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의료 정책, 유병율 조사부터 필요하다

민경덕 충북대 교수, 국내 반려동물 유병률 조사 위한 개선점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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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도 반려동물 진료에 대한 부가세 면세 등 반려동물 의료 관련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 기반이 될 데이터는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반려동물 환자에서 어떤 질환이 많은 지, 유병률은 어떠한 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민경덕 충북대 교수는 10월 18일(금) 엠비씨컨벤션진주에서 열린 대한수의학회 2024 추계국제학술대회 동물의료·ICT 융합인재양성센터 세션에서 현재 진행 중인 유병률 조사 시도를 소개했다.

민 교수는 정부의 정책이나 반려동물보험(펫보험) 활성화에 유병률 연구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목하며 개선 방법을 함께 제언했다.

국내에서도 어떤 품종에서 어느 질병이 다발하는지를 조사한 연구는 산발적으로 나왔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2018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관련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이중 2023년 대한수의학회 학술지 KJVR에 보고한 논문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전국 4개 시도에 걸쳐 분포한 동물병원 16개소에 내원한 반려견의 진료기록 19만여건 중 주요 품종인 말티즈·푸들·시츄의 진료기록 4만여건을 뽑아 분석했다.

민경덕 교수는 “일선 동물병원에서는 직접적인 통계가 없더라도 경험적으로 어떤 질병이 다발하는지 파악하게 된다. 유병률 연구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면서도 공공적인 관점에서는 유병률 조사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지목했다.

가령 지난해 정부가 반려동물의 다빈도 질병 100여종에 대해 부가세를 폐지했는데, 그러려면 다빈도 질병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다빈도 질병 100종을 선정할 때는 ‘동물진료 표준화’ 관련 연구용역 과정에서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얻은 결과를 활용하는데 그쳤다.

해당 설문조사는 여러 질병을 나열해 각각 주당 몇 회나 진료했는지를 응답하는 방식이었다. 응답자의 기억에 의존하는 조사다 보니 일선 수의사들의 인식을 반영했을 지는 몰라도 객관적인 데이터로 보긴 어렵다.

민 교수팀도 전남대, 농촌진흥청, 페토바이오와 함께 반려동물 환자의 다발질환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서는 27개 동물병원에서 7만여 환자의 의료기록 114만건을 제공받아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시도들은 연구 참여에 동의한 동물병원의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한계가 있다. 무작위 추출 방식이 아니다 보니 연구대상의 표본 데이터가 전체를 제대로 반영하는지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사람의 지역사회건강조사 등에서 활용하는 시군구별 무작위 추출 방식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목했다. 무작위 추출로 선정된 동물병원이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민 교수는 “동물병원이 유병률 연구에 참여하거나 표준화된 차트 작성을 하게 만들 모티베이션이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전체 반려견·반려묘 집단의 특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다. 사람은 성별이나 나이대별 인구수 등이 명확해 가중치를 잘 설정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은 모집단의 특성을 모른다. 사람과 달리 반려견·반려묘는 품종이라는 추가적인 요인도 있다.

그나마 반려견에서는 동물등록 데이터가 있지만 모든 개체가 등록한다고 보기 어렵고, 폐사 정보가 제대로 수집되지 않아 모집단을 추산하기 어렵다.

이날 민경덕 교수는 샘플링의 대표성보다는 가중치 책정을 개선하는데 무게를 뒀다. 생태학 분야의 방법론을 응용하는 등 보다 면밀하게 가중치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영국의 VetCompass와 같이 대규모의 반려동물 의무기록 수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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