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 백신 법정 공방, 백신 효능의 기준이 관건
송아지설사병 백신 대법 판례, “제품 정상적 사용에도 손해 발생했다는 사실 원고가 증명해야”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백신 효능 공방이 법정으로 번졌다.
올해 초 PED가 발생해 피해를 입은 양돈농가 6개소가 PED 백신 제조회사 4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양돈 생산자 단체인 한돈협회는 해당 소송에 대한 법률지원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들 농가는 “PED 백신을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접종했음에도 PED를 막지 못했기 때문에, 제조물 책임법에 의해 백신업체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상액은 농가당 1억여원을 기준으로 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용 백신의 효능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인천 강화군의 한 소 사육농가가 H동물용의약품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 당시 해당 농가는 송아지설사병 백신을 H사 제품으로 교체한 후 송아지 집단 폐사율이 증가했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병대)는 업체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백신과 같이 고도의 기술이 집약돼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일반 소비자가 제품에 구체적으로 어떤 하자가 있는지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하기는 극히 어렵다”고 전제하면서 “소비자는 해당 제품에 하자가 있다고 미루어 판단(추단)할 수 있는 사실과, 제품을 정상적인 용법으로 사용했음에도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면, 제조업체 측에서 다른 손해 발생 원인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가 측은 백신의 효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던 것으로 인정돼 패소했다.
이번 PED 백신 법정 공방에서도 위 대법원 판례가 판단기준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백신의 효능’이 무엇으로 정의될 지를 놓고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소송에서 자사 PED 백신제품의 목적에 ‘설사증상을 경감시킨다’는 문구를 추가한 제조사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소한 4개사의 PED 백신 제품설명에는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한다’거나 ‘PED를 예방한다’는 내용이 목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농가와 한돈협회 측은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PED가 발생한 만큼, 해당 백신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는 입장이다.
PED 바이러스의 변이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부터 창궐한 PED는 기존 바이러스와 다른 변이주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기존의 국내 PED 바이러스 주를 적절히 방어했던 백신이 원인 바이러스의 변이로 인해 효과가 감소한 것을 두고, 백신 제조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법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변이주에 의한 PED가 창궐하는 최근에도 여전히 기존 PED 백신이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관납 루트를 통해 농가에 공급되고 있는 상황. 법원이 PED백신 효과를 두고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그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