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야생동물센터, ‘인력을 늘리기도, 유지하기도 힘들다’
충북 야생동물센터 개소식에 모인 전국 센터 관계자들, 발전방향∙개선점 논의
9월 30일 충북 야생동물센터 개소식에 모인 전국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이하 센터)와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들이 야생동물센터의 발전방향과 개선점을 논의했다.
개소식에 이어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센터가 치료재활에서 진단기관으로서 영역을 확대해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일선 센터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개선방향이 제시됐다.
한국야생동물센터협의회 회장 연성찬 경상대 수의대 교수는 “센터는 궁극적으로 치료와 진단이 양립하는 모습으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현재 예산과 인력상황으로는 진단예찰기능을 병행하기 어렵지만, 비교적 양립이 가능한 대학운영 센터를 중심으로 센터의 존재감을 높이면서 인력지원 등 운영상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요구도 꾸준히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나기정 충북대 수의대 교수는 센터가 구조치료과정에서 손쉽게 진행할 수 있는 질병예찰부터 추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나기정 교수는 “현재는 AI나 SFTS 등 야생동물 질병예찰이 사람 보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가령 야생 너구리의 디스템퍼 현황 등 센터가 중심이 되어 진행할 수 있는 연구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여러 센터 측이 성토한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 문제’였다. 구조치료에서 진단예찰까지 업무는 점점 늘어나는데 인력 확충은커녕 기존의 숙련된 인력조차 유지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센터에 ‘5명 이상의 직원을 둘 수 있다’는 현행 임의 규정 하에서는 일선 센터의 인력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 때문에 최소 인원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규정하는 방향으로 센터 운영지침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많은 센터가 수의사 외의 인력을 기간제 근로자 형태로 고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10개월 근무 후에는 어쩔 수 없이 퇴사시켜야 하는 문제가 센터 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 구조센터 관계자는 “기간제근로자가 단기간 근무하고 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센터의 치료재활을 제대로 진행하기 버겁고, 숙련되지 못한 신규인원이 보다 높은 사고위험에 노출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력문제에 대한 해법 찾기는 좀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지자체 입장에서 야생동물 구조관리는 그다지 높지 않은 우선순위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제시된 해법들도 노동법 등 관련 법제 상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개정안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국가는 야생동물 질병을 관리해야 하며 그 일선을 담당할 기관이 센터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새로운 업무를 하려면 그 업무를 담당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미 센터의 인력은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하기에도 벅차다.
‘일은 하고 싶은데 사람이 없습니다’라는 센터의 고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