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찬 변호사의 법률칼럼⑦] 동물병원 의료소송:수의사의 설명의무②


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150611 lhc profile6

수의사는 반려동물 소유주와 의료계약을 맺는다. 이러한 의료계약에서 파생되는 부수적인 의무로 수의사는 ‘설명의무’를 지게 된다. 지난 칼럼에서 설명의무의 의의 및 근거, 반려동물 소유주에게 설명의무를 다하는 방법 등을 살펴보았다.

지난 칼럼이 게재된 후, 많은 수의사들로부터 ‘법적인 효력이 있는 설명의무를 다하는 방법에 대하여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지난 칼럼에서의 설명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자.

 

사실 수의사가 반려동물 소유주에게 의료행위에 대하여 설명하는데 있어 정해진 방식은 전혀 없다. 특정한 형식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면에 의하든 말로 하든 아무런 제한이 없다.

하지만 의료과실로 분쟁이 생겼을 경우, ‘당시에 충분히 설명의무를 다하였다’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충분한 근거가 필요하다. 그 근거는 평소 의료행위에 대하여 설명하며 마련해 두어야 한다.

 

수의사가 아무리 반려동물 소유주에게 질병의 상태나 치료방법 및 예후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였다 하더라도, 반려동물 소유주가 수의사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반려동물 소유주가 수의사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면, 자신의 반려동물이 어떠한 진료를 받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자기결정권(헌법상의 권리로 타인이나 국가의 간섭 없이 일정한 사적 사항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수의사의 설명이 부족했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반려동물 소유주의 이해도에 맞춰 반려동물 소유주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했을 때 수의사는 비로소 자신의 설명의무가 모두 이행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의사들은 형식적으로 인쇄된 수술동의서나 설명서에 반려동물 소유주의 서명을 받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수의사가 미리 설명하고자 하는 바를 열거하여 반려동물 소유주와 대화를 나눌 때 꽤나 유용한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수술동의서나 설명서에 반려동물 소유주의 서명을 받는 것만으로는, 반려동물 소유주가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

수의사가 반려동물 소유주에게 인쇄된 내용에 대하여 적절하게 설명하고, 반려동물 소유주와 충분히 논의를 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지 설명과 그에 따른 승낙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보충적 자료로만 사용될 수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지난 칼럼에서, 동물병원에서 일상적인 수술에 대하여 수의사가 설명하고자 하는 전반적인 내용에 대하여 오·엑스 설문지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오·엑스 설문지 방법은, 수의사가 설명하고자 하는 중요한 사항 즉, ‘반려동물 소유주가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사항’을 수술 상담 전에 미리 확정하여 충분하고 적절하게 문항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설문지를 반려동물 소유주에게 풀게 하자. 정답을 맞춘 문항에 대하여는 특별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미 반려동물 소유주가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수의사는 틀린 문항에 집중하면 된다. 틀린 문항에 대하여는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자.

오·엑스 설문지에 빈칸이 있다면 그림도 그리면서 설명하자. 화이트보드에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설명의무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입증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지난 칼럼에서 설명하였지만, 설명의무에 대한 입증책임이 수의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틀린 문항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면 오·엑스 설문지를 소중히 간직하자. 스캔하여 파일을 보관하여도 좋다. 의사의 의료과실에 대한 소송에서 ‘설명의무’가 문제될 경우, 오·엑스 설문지를 보관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손해배상 금액이 몇 백만원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수의사가 설명의무를 다했다는 입증자료가 소중한 것이다.

 

이제 수의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설명의무가 문제된 일본의 판례에 대하여 검토해 보자.

도쿄고등법원은 “수의사는 원칙적으로 동물주인의 의사에 반하는 치료행위를 행해서는 안되고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그 위험성들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범위의 사전 설명을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나고야고등법원도 “혹제거수술을 받은 애완동물의 주인에게 ‘수의사가 혹이 악성인지 양성인지’와 ‘수술 후 재발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주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례들은 수의료소송도 인간의 의료행위와 같은 판단의 구조가 적용된다는 것을 고등법원 차원에서 확인해 준 것으로 매우 의미가 있다. 동물 치료에 대한 주인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준 것이다.

 

즉, 수의사는 반려동물 소유주의 연령, 심리상태, 반려동물에 대한 감정 등을 배려하여야 하며, 반려동물의 증상, 검사나 진료의 방향 및 예후 등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여야 한다.

결국 이와 같은 수의사의 설명을 이해함으로써 반려동물 소유주는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어떠한 치료를 받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참고문헌

김선중, “의료사고 손해배상소송”, 육법사

김진석, “의료소송 실무상 몇 가치 쟁점”

이창형, “의료과실의 의미와 판단기준”

이시윤, “신민사소송법”, 박영사

[이형찬 변호사의 법률칼럼] 지난 칼럼 보러가기

160404 lhc profile

 

데일리벳 관리자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