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바로가기)에서 이어집니다
최근 에세이를 출간하시면서 작가로서의 삶도 개막하게 됐는데요,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처음에는 김정호 팀장님에게 왔던 제안이었어요. 팀장님이 ‘너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추천해주셔서 도전해보게 됐습니다.
책에는 어떤 내용을 담고자 했나요?
동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상태로 동물원에 들어오게 되는지 설명하고 싶었어요. 무슨 이유로 그런 상태를 맞이하고 지내게 됐는지. 그런 동물을 처음 보게 된 진료 수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죠.
책을 보면 하나의 장마다 각기 다른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구성이 특별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쓰면서 특히나 생각이나 고민이 많았던 챕터가 있나요?
사실 가장 고민과 생각이 많았던 챕터는 너무 어두운 이야기라 엮는 과정에서 제외됐어요. 처음에는 정말 어두운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거든요.
동물원 동물들 이야기는 기본이고, 동물이 제 손에 떠났던 순간들, 지식이 쌓이면서 제가 했던 후회의 순간들을 넣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주제가 너무 어두워지다 보니 많이 덜어내게 됐죠.
그렇게 어두운 부분을 덜어내고 의도적으로 밝은 이야기를 중간중간 넣었어요. 결과적으로 나온 책도 제목에 비해 그렇게 밝은 내용은 아니긴 하지만, 그게 참 많이 덜어낸 결과물입니다.
책의 1장에서 2장으로, 다시 3장으로 넘어갈 때마다 선생님의 삶의 태도에도 변화가 보이는 것 같았어요. 어두운 내용이라 하셨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끼는 부분도 있으셨던 것 같고요.
네, 보람은 늘 느끼고 있어요. 처음에 아쿠아리움을 다니던 시절, 그러니까 초보 수의사 시절에도 하루하루 보람찬 상태로 지냈죠.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눈 먼 열정과 실수마저 좋게 생각을 하거나, 운 좋게 진료가 잘 된 것인데 뿌듯해했던 시간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사실 지금 저의 이 보람찬, 행복한 하루하루도 걱정이 되긴 합니다. 과연 10년 뒤에도 지금의 내가 보람찬 기억일 수 있을까 하고요.
예전의 모습을 지금은 후회하시는 걸까요?
네. 그런 부분에서 뿌듯해하면 안됐는데 싶고..무엇보다 동물들에게 너무 미안하죠.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신다면 어떤 걸 하실 건가요?
저는 무조건 소동물 진료를 먼저 했을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소동물 쪽 공부를 거의 놓다시피 했거든요. 아주 기본적인 교과서 수준에서 위주로만 보고 대부분의 시간을 야생 동물들 자료를 찾는 데에 썼어요.
하지만 사실 없는 자료는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거든요. 오히려 소동물 쪽에서 확실한 자료들을 보고 접근하는 법을 배우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때는 없는 자료를 찾으려 애쓰다가 결국 없으면 ‘어쩔 수 없네’ 하며 관뒀던 게 아직도 기억에 크게 남아 있거든요.
동물원 수의사는 수백여 종들의 동물과 함께 하는데, 이렇게 다양한 종들을 어떻게 공부하고 치료를 준비하시나요?
사실 종별 데이터는 평소에 공부할 때는 고려하거나, 찾아볼 수 있지만, 보통은 응급일 때가 더 많아요. 그런 걸 찾아보기 위해서는 시간 확보가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도 저도 모르고 있는 애가 응급이 터졌으면 이걸 써야겠다’를 준비하는 편이에요. 응급 시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요.
제가 다행히 응급 공부가 좀 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종에게 안전한 수액과 탈수 교정법 같은 것들을 생각을 해놓고 접근을 하는 편입니다.
일단 응급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행동 강령을 찾아보시는군요.
그렇죠. 일단 검사를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겁니다. 검사가 가능한 상태부터는 책을 찾아보고, 공부한 것들을 짚어볼 수도 있어요.
사실 저희 같은 경우에는 분과가 비교적 잘 되어있다 보니, 응급 상황 뒤로는 일을 나눠서 진행할 수 있어서 수월한 것 같아요. 물론 저 혼자인 상황에는 어쩔 수 없이 혼자 하겠지만요.
수의사가 된 처음과 비교했을 때 현재 이곳 청주동물원에 오면서 가장 크게 바뀌시게 된 삶의 태도가 있다면?
부모님과 자식한테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더라고요. 잘못이 아닌 행동에 당당하고, 제 잘못은 겸허하게 인정하는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작가가 된 이후에 수의사의 삶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제 평소의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하는 행동 혹여나 제 책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먹칠을 하는 것 같아서요.
학생들에게 수의사를 하면서 작가로서 책을 내는 것을 추천하시나요? 어떤 방식으로 본인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
힘든 경험, 실수가 많은 삶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책이라는 게 사실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위해서 제가 그동안 살아온 발자취를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러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이 책을 내고 어떻게 살아야 될 지가 정립이 됐죠. 그저 책을 써보는 것만으로도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네,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벳스토리 특집기사 공통 질문을 드릴까 해요. 선생님께서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의 히스토리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무엇일까요?
분노나 오기?(웃음) 저는 누가 이기나 해보자 같은 마음으로 일에 덤벼드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요. 그게 에너지가 되어서 삶이 돌아가는 것 같아요.
동물원 수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할 말씀이 있으시다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들 있으실 테니, 저는 어디에서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많은 반대나 현실에 부딪히는 상황에서라도 한번은 본인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용기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홍서연 기자 cumulus105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