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럽에서 동물인지연구학의 길을 걷는 박순영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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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8일 서울대학교에서 ‘동물인지연구와 수의학’을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되었습니다. 세미나는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2부에서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동물 인지연구학에 대해 비엔나 수의과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순영 수의사가 강연을 하였습니다.

140911 박순영 수의사 동물인지연구
박순영 수의사

박순영 수의사는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물복지와 동물행동에 관심을 갖게 되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Utrecht)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석사 과정 동안 돼지의 공간 지각능력에 대해 연구하였고 이후 인간 분야로 넘어가서 TMS(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자극이 시각 주의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하였습니다. 석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비엔나 수의과 대학 산하 Messerli 연구소의 Clever dog lab에서 박사학위를 이수 중 입니다.

데일리벳에서 동물 인지연구학에 대해 강연하신 박순영 수의사와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Q. 한국에서 동물인지연구가 생소한데 좀 더 쉽게 설명해달라

동물인지연구란 사람에게서 보여지는 인지능력이 동물에서도 보여지는 지를 주로 행동 관찰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다. 종 간의 비교적인 측면이 강한 학문으로 ‘비교인지연구’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사람이 어떻게 현재와 같은 인지능력을 가지도록 진화하게 되었는지, 종 간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진화적인 측면에서 연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Q. 동물의 행동에 대해 연구하는 동물행동학이란 학문도 있지 않나. 동물행동연구와 동물인지 연구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동물행동연구가 동물인지연구의 시발점이며 동물인지연구를 포함한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관찰하기로, 현재 동물인지연구는 여러 동물 행동들 중 사람의 인지능력 연구에서 다뤄지는 소위 고차원적인 인지능력을 요구하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물인지연구와 동물행동연구는 분명히 구분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전의 동물행동연구를 얘기하자면 한 종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 생태학적 성격이 강한 학문이었다.

Q. 학부를 마치자마자 네덜란드 Utrecht 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네덜란드로 결정한 이유가 있나?

여러 가지 길을 생각하고 있었다.

본과 시절에 이모님이 계신 호주나 다른 나라로 가서 수의사가 되는 것,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들을 생각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국시를 치고 막상 생각해 보니, 영어실력, 금전적 상황을 포함해 무작정 다른나라 수의사 시험을 치는 것이 나에게는 무리였다.

대신 외국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 학위를 따고 영어실력을 키울 수 있고, 도전하고 싶으면 나중에 수의사 시험에도 도전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위 진학을 결정했다.

유럽학교들을 주로 알아보게 된 이유는 개인적인 선호도와 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시험 부담이 없다는 점, 미국보다 싼 학비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학부생 때 동물복지에 관심이 있어 Animal pain에 대한 책을 읽다가 그 책의 편집장이 네덜란드의 Utrecht 대학의 교수란 것을 알게 되었다. 관심을 갖고 Utrecht대학에 대해 더 찾아보던 중 동물행동, 동물복지가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포함되어 있는 뇌과학 석사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뇌과학’이라는 학문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행동을 만드는 뇌에 대해서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여서 Utrecht 대학에 지원했다.

Q. 석사학위를 마치고 비엔나 수의과대학으로 박사과정 수료를 위해 옮기게 되었다. 찾게 된 계기가 있나?

석사과정을 이수하면서 본 유럽의 박사과정은 하나의 직업이었다. 박사과정 학생들은 연구자로서 대학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동시에 학위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석사과정을 졸업하면 어디에서든 박사과정 학생으로 일하고 싶었다.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거의 2년 동안 네덜란드와 한국에서 다른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유럽 여러 나라 대학에 지원서를 보내고 인터뷰 하는 것을 계속했다.

그 중 Messerli 연구소에서 연락이 왔다. 비자기간 만료로 한국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비엔나에서 인터뷰를 했던 것이 성공적이었다.

사실 지금은 당시 지원했던 프로젝트 수퍼바이저의 동료가 더 급하게 박사과정 학생을 찾고 있어, 그 동료의 프로젝트의 일을 더 빨리 시작하게 되었다.

Q. 동물복지에 관심이 있어 연구를 시작했다고 했는데 언제부터 이에 대한 관심이 생겼나?

학부생 때 도서관에서 본 책들로 외국에서는 ‘이런 것들도 연구하는구나’ 하고 알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김진석 교수님의 동물복지에 관한 강의를 들으면서 더 구체적인 관심이 생기게 된 것 같다.

이후 동물복지가 동물행동과 많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동물행동관찰이 동물복지연구에 필수적이므로), 그래서 동물행동에 대해 연구해 보고 싶었다.

Q.비엔나 수의과 대학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수의학적 차이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는 동물인지, 동물 행동에 대해 관심이 많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천명선 교수님과 김준 선생님을 만나서 한국에서도 동물행동이나 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유럽의 경우 동물행동학에 대한 관심도 많고 이에 대한 연구자금지원도 많다.

Q. Clever dog lab에서 연구에 사용되는 개들은 모두 주인들이 실험에 참가하겠다고 자원해서 오는 동물들이라고 들었다. 연구 중 힘들었던 일은 없나?

현재 프로젝트에서는 동물이 사람이나 다른 동물의 얼굴을 보았을 때 눈의 첫 초점을 얼굴의 어느 부분에 두는 지에 대한 실험을 위해 ‘eye tracking’을 하고 있다.

eye tracking을 하기 위해서는 개들이 자의적으로 얼굴을 가만히 턱받침 보정대에 두도록 하는 훈련이 필요한데 종종 개들의 성격이 너무 활발하거나, 눈이나 눈 주위 구조의 모양이 eye tracking에 적합하지 않으면 실험이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결국 주인들에게 ‘당신의 개는 실험에 참가하지 못한다’고 해야 한다. 주인들이 대부분 자신의 개에 매우 열성적이라, 최대한 실망시키지 않도록 실험 참가를 거절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쉽지 않다.

Q. 현재 Clever dog lab. 에 있으면서 최종적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이런 방향의 연구를 계속 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수퍼바이저가 시키는 연구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게 되면 좋겠다.

Q. 아시다시피 한국은 인지연구나 동물행동학 연구에 있어 아직 불모지나 다름없다. 그래서 뜻이 있어도 중간에 포기하는 학부생들이 많다. 혹시 이런 연구를 목표로 하는 후배 수의사나 학부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각 대학의 연구그룹들을 관찰하면서 그 그룹들의 연구에 대한 관심갖고, 그 관심을 표현하며 인턴쉽 기회나 방문의 기회를 이메일로 물어보면서 적극적으로 찾는다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다른 현실적인 부분들, 금전, 나이 등이 그런 노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들이 줄 수 있는 부담을 시간이 걸려도 유연하게 감당하면서 노력을 계속한다면 결국 자신이 가고 싶은 길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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