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군견·경찰견·탐지견 모두 모인다, 국군의학연구소 동물병원 박경국 수의관
특수목적견 진료 협력에 수의대생 실습 교육도..”은퇴견 위한 지원 정책 필요하다”
군에도 동물병원이 있습니다. 춘천의 육군 군견훈련소, 진주의 공군교육사령부 그리고 대전 국군의학연구소까지 3곳입니다.
군 동물병원이지만 군견만 진료하진 않습니다. 경찰견, 수색·탐지견, 119구조견 등 국가기관에 소속돼 봉사하는 특수목적견들이 군 동물병원을 찾습니다. 인터뷰 당일에도 경찰견 1마리가 행동의학 진료를 보러 왔고, 종양 수술을 받은 군견이 회복 중이었습니다.
이들 특수목적견들이 주로 중대형견이다 보니 일선 동물병원과 진료 양상이 다소 다른데요, 내시경, 복강경, C-arm에 CT까지 부족하지 않은 진료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수목적견의 건강한 임무수행을 돕고 은퇴한 봉사동물까지 돌보는 국군의학연구소 동물병원 박경국 수의관(사진)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군 동물병원이 타부처 특수목적견까지 진료하는 것은 범부처 협력사업의 좋은 사례인 것 같습니다.
2011년 결성된 정부 특수목적견 정책협의체를 바탕으로 2018년부터 군 동물병원을 중심으로 진료협력을 본격화했습니다.
이곳 국군의학연구소 동물병원에서만 군견이 아닌 타 부처 특수목적견을 연간 200여건 진료하고 있습니다. 군견이 아닌 특수목적견이 전국에 400마리 정도니 적지 않은 숫자이긴 합니다. 물론 군견도 진료합니다. 군견만 연간 300마리 넘게 옵니다.
사실 부처별로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바깥의 동물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워요. 대형견에서 위확장꼬임(GDV)이 흔한데, 민간병원에서 GDV 환견 1마리를 치료하면 한 해 예산이 동나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대전, 춘천, 진주에 위치한 군 동물병원이 권역별로 특수목적견 진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수목적견을 운용하면서 동물병원까지 실제로 운영하는 기관은 군이 유일하거든요.
특수목적견의 GDV를 예방하기 위한 위고정(Gastropexy)이나 건강검진, 응급진료 등을 실시합니다. 야외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개들이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이 많고요, 만성소화기질환이나 행동의학적 진료 수요도 있습니다.
국군의학연구소 동물병원을 소개해주신다면
저와 김정윤 대위, 신정협 대위, 한만웅 중위까지 수의사 4명이 진료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7년 수의장교로 이곳에 왔지만 지금은 민간인 신분인 전문군무경력관입니다. 나머지 수의장교들은 단기장교로 복무하는 중입니다.
진료도 보고 연구도 할 수 있는 곳이다 보니 수의장교로서도 매력이 큰 곳입니다. 해외파병에 합격하거나 전방복무로 점수를 쌓아 군 동물병원을 ‘공략’하죠.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보조인력이 동물보건사 1명뿐이고 예전에 있던 병사 자원도 이제는 없어서 쉽지만은 않습니다. 워낙 큰 개들을 다뤄야 하다보니 진료 한 번 보려고 해도 여러 명이 필요하거든요.
적은 인원으로 입원·응급 수요에도 대응해야 하고, 병원 원무를 담당해줄 행정인력도 따로 없어서 재고관리까지 모두 수의사의 몫입니다.
수의장교를 제대한 후 일선에서 진료할 수도 있었을텐데, 군 동물병원에 남기로 결심하신 계기가 있나요?
충남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2014년 단기장교로 임관했습니다. 레바논으로 파병도 다녀왔죠. 복무를 연장하여 2017년 이곳에 처음 왔는데요, 그 때는 아직 필름으로 엑스레이를 현상할 정도로 인프라가 부족했습니다. 차트도 수기로 썼고요.
수의장교 분들이 진료는 열심히 해도 병원 자체를 개선하기 위한 행정 노력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사실 ‘군에 조금 더 남아서 임상을 접해보자’ 정도의 생각이었는데,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군견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군에서 살고 군에서 죽는 개들인데 보다 좋은 대우를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거라도 바꿔보자, 다음에는 이걸 또 고쳐보자 하다 보니 한 해 한 해 흘러갔습니다. 군 내부에서 행정절차를 거치고 예산을 확보해서 장비를 바꾸는데 2~3년씩 걸리거든요. 국방부도 가고 기재부도 쫓아다니며 설득했죠. 처음 4~5년은 오후 6시까지 진료를 보고, 다시 자정까지 행정업무에 매달리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동물병원의 진료 인프라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치과수술실도 따로 두고, 복강경, 내시경, C-ARM에 CT까지 구비하고 있습니다. 엑스레이도 DR로 바꿨죠. 1억원 넘게 들여 대형견에 적합한 제품으로 마련했습니다. 같은 의무사령부 소속인 군 병원에서 교체하는 장비들 중 상태가 좋은 것들을 받아오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국군의학연구소 동물병원 리모델링이 사업계획에 반영됐습니다. 2026년에 설계가 들어가면, 곧 더 좋은 환경으로 바뀔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인프라와 함께 수의사의 진료역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저희 진료 현황을 매년 분석하고 있는데요, 확실히 일선 동물병원과는 다릅니다. 가령 심장질환이라면 소형견 위주인 일선에서는 승모판 관련 질환이 많겠지만, 대형견 위주인 특수목적견에서는 대동맥판막협착이나 심근 질환이 많죠.
셰퍼드나 말리노이즈 같은 특정 품종견을 활용하다 보니 퇴행성 척수병증(DM)이나 외분비이자부전(EPI) 같은 유전병도 많고요.
저는 그래도 수의내과학 학위가 있지만, 다른 수의사는 졸업하자마자 임관한 단기 장교이다 보니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측면은 있습니다만 정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수의과대학 임상대학원과 병행하기도 하고요.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목적견 1마리를 양성하는데 5천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그만큼 특수목적견을 진료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케이스는 충남대학교 동물병원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달마다 4번은 가는 것 같아요. 군견은 물론 경찰견 진료도 잘 봐주셔서 언제나 모교에 감사하고 있습니다(웃음).
앞으로는 저처럼 동물병원에 장기간 근무하는 형태로 수의사와 동물보건사가 더 있어야 진료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고 또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선 동물병원처럼 수의대생 실습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학생실습은 2019년부터 받았는데요, 서울대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육군에서 매년 서울대 수의대로 학사위탁을 보내는데요, 그들이 수의사가 되어 군으로 돌아오기 전 경험을 쌓기 위해 국군의학연구소 동물병원에 실습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었습니다. 이후 서울대 본4 로테이션 외부실습기관에 포함되면서 매년 학생 5~6명은 실습을 오고 있습니다.
이후 충남대·충북대 등 주변 수의과대학으로도 확대됐고요, 올해 경북대와도 협약을 맺고 학생실습이 진행됐습니다.
학생실습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운경 소장님께서는 가급적 전국 10개 수의과대학 모두와 협약을 맺어 수의대생들이 실습도 오고 군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군 동물병원의 실습은 아무래도 특별한 경험일 것 같습니다
다른 동물병원에서는 주로 보는 것에 그치겠지만, 여기서는 진료에 정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셰퍼드나 말리노이즈처럼 바깥에선 보기 어려운 개들이 많은 것도 재미있어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부검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데요, 실습기간 동안 부검에 참여한 학생들은 부검을 좋았던 경험으로 꼽습니다. 사실 수의과대학에서는 돼지나 닭 같은 가축의 부검은 실습해볼 수 있어도 개를 부검하는 경험을 하기는 쉽지가 않죠.
새로 부임하신 문운경 소장님이 수의병리학의 전문가이시다 보니 부검 역량도 크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검역본부에 가서 수의법의학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있거든요.
일선 병원에서는 노령동물에 대한 진료가 핵심인데요, 특수목적견도 은퇴 후 민간에 입양되지 않는다면 계속 소속기관에서 지낼 테니 노령동물 진료수요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보통 특수목적견은 8~9세가 되면 은퇴합니다. 9세가 넘어가면서 임무수행 능력이 많이 감소하는 편이거든요.
은퇴한 특수목적견(은퇴견)의 민간 입양도 종종 홍보하지만, 실제로 입양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국내에 운용 중인 특수목적견은 군견, 경찰견, 탐지견, 119구조견을 포함해 1,200여마리 정도 되는데요, 이중 이미 은퇴한 개들만 400마리 정도입니다. 그만큼 은퇴견의 비중이 높죠.
특수목적견 정책협의체에서도 은퇴견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민간입양도 여의치 않고, 안락사도 극히 제한적으로 하다 보니 은퇴견이 쌓입니다. 그렇게 은퇴견 관리에 들어가는 부담이 커지다 보니 정작 작전에 투입되는 현역에 대한 관리가 어려워지는 거죠.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애물단지가 되는 셈입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한 은퇴견들이 존중을 받으며 여생을 살아도 모자란데..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은퇴견들을 위한 대안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적절한 시점에 입양을 가는 게 가장 좋겠죠. 하지만 이미 은퇴시점에는 노령견입니다. 질병이 많아질 시기이니 진료비 부담이 문제죠.
군인은 전역 후에도 군 병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국가유공자를 위한 보훈병원도 있고요. 이처럼 새 가족을 찾은 은퇴견들도 현역때처럼 군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면 어떤 지를 두고 정부 내부에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수의사회나 일선 수의사분들의 공감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은퇴견 센터’도 필요합니다.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은퇴견을 한데 모아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면서 입양처도 보다 적극적으로 찾게 하는 거죠. 특수목적견을 운용하는 군·경찰·소방 등이 은퇴견 관리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제껏 동물복지 정책이라고 하면 반려동물, 유기동물 위주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봉사동물’도 엄연히 동물보호법에 근거를 둔 법적 지위인데, 별다른 지원책이 없어요. 국가를 위해 봉사한 동물들의 노후를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새롭게 동물복지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논의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수의사·수의대생 독자에게 전하는 말씀이 있다면
국군의학연구소 동물병원은 특수목적견에게 맞는 진단, 치료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개체 감염병 등의 연구도 진행하고 있고, 군의관 분들과의 교류도 활발합니다. 군진 임상수의학이 생각보다 공부할 것도, 해야 할 일도 많아요.
문운경 소장님께서도 수의사들이 군에서 진료하고 연구하는 기반을 넓힐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로를 고민하는 수의대생과 수의사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