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기 수의학교육 인증선 ‘완전인증’ 못 받는 대학이 다수가 될 것”
정량평가 지표 다수 반영, 완전인증 요건 더 까다롭게 만든다
수의학교육 인증이 다가올 3주기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기준 측면에서는 교육부 권고를 받아들여 정량지표를 다수 신설한다. 운영 측면에서는 교육 개선동력을 견인할 수 있도록 부분인증 등 차등적인 평가를 적극 적용할 계획이다. 2주기처럼 어쨌든 완전인증으로 귀결되는 식으로는 흐르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수인원, 이사장 허주형·원장 박인철)은 12월 19일(목) 분당 스카이파크 센트럴호텔에서 공청회를 열고 마무리단계인 3주기 수의학교육 평가인증기준을 공개했다.
정성평가로 점철, 애매하면 대학에 유리하게
그러다 보니 모두 ‘완전인증’
2014년 시작된 수의학교육인증은 2020년 1주기 인증의 반환점을 돌았다. 2021년 건국대 수의대를 시작으로 재개된 2주기 인증도 이제 막바지다. 내년 경북대 수의대의 인증평가만을 남겨두고 있다.
9개 대학의 2주기 인증평가 결과는 모두 최고수준인 ‘완전인증’이었다. 대학별로 교육 인프라에 차이가 있지만 인증평가로는 변별력이 없는 셈이다.
변별력이 없다 보니 인증평가 기준을 넘어서기 위해 교육여건을 개선하려는 동력을 주지도 못했다.
3주기 평가인증기준 개발연구를 이끈 남상섭 건국대 교수는 “1주기 평가 때는 각 대학에서 준비도 많이 했고 큰 변화가 있었지만, 2주기는 그렇지 못했다. ‘보고서 쓰느라 고생한다’ 정도였다”고 전했다.
허주형 이사장도 “대한수의사회 이사회에서도 수의학교육 인증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면서 “(평가상) 최고 대학과 최저 대학 사이에 교수진이나 인프라의 격차가 분명한데 같은 완전인증을 받는 게 맞느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행 2주기 인증기준이 정성적 평가로 점철되어 있고, 애매할 때 어떻게 판단을 내릴 지 불명확한 경우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기초, 예방, 임상 수의학 전공별 교수 분포가 적정하다’라는 기준이 있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의 비율이 적정한지는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 ‘수의사 국가시험 과목에 해당하는 모든 전공 분야별 전임교수를 확보하고 있다’는 기준을 두고서도 교수 1명이 과목 2개를 담당할 때 어떻게 평가해야 할 지 애매하다.
현행 2주기 인증기준은 ▲조직과 운영 ▲교육과정 ▲학생 ▲교수 ▲시설 및 자원의 5개 영역에 걸쳐 20개 부문, 54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항목마다 3~5개의 적격평가기준이 제시되는데, 이들 적격평가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해당 항목이 ‘적격’ 판정을 받는다.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미흡’으로 분류된다.
현행 판정기준은 54개 항목 중 ‘미흡’ 평가를 받은 비율이 20% 미만이어야 ‘완전인증’을 부여한다. 10개까지는 미흡이 나와도 되는 셈이다.
인증불가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단계인 ‘한정인증(인증기한 3년)’은 2~3개 영역이 해당 영역의 항목들 중 40~60%가 ‘미흡’ 판정을 받는 경우 내려지는데, 정성평가 위주의 현행 평가에서 현실적으로 나오기 어려운 수준이다.
남상섭 교수는 “정성평가를 하다 보면 적격으로 할지 미흡으로 할지 애매한 경우가 있는데, 2주기에는 그러면 대체로 대학 쪽에 유리한 판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모두 완전인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량지표 늘리고, 완전인증 기준 강화
‘3주기엔 완전인증 받기 어려운 대학 많을 것’
남 교수는 “연구진 내에서도 3주기는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컸다”고 말했다.
‘평가하기 애매하고, 애매하면 대학이 좋은 쪽’으로 흐르지 않으려면 우선 평가기준이 더 명확해져야 한다.
연구진은 3주기 인증기준을 개발하면서 교육부의 권고사항을 수용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인원을 평가인증 인정기관으로 지정하면서 필수적인 부분에 정량적 평가지표를 제시하고, 공정성·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정성평가 지표에 대해서는 평가방법을 개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국내 의학·치의학·약학·간호학 등 유사 인증과 유럽·미국 수의학교육 인증의 정량요소를 발췌했다. 이를 바탕으로 3주기 인증기준에 정량요소를 여럿 추가했다.
대학의 예산, 교원수, 실습시간과 실습지도인력, 학생 중도탈락율, 교수의 연구비 수주실적, 대학병원의 진료건수 등을 정량지표로 반영했다.
남 교수는 “교육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거나 평가하기 어려운 내용은 과감히 삭제했다”면서 “각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평정방법과 주석을 제공하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완전인증에 요구되는 미흡 기준을 보다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행 20% 미만에서 15~10% 미만까지로 낮추자는 것이다. 3주기 평가인증기준의 항목은 49개로 재편될 예정이니, 미흡 항목을 4~7개까지만 허용하는 셈이 된다.
남상섭 교수는 3주기 인증기준에서 ‘미흡’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은 항목들이 다수 있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많은 대학들이 완전인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 수의학교육 인증의 경우 교육과정이나 시설, 자원 등 주요 영역에서 중대한 미흡사항(major deficiency)가 발생할 경우 인증기간을 축소하고 있다는 점을 함께 지목했다. 정성평가라 하더라도 주요 영역에서 1년 이내에 개선될 여지가 없는 미흡사항이라면 인증기간 단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2주기 평가결과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해봐도 대부분이 완전인증 요건에 미달하는 결과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완전인증’ 요건을 강화하는 인증유형 판정기준은 내년 1월 22일(수)로 예정된 2차 공청회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박인철 원장은 “현행 2주기처럼 평가받은 모든 대학이 ‘완전인증’을 받는 형태는 안 된다”면서 “우리나라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되, 각 대학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상세한 평가기준을 만들어 차등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일부 수정은 필요하더라도 (3주기 평가 강화를) 후퇴하진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