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도 정부도’ 원헬스 접근법 위한 과제는..정보 연결, 부처간 협력

질병관리청 2024 국제 원헬스 정책포럼 개최..WHO, WOAH, 英·中 당국자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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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청장 지영미)이 11월 1일 서울 용산 피스앤파크컨벤션에서 2024 국제 원헬스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등 국제기구와 영국, 중국의 보건 당국자들이 방한해 원헬스 정책의 국제 동향을 전했다. 조류인플루엔자, 항생제 내성, 매개체 감염병 등 주요 원헬스 이슈를 함께 조명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원헬스 접근법의 기반이 될 정보의 통합·연계에 주목했다. 정보가 연계되어 있어야 새로운 팬데믹 위협을 조기에 감지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큰 그림은 기조연설에 나선 WHO의 팬데믹·전염병 정보국의 올리버 모건(Oliver Morgan) 국장이 그렸다. 공중보건 위협에 조기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 현황을 소개했다.

모건 국장은 “WHO는 매월 9백만건의 공중보건 정보를 수집해 4만3천여건의 위협 징후를 찾아내고, 이중 주요한 30개의 사건을 규명하고 있다”며 오픈소스 정보를 취합해 전염병 정보를 국제단위로 공유하는 EIOS 시스템에 참여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인수공통감염병을 포함한 주요 동물질병의 국제 조기경보 시스템 ‘GLEWS+’도 강화할 계획이라며 “원헬스 정보에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리버 국장이 소개한 영국의 NBN 사례. 흩어져 있는 각종 원헬스 정보의 연결을 과제로 지목했다.

영국 보건청 이자벨 올리버(Isabel Oliver) 국장은 “기후, 환경, 사람행동의 변화로 인한 공중보건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원헬스 접근법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올리버 국장은 “영국에는 각 분야의 정보 소스가 매우 많다. 그만큼 이를 원헬스 접근법으로 통합하는 과정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국가 차원의 바이오감시 네트워크(National Biosurveillance Network)를 소개했다.

수의 당국이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를 분리하면, 해당 전장유전체 데이터가 곧장 보건 분야의 데이터 플랫폼에 반영되는 식이다.

한국도 데이터 연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조직한 원헬스TF의 팀장 김종희 질병청 인수공통감염병관리과장은 질병청이 추진하고 있는 원헬스 정책을 소개하면서, 올해 2월부터 구축한 방역통합정보시스템을 사례로 들었다.

식약처의 식중독·수인성전염병·약품 정보, 검역본부의 가축질병정보,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의 야생동물질병 정보에 출입국, 검역기록까지 정부가 운영하는 16개 정보수집체계를 연계했다.

김 팀장은 “식약처, 환경부, 농식품부의 정보를 연계한 것이 가장 의미가 있다”면서 “별개였던 정보시스템을 통합하면서 다부처 원헬스 접근이 더 용이해졌다”고 말했다.

원헬스 정책 사례로 소개된 SFTS 사람-동물 공동감시사업

개별적인 프로젝트에서 원헬스 접근법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도 지목됐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지나 사만(Gina Samaan) 지역위기국장은 서태평양 지역 27개국이 편차는 있지만 원헬스 정책을 도입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사만 국장은 “자원에 한계가 있는만큼 다양한 원헬스 의제 중에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가령 솔로몬제도는 인플루엔자의 동물-사람 간 전파에 초점을 맞추어 원헬스 접근법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희 팀장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사람-동물 공동감시사업, 인수공통감염병 공동 역학조사 매뉴얼 개발 등의 정책 사례를 소개했다.

대한수의사회와 함께 진행 중인 SFTS 공동감시사업은 반려동물, 야생동물, 군견 등에 SFTS 감염 여부를 감시하는 것과 함께 양성 동물과 밀접접촉한 동물병원 직원, 보호자 등의 2차감염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SFTS에 감염된 반려동물 44마리를 확인해 196명의 밀접접촉자를 모니터링했다. 이중 SFTS에 감염된 개에게 물린 수의테크니션 1명에게서 SFTS가 검출됐다. 해당 개와 수의테크니션에서 분리한 SFTS 바이러스는 혈청형과 유전자(L Segment) 염기서열이 동일했다.

인수공통감염병인 큐열, 브루셀라에 대해서는 질병청과 검역본부가 함께 역학조사 매뉴얼을 개발했다.

(왼쪽부터) WHO 올리버 모건 국장,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지나 사만 국장, 영국 보건청 이자벨 올리버 국장

원헬스 접근법을 정책으로 실현하려면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것이 불가피한만큼 협업도 중요한 과제다.

김 팀장은 “다부처, 민간이 참여하는 인수공통감염병대책위원회가 있지만 모든 부처가 원헬스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며 “(대통령실, 총리실 산하 등) 상위 단계의 거버넌스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영국 보건청의 올리버 국장은 “광범위한 원헬스 정책 내에 속한 여러 부처와의 조율이 쉽지 않다. 영국은 4개국(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즈-북아일랜드)과도 조율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서도 “보건-수의-식품안전 정책의 최고책임자로 구성된 전략그룹을 구성하고, 3년마다 관련 정책 예산이 어느 부처에서 얼마나 집행됐는지를 점검해 조정한다”고 말했다.

사만 국장은 동남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폴과 캄보디아를 우수 사례로 소개했다.

싱가폴은 2012년부터 보건·환경·식품 당국이 참여하는 원헬스협력위원회를 운영해오다 올해 들어서는 아예 보건부 산하에 원헬스협력위원회의 사무를 총괄하는 담당부서(Onehealth office)를 따로 설치했다.

캄보디아는 2023년 보건·농림·환경부처가 참여하는 원헬스다부처협력위원회를 설립해 팬데믹 대비 및 항생제 내성 문제 대응을 위한 재정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포럼 1세션 좌장을 직접 맡았다

지영미 청장은 “공중보건에 대한 위협은 한 국가의 사회 질서나 국가 안보에 직결된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원헬스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은 최근 원헬스 전담 부서 신설 및 관련 연구 활성화 등 원헬스 정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다져오고 있다”고 전했다.

질병관리청이 올해 인수공통감염병, 항생제 내성관리,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 분과로 구성된 원헬스 협의체를 신설하고, 한국형 원헬스 공동실행계획 수립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도 소개했다.

지 청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국내·외 원헬스 정책을 비교·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국내 원헬스 정책 추진 방향을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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