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탈모치료제 미녹시딜 약병 넘어뜨렸다가..핥아 먹은 고양이에 치명적 중독증
미녹시딜 노출로 저혈압·빈맥·저체온 온 고양이, 혈액 투석으로 회복
탈모치료제로 익숙한 미녹시딜(minoxidil) 성분이 고양이에서 심각한 중독증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고양이가 약병을 건드리다가 약액에 노출되면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건국대 수의대 남아령 교수와 스마트동물병원 신사본원 연구진은 미녹시딜에 중독된 고양이의 혈액투석 치료 증례를 지난달 국제학술지 ‘veterinary sciences’에 보고했다(A Case Report of Successful Treatment of Minoxidil Toxicosis Using Hemodialysis in a Cat).
탈모치료제 미녹시딜은 경구제와 국소 도포형 액제·겔제 등으로 사용된다. 전문의약품인 경구제와 달리 국소 도포형 제제는 일반의약품으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액제를 대용량으로 구매해 소분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집안에 놓아둔 미녹시딜 용기가 반려동물에도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미녹시딜은 개나 고양이에서 치명적인 중독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증례보고에서 다룬 환묘는 5kg의 중성화 수컷 아메리칸숏헤어다. 이 고양이는 보호자가 사용하던 미녹시딜 병을 실수로 넘어뜨려 그 위로 넘어졌고, 새어 나온 약액이 몸에 묻어 핥는 바람에 노출됐다.
미녹시딜에 노출된 해당 환묘는 급성의 무기력증과 식욕부진, 배뇨불능 상태에 빠져 스마트동물병원으로 내원했다. 내원 당시 빠르고 얕은 호흡과 창백한 점막, 저체온증, 저혈압(수축기 혈압 80mmHg)을 보였다. 흉부 방사선상 경미한 폐 침윤과 흉수가 관찰됐다.
진료진은 온열 패드를 활용한 체온 회복과 산소 요법, 정맥 수액과 이뇨제, 승압제 등으로 대증에 나섰다. 하지만 증상이 개선되지 않은 채 혈압은 70mmHg로 오히려 더 떨어졌다.
그에 따라 보호자 동의를 얻어 입원 둘째 날 혈액 투석 치료를 시도했다. 이틀에 걸쳐 간헐적 혈액 투석(IHD)을 2회 실시한 후 체온과 혈압이 회복됐고 전반적인 상태와 식욕이 개선됐다. 이후 점차 건강을 되찾아 입원 11일째에 퇴원했다.
사람에서 고혈압 치료제로 활용됐던 미녹시딜은 개와 고양이에서 심혈관 손상과 연관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개보다 고양이에서 더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혈액 투석으로 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해당 물질이 저분자량, 높은 수용성, 낮은 단백질 결합 등의 특징을 가져야 한다”며 “미녹시딜의 분자량은 209.25달톤으로 낮고, 물에 잘 녹으며, 단백질 결합률이 낮아 효과적으로 제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해당 환묘는 깨진 병에서 흘러나온 상당량의 미녹시딜이 묻어 핥았기 때문에 기존 연구보다 훨씬 많은 미녹시딜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혈액투석을 실시하지 않았다면 예후가 더 나빴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환묘의 혈중 미녹시딜 농도를 투석 전후로 측정해 효과를 수치화하지 못한 것을 한계로 지목했다.
증례보고 제1저자인 안운찬 스마트동물병원 신사본원 혈액투석·신장비뇨기센터장은 “이번 증례보고는 고양이의 미녹시딜 중독에 대한 혈액투석의 효과를 처음으로 입증한 사례”라며 “사람 탈모약이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일 수 있음을 보호자 분들이 알고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