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스토리:동물치과병원장이 되기까지] 동물치과병원메이 권대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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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그 길을 먼저 경험해본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고는 합니다. 누군가가 먼저 걸어간 발자취는 다른 누군가의 앞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줍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1기는 선배가 후배에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진솔하게 전달할 수 있는 [벳스토리: OOO이 되기까지]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벳스토리 프로젝트에서 11기 학생기자단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3번째 주인공은 수의치과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권대현 수의사(사진)입니다. 반려동물의 구강 건강을 지키고 치과 질병을 예방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수의치과학 저변이 넓어지기 훨씬 전인 17여년전부터 수의치과학의 매력을 느껴 열정을 갖고 공부해 온 권대현 동물치과병원 메이 원장을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동물치과병원 메이 원장을 맡고 있는 권대현입니다. 현재 한국수의치과협회 기획 및 교육이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의사가 되어 소동물 임상을 시작한 지 어언 24년이 되었는데요, 수의치과학을 공부하면서 치과에 중점을 두고 진료를 본 지는 18년차가 됐습니다.

지금도 한국수의치과협회 저널클럽을 통해 수의치과학 논문들을 정기적으로 공부하면서, 전남대 수의외과학 교실에서 수의치과·구강외과 전공으로 박사학위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수의치과협회 정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고요.

2005년도에 Royal Veterinary College의 홈페이지에서 처음으로 수의치과학을 접했어요.

주사마취만으로 빠르게 스케일링 정도만 진행하던 시절의 수의사에게, 구강 방사선 촬영을 하고 수술로 치아를 발치하고 치주치료를 한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죠. 수의대에서 수의치과에 대한 내용을 전혀 접해보지 못한 채 졸업하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수의치과학을 접하고 공부할 때부터 언젠가는 동물치과병원만 운영하고 싶었습니다.

임상을 처음 시작하고 약 5년 정도는 일반적인 임상수의사로서 여러 진료를 했는데요, 친구와 동업한 동물병원을 홍대 인근에 차리면서부터는 치과 쪽에 좀 더 포커스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치과 자체에 중점을 둔 병원을 만들고 싶어서 동물병원 메이를 했어요. 처음에 치과진료와 일반진료의 비중이 5:5였다면, 해마다 그 비율이 바뀌면서 10년쯤 되니 8:2에서 9:1 정도 수준에 이르렀죠.

수의치과학 책을 열어본 그 때부터 17년 정도 지나니 ‘동물치과병원’이라는 간판을 거는데 고객과 다른 동료 수의사들한테 부끄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동물치과병원 메이’가 된 것이죠. 여기까지 오는데 20년정도 걸렸다고 볼 수 있겠네요.

여러가지 있죠. 2007년 치주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아 연대 치대 100여분 교수님들께 메일을 보냈 적이 있었어요. 당시 치주과 주임 교수님이셨던 김종관 교수님의 배려로 연대 치주과를 이틀간 참관할 수 있었죠.

하지만 사람의 치과학으로 동물의 치과학에 대해 아는 것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제대로 된 수의치과학을 공부해보고 싶게 만든 결정적 터닝포인트였죠.

열정 가득했던 3,40대를 보냈어요. 2011년 제주도에서 열렸던 세계소동물수의사대회(WSAVA 2011)에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수의치과학의 권위자들을 초청했는데요, 그분들께 저를 소개하기 위해 교정 관련 포스터를 발표하고, 강의시간에 편지를 써서 포스터의 위치를 알리기까지 했어요. 그렇게 제가 발표했던 포스터 앞에서 그 분들을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죠.

2015년에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열렸던 대학연합(UC Davis, Cornell, U Penn) WVC 수의구강외과 심화과정에 참석했는데요. 새벽에 인천공항으로 가다가 큰 사고를 당했지만 CT만 촬영하고 응급실에서 저녁 비행기를 급하게 다시 예약해서 24시간 만에 플로리다 올랜도에 도착해서 결국 과정을 수료했죠. 정말 수의치과학에 미쳐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수의치과학이 사람의 치과학으로부터 출발한 학문은 맞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동물은 해부학적 구조, 생활환경·패턴, 음식이 다르고, 무엇보다 스스로 관리가 힘들며 마취없이는 진단과 치료가 불가하다는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어요. 완전히 다르죠.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수의치과학은 이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구강 내 문제를 예방, 진단, 치료하는 독립적인 학문으로 오랫동안 발전해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람의 치과학과는 분명히 다른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치과수의사로 일하며 치료할 대상인 치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환자의 입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치아인지 생각하고, 치료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향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잦은 마취를 피하고 가장 편안하고 아프지 않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는 양치질 교육과 유지관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죠.

너무도 많아서 다 열거하기 어렵네요. 사실 임상을 하면서 만나뵌 모든 분들이 다 저에게 멘토였습니다.

우선 궁금한 부분에 대해 메일을 보내면 정말 24시간 안에 답을 주시는 외국의 수의치과학 전문가 다섯 분이 계십니다. UC Davis의 Boaz Arzi교수님, Frank J.M. Verstraete교수님, U Penn의 Alexander Reiter교수님, Cornell의 Santiago Peralta교수님, 그리고 미국 수의치과전문의 1세대인 Steven Holmstrom 선생님, 수의사이자 치과의사인 호주의 Anthony Caiafa 선생님이 오랫동안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국내 치과의사 선생님들 중에서는 보존과 전문의 최성백 원장님, 보철과 전문의 강인호 원장님, 교정과 전문의 박창진 원장님, 치주과 전문의 박정철 원장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한국수의치과협회 회장님이신 김춘근 회장님과 수의치과협회의 모든 임원분들께 수의치과학 뿐만 아니라 수의사로서의 자세와 태도 등에 대하여 많은 가르침을 받았어요.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UC DAVIS 수의과대학 Arzi 교수(왼쪽), 김춘근 한국수의치과협회장과 함께

멘토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제가 봤던 수의치과학 책의 저자가 강연에 온다는 것을 미리 알게 되면, 저를 알릴 수단을 준비해서 가기도 했고,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2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멘토에게 다양한 케이스 사진들을 메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케이스 사진 찍는 실력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교과서를 읽고, 자료를 정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며 지식이 많이 확장됐죠.

스스로 아픔과 불편함을 호소하지 못하는 반려동물들은 만성적인 치통으로 인해 활력이 떨어져서 식욕이 줄거나 잠만 자는 경우가 많지만, 보호자분들이 그 문제를 알아차리기는 어렵죠.

이런 환자들이 치과치료를 받으면 눈이 커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활동성이 강화되는데요, ‘반려동물이 회춘했다’면서 기뻐하시는 보호자 분들을 만날 때가 가장 보람찹니다.

기억에 남는 환자도 이러한 경우였죠. 홍대 인근에서 병원을 할 때, 너무 사나워서 5년 동안이나 귀 청소 및 치료를 할 때 얼굴은 아예 손도 못 댔던 환자가 있었어요.

그러던 중 이빨이 부러져 내원했을 때 해당 치아뿐만 아니라 문제를 확인한 다른 치과치료도 함께 진행했죠. 놀랍게도 그 이후에는 머즐 없이도 귀 치료가 가능했고, 얼굴을 만지는 것에 전혀 거부감을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추측컨대 이전부터 치과질환으로 인한 치통이나 트라우마로 인해 얼굴에 손대는 것 자체를 너무 싫어했던 것 같아요.

이 경험은 저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렬함을 줬습니다. 구강 내의 불편함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치통의 불편함 등 여러 가지를 일깨워 준 환자였죠.

어떤 기준을 갖고 진료를 해야 하는지, 무엇을 중점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수의치과학은 전신마취 없이는 진단과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수의치과학에 대한 지식과 경험과 더불어 전반적인 반려동물의 건강상태와 질병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그래야 대상 환자의 건강, 신체상태, 나이 등에 따라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동물치과병원 메이의 콘빔 CT

치과 의사로부터 사람에게 적용하는 치의학을 일부 배워서 아무 고려나 공부없이 그대로 반려동물에게 적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의치과학은 독립된 학문이며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사람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수의치과학의 기본부터 차근차근 공부하시기 당부드리고 싶어요. 수의치과학의 철학, 바라보는 시각과 같은 것부터 공부해야 하죠.

또 치과든, 다른 어떠한 분야든 특수한 분야만 다루고 싶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진료를 최소 5년 이상은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물들의 생리, 성격, 질병 등 전반적인 것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각론에 들어가 전문 과목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보호자들의 관심도 늘었어요. 양치질에 대한 노력 또한 예전에 비해 많이 발전했죠. 그만큼 조기에 문제를 진단하고 치료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덕분에 발치에 앞서 치아를 보존하고 치주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근관치료(신경치료)나 보다 전문적인 수술적 치주치료 등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말 그대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리 받고, 저리 받고 범퍼카처럼 살아왔습니다. 후회는 없고 그 속에서 얻은 것도 상당히 많지만, 후배들은 이러한 과정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후배들이 제가 겪은 좌충우돌을 경험하지 않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100년 이상 지속되는 ‘동물치과병원 메이’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언젠가 함께 수의치과학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열심히 임상에 매진할 동료와 또 다른 미래를 설계할 것이고, 제가 이 세상이 없더라도 최선의 수의치과학을 연구하고 반려동물의 구강건강을 책임지는 ‘동물치과병원 메이’는 지속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고 싶어요.

수의사는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든 직업입니다. 수의학 지식의 함양과 임상 경험의 축적은 수의사의 기본 덕목이겠죠.

하지만 병원 내에서 병원의 운영이나 임상 진료에만 에너지를 다 쏟기 보다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을 통해 주의를 환기하고 스트레스를 낮추는 노력을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의사의 정신과 신체가 맑고 건강해야 치료받는 반려동물 나아가 보호자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교집합의 범위를 넓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우선 저부터 실천해야겠군요(웃음).

이혜원 기자 oni1648@naver.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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