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헬스케어 스타트업 A사 폐업 수순..동물병원에 피해

자금난에 서비스 종료...새로운 서비스에 부정적 시각 갖는 동물병원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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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헬스케어 스타트업 A사가 최근 모든 서비스를 종료했다. 폐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의사가 창업한 A사는 반려동물 및 동물의료 관련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펫스타트업계와 수의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A사는 지난해 반려동물 건강검진 종합솔루션을 출시했는데, 검진 예약, 사전 문진, 검진결과 전송 및 보고서 자동 생성 기능으로 보호자들과 수의사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했다.

해당 솔루션을 사용했던 B원장은 “결과 리포트를 자동으로 작성해줘서 프로그램을 썼다. 건강검진 후 리포트 작성에 시간이 오래 걸려 사용하게 됐는데, 자료만 입력하고 사진만 첨부하면 보기 좋은 리포트가 자동으로 작성됐고, 보호자의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솔루션의 퀄리티가 좋았다는 것이다.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진단하면 진료비 부담이 줄고, 반려동물의 복지와 건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체계화된 건강검진 프로그램 및 보고서 양식이 없던 동물병원도 ‘건강검진 보고서 작성 부담’이 줄어들면서 적극적으로 건강검진에 나설 수 있다. 즉, A사의 프로그램은 보호자, 반려동물, 수의사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솔루션이었다.

하지만, 투자금이 소진되고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결국 서비스를 종료하고 말았다.

2~3년 사이에 얼어붙은 투자시장의 영향을 받았다. 또한, 개·고양이용 솔루션 개발에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렸고, 인건비 지출도 컸다. 솔루션의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A사의 재정 상황은 악화됐다. 몇 년 사이 시장에서 반려동물 헬스케어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졌는데, A사는 건강검진을 통해 양질의 헬스케어 데이터를 모을 예정이었으나,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도 전에 자금이 바닥났다.

A사가 폐업 수순을 밟으면서 일부 동물병원과 관련 업체도 피해를 입었다.

동물병원이 A사의 솔루션을 이용하는 방식은 2가지였다.

첫 번째는 동물병원이 해당 솔루션을 이용해 건강검진을 진행한 뒤 추후 수수료를 A사에 지급하는 형태였다. 두 번째는 보호자가 해당 솔루션을 통해 예약·결제를 하고 건강검진을 진행하면 한 달 뒤 A사에서 수수료를 제외하고 동물병원에 금액을 정산해 주는 형태였다.

두 번째 방식을 썼던 C원장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A사로부터 정산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A사 대표와 직접 통화도 했지만, 알아보고 전화해 준다는 대답만 돌아왔을 뿐, 그 뒤에 연락도 없고 실제 정산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동물병원이 정산받지 못한 금액은 730여만 원이다.

B원장도 약 120여만 원을 정산받지 못했다. B원장 역시 “정산이 잘 되지 않아 솔루션에 있는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했는데, 처음에는 응대가 잘되다가 점점 응대가 되지 않기 시작했다. 그 뒤에 사진이 뜨지 않는 등 솔루션에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문제 해결을 요청했는데, 수정 후 알려주겠다고 하더니 연락이 안됐다”고 말했다.

자금난에 처한 A사가 인력을 줄이는 과정에서 개발인력까지 회사를 떠났고, 솔루션의 오류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반대로, 첫번째 방식을 썼던 일부 동물병원은 오히려 A사에 비용을 내야 하는데 A사가 폐업 수순에 처하며 비용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진단검사기관도 피해를 입었다.

A사와 제휴를 맺고 검사서비스를 제공한 D진단검사기관은 A사로부터 약 1,500만 원 상당의 검사 비용을 받지 못했다. D기관 관계자는 “처음부터 비용을 정산받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한두 달 밀렸을 때 재촉하면 정산이 되다가, 마지막 6개월 정도는 아예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사의 폐업 소식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였다. 그중에서도 “사업을 하다가 망할 수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마무리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또한,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좋은 서비스가 새로 나와도 수의사들이 외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C원장은 “문제가 발생한 뒤 A사 대표와 영업사원에게 여러 번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폐업하더라도 검진 데이터 백업과 미수금 정산을 약속했으나 사이트는 폐쇄됐고, 정산도 못 받았으며, 검진 데이터 자료도 결국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30년 동안 임상을 하면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사건이 반려동물 산업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관련 스타트업의 신뢰도를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C원장은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A사 대표를 고소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를 전해 들은 수십 년 경력의 임상수의사는 “사업을 하다가 잘 안될 수도 있다. (피해를 입은 동물병원에) 찾아가서 인간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했다면 과연 C원장이 후배 수의사를 고소까지 했을까?”라며 A사의 대응에 아쉬움을 표했다.

해당 솔루션을 많이 사용했던 E원장은 “현재는 다른 건강검진 솔루션을 쓰고 있다. A사의 솔루션이 정말 좋았는데 아쉽다”며 “진행했었던 건강검진 데이터라도 받길 바랐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B원장은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새로운 서비스를 선뜻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B원장은 “이번 사태도 그렇지만, 몇 년 전에 키오스크 솔루션을 썼다가 비슷한 일을 당한 적이 있다”며 “그때도 마지막에 연락이 두절됐고 금전적으로 손해를 봤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출시된 한 클라우드 EMR의 디자인과 기능이 매우 마음에 드는데, 혹시 이 서비스도 쓰다가 망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에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스타트업으로 받은 부정적인 경험이 다른 반려동물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다.

동물병원 분야에서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온 D기관 관계자는 “돈도 돈이지만 새로운 장비나 서비스가 나오면 동물병원은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를 하게 된다. 우리 병원에 맞는지 써보고, 기존에 쓰던 서비스와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게 병원 입장에서는 다 투자”라며 “그런데 새로운 장비, 서비스를 출시했다가 A/S도 안 되고 없어진 곳들이 많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동물병원 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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