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경없는수의사회 라오스봉사 후기③] 서울대 조혜나

행복하기 위해 하는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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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국경없는수의사회(VWB, 대표 김재영)가 10월 6일(일)부터 9일(수)까지 라오스 버리캄싸이주의 타파밧에서 해외 동물의료봉사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박용승 국경없는 수의사회 라오스지부장 및 3명의 수의대생의 후기를 차례로 공유합니다.

첫째 날은 인천에서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으로, 그리고 봉사지인 버리캄싸이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덜컹거리는 버스에 앉아 여름볕처럼 쏟아지는 라오스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포장도로 옆에 늘어선 붉은 흙길, 자전거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광고인지 간판인지 죽 늘어선 ‘펩시’와 ‘라오비어’.

인상적이었던 것은 목줄이나 케이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개와 고양이, 염소, 닭, 소들이었다. 문자 그대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이질적이면서도 평화롭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라오스에서 보낸 나흘도 그러했던 것 같다.

둘째 날과 셋째 날, 본격적인 봉사활동이 이루어졌다. 봉사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베이스캠프에 주민들이 찾아오는 방식과, 인근 마을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다. 1일 차에는 봉사단 전체가 베이스캠프에서 환자를 받았는데, 무더운 낮 시간에 방문자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2일 차에는 소수 인원만 베이스캠프에 남고 팀을 구성해서 마을을 돌아다녔다.

베이스캠프의 봉사는 접수-검진-임상병리-접종 4개의 부서로 구성된됐다. 접수 부서에서 환자번호, 보호자와 환자이름​, 문진내용을 기록한 종이를 환자와 함께 검진 부서로 넘긴다. 검진 부서에서는 기본적인 신체검사 및 채혈과 분변스왑이 이루어진다. 채취한 혈액과 분변샘플은 임상병리 부서로 넘어가고, 백신부서에서 백신접종 및 구충제를 처방한다. 임상병리 부서에서는 혈액 샘플로 4DX와 Babesia, 분변 샘플로 CPV/CCV와 Giardia 키트검사를 하고, 남은 혈액은 광견병 항체가 검사를 위한 샘플로 보관했다.

파견 진료팀은 소동물팀과 대동물팀으로 나뉘어 각 마을을 돌아다녔다. 집집마다 방문해서 봉사의 취지를 설명해서 허락받고, 베이스캠프와 마찬가지로 채혈, 백신접종, 분변스왑을 하고, 구충제를 처방했다.

더운 날 계속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에 다들 지칠 법도 했건만, 봉사 내내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다. 처음에는 현지 학생단원들과 언어가 통하지 않아 걱정했는데, 점차 각자 맡은 역할을 능숙하게 해내고, 합이 맞아가는 것에서 뿌듯함을 느꼈다. 또한 수의사 선생님들도 정신없이 진료가 돌아가는 와중에도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셨기 때문에, 더 많이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

첫째 날 김재영 대표님의 격려사가 활동 내내 맴돌았는데, 봉사를 마무리한 시점에 모두에게 공유하고 싶다.

대표님의 말씀처럼, 이틀간의 짧은 의료봉사로 당장 버리캄싸이 지역의 광견병 발병률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낮아지거나, 라오스 동물들의 복지 수준이 갑자기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가 돌보았던 백여 마리는 전보다는 건강하고 안전해질 것이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라오스의 동물들이 이전보다 조금은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국경수를 찾는 수의사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주어진 울타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의료봉사는 아픈 동물들을 돕기도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구원이라는 이사님의 말씀도 이제 공감할 수 있다. 나부터 라오스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내 너무나도 행복했고, 앞으로 힘들 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 앞으로도 라오스 봉사활동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새기며, 말 못 하는 생명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싶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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