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 백신이 PED 예방 못 해´ 폐사 막지만 설사 못 막는다
설사 이환 포유자돈 경제성 없어 폐사나 마찬가지 지적..해법은 차단방역
현재 시판 중인 PED 백신을 사용한 백신접종 프로토콜 대부분이 설사병 이환을 막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백신을 접종해도 PED에 걸렸다’는 양돈농가의 불만이 사실임이 확인된 것이다.
PED 백신 접종이 폐사율을 20% 이하로 낮춰주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설사는 발생하는 만큼 백신 접종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한돈협회와 양돈수의사회, 농림축산검역본부, (주)옵티팜은 지난 4월부터 7월초까지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백신 효능평가 시험을 합동으로 실시했다.
모돈에 생독-생독, 생독-사독-사독, 사독-사독 등 다양한 접종 프로토콜을 적용한 후, 3일령 자돈에 PED 바이러스를 공격접종하는 방법으로 PED 방어능력을 시험했다.
그 결과 이들 모두 PED 바이러스 공격접종으로 인한 설사 이환을 막지 못했다. 국내 백신보다 함량을 높인 일생연 제품을 적용한 생독-생독 프로토콜을 제외하면, 모든 경우 100% 설사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실험을 진행한 검역본부 안동준 연구관은 “현재 사용 중인 백신주는 2000년대 초반에 개발된 것으로, 최근 유행하는 변이주와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15일 서울 제2축산회관에서 열린 한돈협회 제2차 방역대책위원회에서는 이번 실험결과를 토대로 ‘현행 백신 접종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가’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한돈협회 관계자 등 생산자 측은 “포유자돈은 설사를 하게 되면 경제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후 폐사하냐 하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포유기에 설사를 겪은 자돈은 위축성장하게 되며, 각종 호흡기 질병에도 보다 취약해지게 된다.
결국 설사를 막지 못하는 백신은 접종할 이유가 없다는 것.
반면, 이번 실험결과만을 놓고 백신무용론을 펼치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검역본부 송재영 바이러스질병과장은 “인공감염 그룹조차 설사를 막지 못한 것을 볼 때, 실험에서 사용한 공격접종 바이러스 용량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면서 “이번 실험으로 무조건 효과가 없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설사 이환율에 포커스를 두고 실험을 다시 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최근 유행 변이주에 대한 PED 백신을 개발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박봉균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이번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한다고 해도 3~5년은 걸릴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인공감염 농가의 PED 재발이 보고되고, 최근 개발된 미국 해리스社 백신도 공격접종에 대한 방어능력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백신접종보다는 차단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PED 발생 시 인공감염을 실시할 경우, 반드시 양돈수의사의 조언 하에 진행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황윤재 양돈수의사회장은 “백신의 한계는 이번 실험을 통해서도, 현장의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면서 “백신 없이 차단방역으로만 PED를 성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책적으로도 제3종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묶인 것을 과감히 풀어, 현재 PED 발생현황을 제대로 파악한 후에 다음 행보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신 효능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만큼, 현재 관납백신 공급에 투입되는 방역예산을 차단방역 강화 등 다른 PED 대응전략에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선일 강원대 수의대 교수는 “많은 농가가 제대로 차단방역을 실시할 수 있는 농장환경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차단방역을 강조하기만 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면서 “한돈협회는 농가의 차단방역 수준에 대한 현황조사를 실시하고, 정부는 보다 구체적이고 자세한 방역개선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