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민의 돈이 보인다 – 3. 연못 속의 고래는 언제 큰 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조그마한 웅덩이에 고래가 들어왔습니다. 이 고래는 새로운 환경에서 시간을 보냈고, 이제는 나가려 하는데, 그때서야 자기 덩치에 비해 물이 너무 얕아서 옴짝달싹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고래는 다시 넓은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어느 날 엄청난 태풍과 함께, 비가 쏟아져 내리고, 연못은 물이 넘쳐흐를 정도가 됐습니다. 드디어 고래가 좁디 좁은 연못을 탈출해서 바다로 나갈 절호의 순간을 잡게 됐네요.
우리나라 투자역사에서 주식형 펀드 열풍이 불었던 2007년, 2008년도에 이 이야기가 가장 많이 인용되곤 합니다.
1997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기억됩니다.
바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해입니다. 97년을 기점으로 해서 우리나라 또한 많은 구조적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 중 중요한 것이 ‘자본의 자유화’입니다.
쉽게 말하면, 자금이 국내외로 드나듦에 있어서 제도적인 규제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IMF 이후 자본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극도의 저평가 상태인 국내 주식(기업)을 외국자본들이 매우 싼값에 사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길게 보면 이후 10년 동안 수 십조를 매수했고, 이제는 외국계 자본(고래)은 빠져나가기에는 너무 큰 덩치가 되어버렸습니다.
고래가 연못에 들어온 10년째 마침내 2007년부터 주식형 펀드 광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M증권사를 필두로 하여, 설정한지 며칠 만에 수 조원을 펀딩하여 시장에 자금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아기를 등에 업고, 돈다발을 싸들고 펀드를 가입하는 아주머니들이 엄청 났습니다.
조그만 연못 속에 갇혀있던 고래에게는 빠져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 셈이죠. 아줌마, 아저씨 너나 할 것 없이 펀드가입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외국인은 주식을 대거 매도하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됩니다.
‘고래는 어둠 속에 움직인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
투자에 접목시키면, ‘역발상 투자’이며, ‘가치투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을 때, 헐값에 사들이고, 동트기를 기다리는 인내가 때로는 투자의 정수일 수 있습니다.
바로 이를 잘 실천하는 투자자가 세계 최고 부자 중의 한명인 워렌 버핏입니다. 가치투자자로 대변되는 그의 투자방식은 늘 한발 앞서 움직이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금융위기 당시 모두가 주식을 내 던질 때에도 조용히 바구니에 주식을 쓸어 담았고, 몇 년이 지난 지금 당시 매입한 가격에 비해 그 가치는 엄청나게 올라있습니다.
우리도 버핏고래처럼 실천에 옮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떻게 보면 수익률이란 용기와 인내의 비례함수처럼 보입니다.
투자자산이라고 부를만한 군에는(Asset Class) 예금, 주식, 채권, 부동산, 금, 은 등 수도 없이 많고, 또 국내와 해외가 모두 다른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대체 어떤 것을 언제 사야 하며, 언제 팔아야 할지 어렵습니다. 물론 정확한 타이밍은 투자의 신(神)도 모릅니다.
하지만, ‘연못 속 고래’(A big fish in a little pond) 이야기를 통해서 한가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 투자에 아무 관심도 없던 주변 지인들이 너도 나도 이야기를 꺼낼 때는 고래탈출을 돕는 조력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