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동물병원 진료시간①] 진료시간 늘려도 버는 돈은 그대로다?

서울시 300여개 동물병원 설문조사 결과, 8시 마감과 10시 마감 동물병원 수익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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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1인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밤 10시에 퇴근하는 생활이 익숙하다. 가정 생활이라고는 없고, 긴 근무시간으로 만성피로에 허덕이면서도 ‘8시에 퇴근하는 주변 원장들보다는 경제적으로 낫겠지’라는 생각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병원을 오래 열면 힘들어도 그만큼 돈은 더 벌겠지’라는 A원장의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병원 문을 밤 8시에 닫든 10시에 닫든 평균 소득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수의사회 경영활성화위원회(이하 서수 경영활성위)는 지난달 서울시내 회원 병원을 대상으로 경영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서울시내 798개 병원 중 302개 병원이 참여했고, 일부 분회에서는 60%가 넘는 응답률을 보이기도 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4시간 운영 동물병원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평균소득을 보인 경우는 ‘저녁 8시 마감 병원’이었다. 10시 마감 병원의 경우 매출은 8시 마감 병원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했지만  실제 소득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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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결과 병원 운영시간과 소득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었다 (자료 : 서울시수의사회 경영활성화위원회 설문조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8시까지 운영되는 병원의 약 90%가 수의사 1~2명 규모였지만, 10시 마감 병원은 약 47%가 수의사 3명 이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즉, 밤 진료시간을 늘리면서 증가하는 인건비∙관리비 등 고정비용이 수익률 정체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의사 1~2명으로 동물병원 규모를 고정해도 이 같은 현상은 마찬가지로 관찰된다. 밤 9시 이후 마감하는 병원이 전체 46%를 차지하지만, 소득은 그다지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3~5인 동물병원에 비해 근무부담이 크게 늘어 삶의 질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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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 동물병원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운영시간과 소득이 관계없다는 점이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자료 : 서울시수의사회 경영활성화위원회 설문조사)

물론 동물병원 입지나 설비, 진료역량 등 여러 변수가 고려되지 않았지만, 평균 소득 추이를 살펴봄에 있어서 이번 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진료시간과 수익에는 큰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서수 경영활성위 관계자는 “근무 시간과 수익은 상관관계가 없었다”면서 “진료시간 표준화 및 야간 할증 진료비 청구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률이 비슷하다면 굳이 동물병원을 늦게까지 열려고 하는 출혈성 경쟁을 계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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