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1·2차 나누고, 2차 병원만 ‘동물의료센터’ 명칭 가능..분류체계 연구 결과는

필요성 공감대 있지만 ’분류·전달체계 도입에 인센티브 필요’..기초의료 지원, 영리법인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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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분류체계, 전문수의사 제도 도입안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서강문 교수

반려동물 표준의료체계 권장안 도입 공청회가 12월 15일(일)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열렸다.

연구용역을 담당한 서울대 서강문 교수팀은 인의를 포함한 국내외 현황 조사와 수의사 1천명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동물병원 분류체계와 전문수의사(전문의) 제도 도입안을 마련했다.

연구진은 국내 동물의료제공체계를 일반동물병원(1차), 상급종합동물병원(2차), 전문동물병원(특정과)까지 3종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시설과 분과별 진료, 인력 등을 분류 기준으로 제시했다.

동물의료센터·동물의료원 등의 표기는 2차 병원에만 허용하고, 진료과목을 동물병원명칭에 포함시키는 것은 전문동물병원에만 가능하도록 정비하는 방안이다.

사람처럼 상급병원에 가기 위해서는 1차 병원의 진료의뢰를 거치도록 하는 ‘전달체계’를 상정한 것인데, 이 같은 분류와 절차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2차 병원이 될 곳들에 어떤 혜택을 줄 것인지가 핵심조건으로 지목됐다.

별다른 혜택없이 규제만 들이밀면 대형동물병원들도 1차 병원으로 남길 선호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날 공청회에는 한국수의임상교육협의회 나기정 회장(충북대), 한국대학동물병원협회 최수영 부회장(강원대),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 차기 회장, 우연철 대수 사무총장, 농식품부 이재명 서기관이 패널토론에 나섰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과 이영락 부산수의사회장도 자리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동물의료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상급동물병원 체계, 전문수의사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대한수의사회를 통해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서강문 교수는 “대형병원이 많아지고 전문 진료과목의 세분화도 진행됐는데 병원을 구분하는 기준이 없어 보호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필요성을 지목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동물병원 분류체계 미비가 동물진료비에 대한 오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병원에서 상대적 고가로 책정된 진료비를 들고 소형병원도 비싼 것처럼 주장하거나, 소형병원의 수가 수준을 대형병원에 요구하는 식이다. 허 회장은 “동물의료 이용체계를 정비해 선을 그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물병원에 분류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일선 임상수의사 저변에서도 확인됐다.

연구진이 올해 7월 23일(화)부터 8월 16일(금)까지 동물병원 임상수의사 1,0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차·2차·전문병원 등 동물병원 분류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59명(73.5%)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본인을 대표원장이라고 밝힌 516명으로 한정해도 찬성률은 66%를 기록했다.

2024년 7월 23일부터 8월 16일까지 국내 임상수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중 일부 발췌

사람 의료기관은 크게 의원-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으로 나뉜다. 의료법은 이들 의료기관을 병상수와 진료설비, 인력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중 3차 진료를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은 1·2차 의료기관의 의뢰서를 받아야만(분만·응급 제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구분하고 있다.

연구진은 동물병원 분류체계를 일반동물병원(1차), 상급종합동물병원(2차), 전문동물병원(특정과)으로 제안했다.

명칭에서 시사하듯 일반동물병원은 중성화를 포함한 예방진료, 흔한 질병, 간단한 만성질환 등을 담당하는 것을 권장한다. 상급종합동물병원은 고난도 진료 및 중증질환, 여러 진료과목의 협진이 필요한 진료를 담당한다. 전문동물병원은 특정과로 특화된 전문 진료를 수행한다.

1·2차 병원을 나누는 기준은 시설, 수의사 인력, 진료과 구성 등으로 제시했다. 전문동물병원의 조건은 함께 연구한 전문수의사 제도 도입안에 기반을 뒀다.

위 설문조사에서는 각 동물병원의 진료 인프라 현황을 상세히 조사했는데, 해당 결과의 상위 5%선을 분류기준 예시로 소개했다.

여기에는 수의사 15명 이상, 입원장 31개 이상, 진료실 6개 이상, CT·MRI 소유, 하루 평균 초진15·재진45건 이상, 진료과목 5개 이상(내과·외과·영상의학과·응급의학과 필수) 등이 포함된다. 이중 3개과 이상에 전문의 혹은 박사학위 소지자를 보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공청회에서는 상위 5%선의 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차 병원 20개당 2차 병원 1개는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람의 상급종합병원도 단 42개소로 전체 의료기관의 0.1% 수준에 그친다.

분류체계와 함께 정비할 상호 기준도 제안했는데, 그 방식은 인의와 유사했다.

우선 일반동물병원(1차)에는 ‘동물의료센터’, ‘동물의료원’ 등의 명칭은 허용하지 않는다. ‘안과동물병원’처럼 동물병원명에 진료과를 직접 기입하는 것은 전문동물병원에만 허용하되, 일반동물병원도 진료과목은 별도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한다.

상급종합동물병원(2차)은 동물의료센터, 동물의료원 등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동물병원인증위원회에서 5년마다 재인증을 받는 형태를 제안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분류체계 도입의 핵심으로 지적된 것은 ‘지원’이다. 특히 2차 병원의 경우 1차 병원의 의뢰를 받아 진료하도록 하고, 인증도 받게 하는 등 규제를 감수하게 하려면 그만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마루반려동물의료재단 김소현 이사장은 2차 병원 형태의 운영이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마루동물병원은 2000년 2차 동물병원으로 설립돼 응급내원을 제외하면 일선 동물병원의 진료의뢰로만 운영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상급동물병원을 분류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면서도 “2차 동물병원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면 유명 대형병원조차 1차로 남겠다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연철 대수 사무총장은 “사람의 의료전달체계는 20개 이상의 의료관련 법령과 수많은 공공기관, 건강보험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동물병원을 제도적으로 분류하려면 이를 지지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동물의료와 관련된 법령과 예산, 조직이 없는 상황에서 동물병원 분류나 전달체계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사상누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의 기초의료 보장을 위한 국가보험 형태로 1차 병원을 지원하거나, 사람의료에서 종합병원급에 정책적 지원을 집중하듯 2차 병원을 위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사무총장(왼쪽), 해마루반려동물의료재단 김소현 이사장

서강문 교수는 국가에서 인증한 상급종합동물병원(2차)에 반려동물보험의 보상수준을 달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전문수의사 등 수의사 인력 양성 지원, 교육 인프라 제공 등 제도적·재정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상대학원생이 수련하는 대학병원은 물론 주요 일선 대형병원은 1년차 임상수의사(인턴)의 수련 기능을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다. 1년차들이 선호하고, 많은 수를 커버하는 대형병원들은 상급종합동물병원(2차)의 후보군과 겹친다고도 볼 수 있다. 사람의료에서 전문의 수련병원을 지정·지원하듯 수의사 양성을 지원하는 것이 인센티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2차 병원에는 수의사로 구성된 영리법인을 예외적으로 인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는 점도 덧붙였다. 대형병원일수록 세제 혜택, 인력 운용 등에 법인이 유리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수 원헬스특별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소현 이사장은 상급종합동물병원(2차)이 동물의 인수공통감염병 관리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시설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사람에서 상급종합병원이 감염병 대응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음압병상 확보 등을 지원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정책 담당자인 이재명 서기관은 “현재 준비 중인 동물복지 제3차 종합계획에도 동물의료 파트의 상급동물병원·전문수의사 제도가 반영될 예정”이라며 “지원 예산을 확보하려면 수의계의 요구로서보다는 동물복지나 시민들의 수요 등 공공적인 목적과 필요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주형 회장은 “동물의료이용체계 정비를 내년에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단발적인 연구용역으로 끝나선 안 된다”면서 이번 용역을 계기로 보다 세분화된 연구용역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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