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구조치료의 `Triage`를 찾아라

김영준 수의사, ‘치료∙안락사 여부 빨리 판단해 한정된 자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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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06 천연기념물 교육3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팀장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팀장이 6일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열린 ‘2014 천연기념물 구조치료 및 관리 교육’에서 야생동물 치료에서의 중증도 분류 개념을 소개했다.

인의 응급실에서 먼저 도입된 ‘중증도분류(응급환자 분류체계, triage)’란 치료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환자를 분류하는 일을 말한다. 응급실에서 진료는 선착순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의료진이 환자의 심각성을 파악해 순서를 정한다. 한정된 응급진료대응 역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김영준 수의사는 “야생동물 구조치료에 있어서 중증도분류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치료의 순서뿐만 아니라 치료를 개시할 지 여부를 판단하는 개념으로 확대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대부분의 야생동물구조치료기관은 한정된 자원에 힘들어하고 있다. 야생동물은 치료비를 내줄 보호자도 없고, 이들을 위한 기부도 그다지 많지 않다. 환경부의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나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동물치료소 사업 등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영준 수의사는 “야생동물 치료소는 공간, 시간, 인력, 예산 등에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있어, 생존 및 방사가능성을 고려해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며 “안락사 대상인지를 빨리 판단해야 불필요한 자원소비를 아껴 보다 가능성 있는 개체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같은 판단에 필요한 추가적인 기준점을 소개했다.

생존뿐만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기능까지 회복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발과 발톱을 다친 맹금류는 살아남더라도 야생에서 사냥이 불가능해 방사할 수 없다. 날개를 다쳐 골절편이 노출된 조류는 수술하더라도 날개기능이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리가 하나뿐인 오리는 수면에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정상생활이 불가능하다.

해당 종에 대한 장기적인 보전∙복원계획 존재여부도 판단기준이다. 김영준 수의사는 “종보전을 위한 장기적인 프로그램 없이 무조건 개체만 구조 치료하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조된 동물 종의 개체수도 중요하다. 심각한 상처를 입었더라도 멸종위기종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전염병 보균 여부, 전시∙교육∙번식∙대리모 활용 가능성, 계류 부적응 여부 등도 고려해야 한다.

김영준 수의사는 “수의사로서 안락사를 너무 쉽게 말하는 것 아니냐는 학생의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다”며 “안타깝고 하기 싫지만 이것도 수의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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