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AVA, 아시아 국가 대상 반려동물 백신 가이드라인 권고

허주형 KAHA회장, ‘현행 백신 접종법 국내 상황에 맞아..협회 차원 정식 권고안 제작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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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WSAVA 콩그레스에서
아시아 국가들을 위한 반려동물 백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마이클 데이 교수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 산하 백신가이드라인그룹(VGG)이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백신 가이드라인 권고안을 발표했다.

백신가이드라인그룹 위원장 마이클 데이 영국 브리스톨수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5월 15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40회 WSAVA 콩그레스에서 아시아 지역 임상수의사들을 대상으로 권고안을 소개했다.

영미권 수의사 외에도 일본, 호주, 인도 수의사들이 참여한 그룹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 인도, 중국 등을 방문해 700여명의 현지 수의사를 설문 조사하고 백신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이 같은 활동을 바탕으로 WSAVA는 ▲백신학(vaccinology)에 대한 대학 및 수의사 대상 교육 강화 ▲각국 수의사단체와 업계, 학계가 협력해 감염성질환 및 백신에 대한 연구 강화 ▲각국 수의사단체가 국제 가이드라인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백신가이드라인 제작 ▲해외에서 3년의 면역유지기간(DOI)을 인정받고 있는 백신을 아시아 국가에서도 3년으로 재허가할 것 등을 권고했다.

아울러 아시아 국가를 위한 코어∙논코어 백신 분류와 백신별 접종 스케쥴 권고안 등을 함께 소개했다. 실제로는 WSAVA가 권고하는 국제 가이드라인과 대부분 일치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WSAVA의 백신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이 최소한 연 1회 동물병원에 내원해 건강검진을 받는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독화 생독 코어 백신 부스팅 간격 3년 권고..”매년 건강검진이 전제돼야”

세계 어디서든 반드시 접종해야 하는 코어 백신으로 개에서는 CDV, CAV-2,CPV-2, 고양이에서는 FPV, FHV-1, FCV를 지목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약독화 생독 코어백신을 활용하는 경우 3년 간격의 부스터를 권장했지만, 상부호흡기질환 이환 위험이 높은 고양이의 경우 1년 간격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데이 위원장은 “코어 질병이 다수 발생하는 아시아 지역 임상수의사들 사이에서 ‘질병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에 부스팅 간격을 좁혀야 한다’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해외에서 DOI 3년으로 등록된 생독 백신은 3년마다 접종해도 방어력에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WSAVA의 백신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이 최소한 연 1회 동물병원에 내원해 건강검진을 받는 환경이 대전제”라며 “매년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추가 백신 등 수의학적 관리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코어 백신 1년 간격 부스팅 필요..반복접종보다 집단면역 중요

논코어 백신으로는 개 렙토스피라와 CIRD(켄넬코프)를, 고양이에서는 FeLV와 Bordetella, Chlamydophila를 분류했다.

마이클 데이 위원장은 “논코어 백신은 각 지역의 질병발생상황과 각 동물의 생활방식을 고려해 임상수의사가 접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논코어 백신 접종을 결정했다면 1년 마다 보강접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켄넬코프와 인수공통전염병인 렙토스피라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접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마이클 데이 위원장은 “면역유지를 목적으로 한 개체에 백신을 자주 맞히는 것보다, 보다 많은 개체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75% 이상의 개체에 백신을 접종해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형성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WSAVA가 권고한 아시아 백신가이드라인의 자세한 내용은 WSAVA 홈페이지(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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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형 회장이 소개한 국내 반려동물 백신 프로토콜 변천사.
가장 왼쪽이 1990년대에 처음 도입한 프로토콜이지만 효과가 부족해 접종을 늘렸다.

허주형 KAHA회장 “해외 가이드라인으로 막지 못한 전염성질환 국내 프로토콜로 해결”

수의사처방제에 의한 백신 접종 관리, 접종 개체수 증진 선행돼야

이에 대해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허주형 회장은 “현재 국내 동물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백신접종방법이 국내 현실에 적합하다”면서도 “협회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보호자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1990년대 반려동물 임상 초기에는 외국과 같은 형태의 ‘초기 4주간격 3차접종과 매년 보강접종’ 프로토콜을 도입했지만, 백신 접종 전은 물론 접종 과정 중에서도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때문에 모체이행항체 감소에 따른 감수성기간(window of susceptibility)의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초기 접종의 간격을 줄이고 횟수를 늘렸더니 질병 건수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공장식 생산농장과 경매장, 펫샵으로 이어지는 반려동물 공급경로가 자가진료허용으로 인해 수의학적 관리가 부족하고, 아직도 광견병 백신만 접종하는 개가 많아 병원체 감염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WSAVA 권고안과 같이 초기 접종이나 부스팅의 간격을 늘리는 것에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보였다.

허 회장은 “시골에서 기르는 개나 퍼피밀 등을 고려할 때 수의사에 의해 백신접종관리가 이뤄지는 개는 약 30% 정도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간격 조정에 앞서 백신 전체를 수의사처방제로 관리하고, 접종개체를 늘려 집단면역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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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열린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컨퍼런스에서
고양이 백신 프로토콜 표준화를 놓고 진행된 패널토의

국내 가이드라인 설립 움직임 태동..’긍정 검토하겠다’

위와 같은 내용의 백신 접종 방법을 지난 2005년 KAHA가 권고한 바 있지만 이후 동물병원 사이에서 비슷하게 진행될 뿐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없다. 일부 논코어 백신을 두고서는 동물병원마다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자체적으로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한국고양이수의사회가 지난 3월 컨퍼런스에서 고양이 백신 프로토콜 표준화를 두고 설문조사와 패널토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허주형 KAHA 회장은 “WSAVA 권고안 중 국내 반려동물 감염질환 발생률을 조사하고 협회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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