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칩 실질적 부작용과 번개에 맞을 확률
– 책임지지 않는 전문가는 없다.
방배한강동물병원 유 경 근
세상에는 잘못 알려진 상식들이 마치 사실인 냥 사람들의 생각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예를 들어 사람의 뇌는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든지, 밀폐공간에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을 자면 질식사나 저체온증에 걸려 죽는다는 것 같은 허무맹랑한 말을 아직도 사실처럼 믿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의학적인 부분도 예외가 아니다. 술잔을 돌리면 간염이 걸린다든지. 어지러우면 철분제를 먹어야 한다든지 하면서 ‘A는 B이다’가 될 수 없는 많은 의학적 사실들이 그렇게 상식으로 굳어지고 있다.
동물이나 수의학 관련된 내용에 가면 그 정도는 도를 지나치기도 한다.
개·고양이를 키우면 임신인 안 된다든지, 개를 키우다 털뭉치 때문에 죽었다든지, 개를 키우면 기생충에 걸려 죽을 수도 있다 등과 같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오해로 인해 결국 동물들과 그 가족들이 고통 받고 있다. 많은 잘못된 상식들이 일명 ‘카더라 통신’에 의해 전파되지만 때론 언론이나 어설픈 가짜 전문가들이 크게 기여하기도 한다.
1월 29일 모 방송 뉴스에서도 결국 또 그런 일이 벌어졌다.
“내년부터 반려견 ‘내장형 칩’ 의무화…부작용은?”이란 제목으로 2013년부터 시행돼 온 동물등록제가 54%까지 증가했으나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내년부터는 내장형 칩으로 일원화한다는 보도되었다. 문제는 이 내장형 칩의 안정성에 대한 부분을 지적하는 데 있었다. 동물단체라는 이름으로 모 약사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같은 경우도 ‘안티칩’이라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제조회사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마치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였다.
내가 일반인 보호자라는 전제에서 이 보도를 접했다면 마이크로칩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일방적인 정책을 실시하는 정부당국에 대해 매우 불만이 생길 것 같다. 그리고 이 보도를 직접 보지 않은 또 많은 보호자들도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방송에서 부작용 많은 내장 칩을 의무화한다는 사실에 공분할 지도 모른다.
나중에 혹 올바른 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것이 상식으로 굳어져 실제 전문가인 수의사가 이야기하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저 수의사가 돈을 벌기위해 하는 속임수로만 들릴 뿐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잘못된 상식은 또 만들어져 인터넷과 세상을 배회할 것이다.
그럼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2009년 10월 2일 미국수의사협회(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의 보고에 의하면 마이크로칩 시술 부작용 사례는 탈모, 염증, 부종, 종양 등이 나타났다. 하지만 시술로 인한 부작용 사례는 매우 적었고 그 부작용도 대부분 매우 경미한 수준이었다.
영국소동물수의사회(British Small Animal Veterinary Association)에서는 1996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370만 두 이상에서 마이크로칩 부작용 사례를 조사하였다. 그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위 표에서 본 바와 같이 14년간 370만 건 이상의 시술 중, 단 391건만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즉 1만 건 당 1건 정도의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그 부작용의 세부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식실패 36건, 없어짐 72건, 체내이동 229건 총 337 건은 사실 동물의 부작용과는 거리가 있다. 그냥 마이크로칩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할 가능성 정도로만 해석해야 한다. 그렇다면 실제 부작용은 10만 건당 1.5건 수준이 된다.
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NLSI)에 따르면 확률적으로 연간 28만명 중 한 사람이 벼락에 의해 희생된다고 한다. 그러니 벼락 맞을 확률은 1/28만이다. 이 통계대로라면 부작용 사례의 수준은 벼락 맞을 확률에 약 4~5배 정도 많다는 이야기다.
또한 털 빠짐, 감염, 부종 등은 실제 심각한 부작용이라 할 수 없다. 조금 영구적으로 심각성이라 할 수 있는 부작용은 종양 2건밖에 없다. 즉 200만 건 중 1건이다. 로또에 맞을 확률이 8백만 분에 1일라고 하니 그것에 4배 정도 되는 확률이란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생명을 위협할 만큼 치명적인 부작용이라고 할 수 없다.
국내의 경우에도 18만 건 중 14건의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었고 대부분은 체내이동, 감염, 부종 등 이었다. 종양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람 마취사고는 2만 명당 1명꼴이고 사람 예방접종 부작용은 백신마다 다를 수 있지만 간단한 부작용까지 포함하면 몇 만에서 몇 십 만중 한 명이며 사망사고도 100만 명당 1명 정도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위 보도의 논리대로라면 예방접종의 부작용 또한 대서특필하여 보도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 많은 유기동물들이 발생한다. 고의로 버리는 경우든 실수로 잃어버린 경우든 마이크로칩 만큼 주인에게 돌려보낼 좋은 수단은 현재 없다.
물론 작은 부작용이라도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필요하다.
다행히 현재 정부는 동물용의료기기 분류 4단계 중 골시멘트 등과 같은 3등급으로 ‘체내에 일정기간 삽입되어 사용되거나, 중증도의 잠재적 위해성을 가진 의료기기’를 분류하여 허가 대상으로 지정해 놓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약품관리과에서는 동물용의료기기에 대해 성능 시험 뿐만 아니라 인체용 영구 이식의료기기 수준에 준한 중금속 검사, 무균실험, 세포독성 실험, 자극 또는 피내 반응 실험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운영하고 있다.
그것도 부족할 수 있다. 대한수의사회나 협회에서는 마이크로칩 시술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모든 수의사들이 내장형 칩 삽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호자들의 걱정을 덜어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혹시 모를 체내이동이나 소실, 인식 실패 등을 고려하여 매년 예방접종 시기 때마다 칩의 정확한 인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습관화해야 할 것이다. 이는 유기견이 발생했을 때에도 통상적인 위치인 어께사이 뿐만 아니라 전신을 철저하게 스캔해서 혹시라도 내장형 칩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체내이동 때문에 확인이 안 되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동물 등록률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 외국에서 실시하는 것과 같이 반려동물 분양을 할 때는 보호자의 인적사항을 지자체에 보고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3개월 이상이 되면 반려동물 입양가정으로 의무 동물 등록 안내문을 발송하여 이후 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기적으로 등록등록을 의무갱신토록 해서 연락처 변경이나 칩의 손실 여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갱신 할 때는 재삽입 등의 추가적 조치가 필요하지 않는 한 보호자에게 비용 부담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전문적인 지식 또한 전문가들만이 독점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 덕에 수많은 전문 지식들이 누구라도 관심만 있다면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어떤 지식을 조금 많이 알고 있다고 우리는 그를 전문가로 부르지 않는다. 일부 약사들이 인터넷에 널려있을 만한 수의학 지식 몇 가지를 공부했다고 수의학 전문가인 냥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 동물의학 관련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왜냐면 그들은 동물의학 분야에 대해 책임질 일도 없고 책임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책임이 동반되지 않는 전문가는 그냥 마니아일 뿐이다. 그리고 그리도 수의학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수의대에 입학 또는 편입해서 수의사 면허증을 취득하길 바란다.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