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산갑, 호랑이, 코뿔새 같은 밀수된 희귀동물도 구조해요”

베트남 하노이야생동물구조센터의 수의사 뷔(Vy)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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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2024년 5월 19일부터 시행된 개정 야생생물법에 따라 야생동물 수입검역 제도가 시행 중입니다. 해외로부터 야생동물을 통해 질병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야생동물검역관이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야생동물을 검역하고 질병 감염 여부를 확인하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밀수·밀반입된 동물들이 적발되면 회수하여 반송하거나, 국립생태원의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로 옮겨져 보호를 받게 됩니다.

베트남에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시설이 있습니다. 하노이야생동물구조센터(Hanoi Wildlife Rescue Center, HWRC)는 다양한 야생동물 종의 구조, 보호, 번식 및 연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베트남은 야생동물 밀매의 주요 경유지이자 종착지로 꼽히는 나라들 중 하나입니다. 밀렵 활동도 빈번하게 발생하는데요, 하노이야생동물구조센터는 주로 불법 활동으로부터 압수된 동물들이나 자발적으로 이송된 동물들을 구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현재 불법 야생동물 거래에서 구조된 원숭이, 소형포유류, 포유류, 뱀, 새, 거북이, 호랑이, 반달가슴곰 등 약 60여종 600여 마리의 동물들이 센터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야생동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일하는 야생동물수의사 뷔(Vy)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영어 지면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한글로 번역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뷔(Vy)이고, 야생동물 수의사입니다. 현재 하노이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상근 수의사로 일하고 있어요. 2022년부터 베트남 전역의 다른 야생동물 구조센터도 돕고 있습니다.

졸업 논문을 작성할 때 처음으로 코끼리와 일을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제가 실제로 야생동물, 특히 베트남의 야생동물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네. 크게 야생 코끼리와 가축화된 코끼리 두 종류가 있는데요, 저는 주로 가축화된 코끼리와 일을 했습니다. 구충제를 투여하거나, 진정제를 사용해 건강 검진을 하거나 상처 치료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이 코끼리들은 야생 코끼리에게 공격당해 다치거나 나이가 많아 쇠약해졌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가축화된 코끼리와 야생 코끼리가 같은 숲에서 서식지를 공유하는 경우가 있다보니 공격을 받곤 하죠.

코끼리들이 너무 나이가 많고 종말증(cachexia) 상태로 넘어가는 경우에는 수액도 주고, 영양제도 주고, 손으로 음식을 먹여주기까지 하면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합니다. 저도 이런 경우를 두 번 정도 경험했어요.

   

하노이야생동물구조센터는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큰 야생동물 구조센터로, 매년 수천 마리의 야생동물을 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종부터 덜 우려되는 종들, 혹은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야생동물까지 포함됩니다.

저희 센터는 매년 밀반입 과정에서 적발된 삵, 천산갑, 새, 원숭이, 수달과 같은 동물의 새끼들을 인계 받아 돌보고 있어요. 재활 및 방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포획된 후 죽는 동물의 수를 줄여 나가고 있죠.

공작새와 거북 같은 종을 대상으로 번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저의 임무는 동물들의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개와 고양이가 그렇듯 야생동물도 아픈 것을 정말 잘 숨기기 때문에 최악의 상태가 되었을 때만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매일 관찰하면서 정상적으로 먹고 배변을 하는지, 식단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사육사가 청소를 적절히 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입원 구역에 있는 환자들이 괜찮은 지 확인하는 것도 제 임무입니다.

현재로서는 사양관리와 예방의학 분야에서 계속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야생동물 수의사로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 같아요. (센터의 동물을 연구한) 논문이나 접근 가능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노이야생동물구조센터에는 다양한 초식동물, 육식동물, 잡식동물들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앵무새, 공작, 맹금류와 같은 많은 새들도 있고, 거북, 코브라, 비단뱀과 같은 파충류, 심지어 악어도 돌보고 있어요.

영장류로는 마카크 원숭이, 긴팔원숭이, 늘보로리스가 있습니다. 수달, 사향고양이, 삵, 반달가슴곰과 같은 다른 포유류도 계류 중이죠.

또한 밀수된 천산갑, 호랑이, 코뿔새와 같은 희귀동물도 구조합니다. 가끔은 카라칼, 서벌, 이구아나 같은 야생동물을 인계받기도 합니다.

   

보통 저희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센터에 들어온 외래종 동물을 죽을 때까지 계속 돌봐주는 거죠. 두 번째 방법은 센터에서 돌보던 동물을 동물원에 보내는 건데, 해당 동물원이 동물의 복지를 잘 챙겨줄 수 있다는 보장이 있을 때만 그렇게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그 외래종이 침입종이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인데요, 이 때는 안락사가 최선입니다.

수의학은 쉽지 않아요. 항상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학문이죠. 제게 가장 보람된 순간은 환자들이 회복해서 야생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거예요. 하노이 야생동물 구조센터의 시설이 완벽하지는 않고, 필수적인 장비들도 여전히 부족하긴 하지만요.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배워 나가야 할 부분들도 많겠지만, 그래도 저는 지금까지 저희가 일궈 온 것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먼저, 베트남의 야생동물 수의사 커뮤니티는 아직 작은 규모이기도 하고,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어 정보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몇몇 야생동물 종에서는 지금까지 수행된 연구가 매우 적어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어요. 때문에 각 종에 대한 적절한 약물 용량이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동물의 해부학적 구조에 맞춰 고안된 수의 장비의 부족도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또 야생동물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것도 정말 쉽지 않아요.

그리고 베트남의 야생동물 수의사에게는 열악하고 고온 다습한 날씨에서 견딜 수 있는 체력과 인내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자문할 수 있는 조직병리학이나 안과학 분야의 전문의를 찾기 어렵기도 합니다.

   

저희 팀 사람들은 제가 팀에서 가장 야심 찬 사람이라고 농담을 하곤 합니다(웃음).

솔직히 말하자면, 가까운 미래에는 (조직병리학 또는 안과학 분야의) 수의전문의가 되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조직병리학과 안과학은 수의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이 분야의 전문가를 찾기가 어렵거든요. 이 목표를 이루기가 꽤나 어렵겠지만 그래도 제가 해낼 수 있기를 바라요.

또 센터에서 일하는 수의사들의 능력을 향상시켜서 우리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싶고, 센터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었으면 합니다.

김예진 기자 yejinkim@chungbuk.ac.kr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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