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아파서 병원에 갈 때 진료비를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국민건강보험이 평균적으로 진료비의 75%를 보전해주고, 나머지 본인부담금도 미리 가입해둔 실손보험 등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진료비를 걱정하지 않고 조금만 아파도, 심지어 아프지 않아도 검진 목적으로 병원을 찾기 때문에 환자의 치료율과 복지수준도 올라간다. 내원을 망설이다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에 비해 진료비가 더 싸지는 효과도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질병에 대응하는 의료서비스의 핵심은 보험이다.
이는 반려동물 의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반려동물의 의료복지 수준을 향상시키고 보호자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보험 활성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반려동물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 방안에 대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 나기정 교수팀은 수의사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영국, 미국, 일본 등 반려동물 임상 선진국의 의료보험 현황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영국, 일본 등의 반려동물 의료보험 시장은 매년 1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우 반려동물 의료보험상품이 86개에 달한다. 전체 반려동물의 약 20%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을 정도로 세계 최대의 반려동물 의료보험국이다. 2014년 시장규모가 7억 4천만 파운드에 육박한다.
반려동물 임상의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보험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약 10%의 반려동물이 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1982년 시작된 미국의 VPI(Veterinary Pet Insurance) 반려동물보험은 진단검사비용부터 수술, 처방, 입원 등 진료비용 전반을 보장한다.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햄스터, 도마뱀 등 특수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상품도 마련되어 있다.
자기부담금은 0%~30% 수준이며 VPI社의 최고 인기 상품의 경우 연간 최대 보장금액이 1만4천달러에 달한다.
전체가구의 68%(2013년 APPA 조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미국에서는 일반기업의 직원복지정책으로 반려동물 의료보험 가입비를 지원하는 경우까지 있다.
일본은 2천만 마리의 개·고양이 중 약 4%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연간 20%에 육박하는 가입건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최대 50%의 자기부담률을 가지고 있지만 종신갱신이 가능한 보험상품도 마련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2008년경 여러 보험사가 반려동물 의료보험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높은 손해율로 인해 사업을 철수했다. 현재는 삼성화재와 롯데손해보험이 반려동물 의료보험을 운영 중이지만 이마저도 0.1% 미만으로 추정되는 낮은 가입률 때문에 수익성이 없는 실정이다.
연구진은 “반려동물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보험사의 이윤도 보장되는 보험제도 정착이 필요하다”며 “이를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