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일) 곳곳에서 수의사들이 참여하는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가 진행됐다.
먼저 서울시수의사회 수의료봉사대가 회원 20여명과 이인영 국회의원(봉사대장), 후원업체 관계자, 자원봉사자와 함께 포천 애신동산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지난 해 6월 봉사대 발족 이후 4번째 진행한 봉사였으며, 중성화수술, 백신접종, 심장사상충 검사 및 예방, 외부기생충 구제 등을 실시했다.
경기도수의사회 동물복지분과위원회도 같은 날 시흥 엔젤홈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4월 13일 애신동산 봉사에 이어 2주만에 진행된 봉사였다. 이 날 봉사활동에는 수원시수의사회 회원 수의사들도 참석했으며, 약 100여마리의 유기견에 대한 백신접종(종합, 켄넬코프, 광견병)이 진행됐다.
한국동물병원협회 역시 영화사 화인웍스에서 주최한 ‘마음 나누미 봉사대’ 첫 봉사에 참여해 백신접종(종합, 광견병) 및 간단한 피부 진료 등을 진행했다. 마음 나누미 봉사대는 ‘스타와 함께하는 유기견 봉사활동’과 ‘러브하우스 컨셉의 유기동물 보호소 시설 개보수’를 목적으로 탄생했으며, 앞으로 1달에 1번씩 봉사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시수의사회 또한 이 날 경북대 수의대, 수성대학교 애완동물관리과 학생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5월 11일로 봉사활동을 연기했으며,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료봉사 동아리 Pallas 역시 같은 날 아산 천사원봉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우천으로 5월 11일에 봉사를 진행한다.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VCAA)는 이보다 한 주 앞선 20일(일) 경기도 고양의 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의료봉사를 진행했다. 봉사활동은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와 함께 진행됐으며, 중성화수술, 광견병 예방접종, 심장사상충 검사 등이 진행됐다.
이외에도 부산시수의사회, 제주도수의사회 등 각 지부 수의사회도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실시하고 있고, 경상대 수의대 동물복지모임, 건국대 동람(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강원대 수의대 어울림, 서울대 수의대 나눔회·팔라스, 전남대 수의대 동맥 등 각 수의과대학에도 봉사활동을 실시하는 동아리들이 많다.
이처럼 수의사 및 수의대학생들의 봉사활동은 자연스럽고 일반화된지 오래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참여가 일반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수의사들의 사회참여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아직도 수의사들의 도움을 원하는 곳, 수의사들이 봉사할 곳도 많다.
문제는 각 봉사단 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하기 때문에, 공통된 매뉴얼과 형식이 없다는 점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봉사를 진행하는 단체도 있지만, 그런 시스템이 없어 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바뀔때 마다 매번 봉사의 형식과 틀이 바뀌는 곳도 있다. 봉사 중에 우왕좌왕 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봉사대의 성격도 다양하다. 서울시수의사회 수의료봉사대처럼 국회의원과 함께 하는 봉사단도 있고, 수의사 1명이 개인적으로 10년 넘게 한 유기견 보호소를 대상으로 꾸준히 봉사하는 경우도 있다.
곳곳에서 봉사가 이뤄지면서 후원업체들도 불만이 있다. 갑자기 봉사일정을 잡고 후원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고, 이번 경우 처럼 같은 날 동시다발 적으로 봉사가 진행되면서 제품을 여러곳으로 분산 배송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수의사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봉사활동의 매뉴얼과 시스템을 만들고, 후원 받은 용품 및 봉사 물품을 관리하며, 봉사 신청을 한 곳에서 받아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과 물품을 배치하면, 봉사활동의 효율성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 또한 현재 동물보호단체나 일부 업체·회사가 봉사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수의사가 보조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를 벗어나 수의사가 주도적으로 봉사활동을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컨트롤 타워는 지난 달 구성된 대한수의사회 수의료봉사 위원회 및 동물보호·복지 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이미 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봉사단의 지원·협력으로 구성할 수 있다. 컨트롤 타워가 해야 할 역할은 봉사활동의 ‘매뉴얼’과 ‘체계’, 그리고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수의사의 지위가 올라갈수록 수의사의 사회 참여 요구는 점점 커지게 되고, 수의사로서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제대로 기여할 수 있는 사회 참여가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봉사다.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는 물론, 수의진료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가축무료 진료봉사 또한 마찬가지다.
이러한 사회 참여 요구가 커질수록 봉사에 참여하는 수의사들도 많아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체계가 잡히지 않은 일회성 봉사활동이 우후죽순 처럼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수의사 봉사활동의 매뉴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