 용건의 전화입니다.

그게 이제 3, 4년 뒤에는 더 많아질 거고 그때가 되면 아마 살아남은 동물원의 역할은 그런 동물들을 돌보는 게 주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합니다.

동물원 초입의 수달 방사장.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설계되어 있다.

네, 안타깝지만 결국에는 그 친구들은 여기, 동물원에서 죽게 될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책상 외국에서 지내던 야생동물들은 야생에 방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살아가는 동안 그래도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을 땐 숨기도 하고, 먹이주기 체험 같은 건 없이 밥은 편하게 먹고, 아플 때는 진료도 제대로 봐주는 그런 곳에서 지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럴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죠.

부담감이 있을 수는 있어요. 있을 수는 있는데..일단은 저는 첫 진료를 아쿠아리움에서 했잖아요. 회복을 물에서 해야 하니까 외과적 처치가 정말 어려워요. 아예 내과로만 처치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 일단은 동물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부터 고민을 해야 하거든요.

동물원에 와서는 그런 부분이 없어서 오히려 접근은 편한 것 같아요. 치료 데이터가 잘 안 쌓여 있는 분야는 맞지만 시도를 못 해볼 환경은 아닙니다.

그래서 ‘아픈 상태로 지내는 친구들도 계속 재활이나 새로운 뭔가를 해줄 수 없을까, 육지에서 지내는 친구들이라 해볼 수 있는 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대형조류의 심장 쪽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동물원 일로 바빠서 진행이 어렵네요.

[2부](바로가기)로 이어집니다

홍서연 기자 cumulus1050@gmail.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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