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기 반환점 김옥경 대한수의사회장, 앞으로 추진 현안은
제24대 대한수의사회 집행부 임기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동물위생시험소법 제정, 구제역 예방접종비 예산 확대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계속된 구제역 및 고병원성 AI 사태로 여러 공약사항의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데일리벳이 김옥경 대한수의사회장을 만나 남은 임기 동안의 추진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벌써 임기의 절반이 지났다. 약 1년 반 동안 대한수의사회가 추진했던 주요한 성과를 간략히 소개해주신다면
먼저 제24대 집행부가 출범한 지난해 초부터 고병원성 AI와 구제역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현안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그 동안 수의계의 숙원 중 하나였던 동물위생시험소법 제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해 지방 방역조직의 전문인력 확보에 안정성을 더하게 됐다. 이와 함께 올해 소규모 소 농가를 대상으로 한 구제역 백신 접종비 예산 136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반려동물문화 확대를 위한 여러 사업도 추진했다. 제2회 동물보호문화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스카이티브이와 MOU를 체결해 반려동물 건강복지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실시하는 동물보호교육사업도 올해 대폭 확대됐다.
Q. 그렇다면 남은 임기 동안 추진할 현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인의약품 동물병원 공급개선을 위한 약사법 개정과 무자격 동물병원 개설자(샵병원) 벌칙 신설 및 수의료광고 사전심의제 도입을 위한 수의사법 개정 등 법 개정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또한 수의사처방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인 처방대상약품 범위확대를 추진하고 2016년 가축질병공제제도 시범사업을 실시하기 위한 예산확보에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자가진료 제한과 임상회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동물병원 표준운영안 도입에도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Q. 그럼 주요 현안 각각을 나누어 살펴보겠다. 수의사처방제의 실효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수의사처방제 도입 당시 초기에 전체 동물용의약품의 15% 정도를 처방대상으로 지정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기로 한 바 있다. 2016년부터 수의사처방제 2단계에 돌입하기 위해서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추가해야 한다. 이를 위한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개시했다.
추가지정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성분은 페니실린, 설파제 등 주요 항생제 성분과 반려동물용 백신이다.
이와 함께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eVET)을 통해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처방하도록 의무화하여 처방전 부정발급 및 부정판매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Q. 가축질병 공제제도 도입이 회장님의 핵심공약 중 하나였는데, 내년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일본에서 시행하는 가축질병공제제도를 국내 수의축산환경에 적합하도록 일부 수정하여 시범사업 지역을 선정, 2년 간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농식품부가 이에 필요한 예산을 2016년 예산안에 포함시켜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공제제도 시범사업 예산 76억원은 현재 ‘한도외’로 제출되어 있기 때문에 기재부와 국회 심의과정에서 ‘한도내’로 반영시키기 위해 농식품부와 함께 적극 노력하고 있다.
반영되는 예산에 따라 시범사업의 지역이나 범위 및 형태가 변동될 수도 있다.
Q. 반려동물 임상수의사의 삶의 질 향상도 주요 공약이었지만 표준운영안 마련이나 수의료광고 사전심의제 도입 추진은 미흡했던 것 같다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한수의사회 회원 중 가장 많은 부분이 반려동물 임상이다. 그만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 회 동반성장특별위원회(회장 손은필)를 통해 동물병원 표준운영안 초안을 마련해 심의 중에 있다. 이를 전 회원에게 홍보하고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대한수의사회 차원의) 안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좋은 안이 마련되도록 회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할 문제다.
수의료광고 사전심의제 도입은 수의사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19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를 지나도록 통과되지 못한 개정안은 내년 4월에 자동 폐기된다. 때문에 사전심의제 도입을 위한 수의사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의 상황에 맞춰서 발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인체용 전문의약품 공급경로 개선을 위한 약사법 개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동물병원에서 인체용 의약품을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지만, 현재는 소매로만 공급받을 수 있어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비싸지게 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약사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 중이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6, 7월 임시국회가 메르스 관련 법률과 추경예산만 다루기로 하면서 심의가 미뤄진 상황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8월 임시국회나 9월 정기국회에서 심의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Q. 지난해부터 이어진 구제역과 고병원성 AI 사태에도 불구하고 결국 농식품부 방역조직 강화문제는 또 미뤄졌다. 향후 추진 전망은 어떠한가
가축방역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다들 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강화할 지에 대한 각론에서는 다소 이견이 많다.
이번 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은 검역본부를 강화하는 쪽으로 발표됐지만, 대한수의사회는 농식품부 내에 방역정책국이라는 전문 컨트롤 타워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만 지자체를 함께 컨트롤하여 신속하고 강력한 방역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보건 파트를 보건복지부에서 분리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행히 지난 임시국회에서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문위원실이 축산정책국에서 분리된 방역정책관실 신설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리 회도 이러한 공감대를 넓힐 수 있도록 관련 홍보 등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Q.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자가진료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달라
방역정책국과 함께 자가진료 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다.
수의사법이 ‘수의사가 아니면 동물 진료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하위 법령이 자가진료를 예외로 두고 있다. 당초 자가진료는 동물병원이 없는 도서벽지에서만 예외적으로 가능했지만 1994년에 이를 광범위하게 허용한 것이 문제를 야기했다.
이제 20여년이 지났기 때문에 농식품부나 관련 단체와 협의하여 법률 원칙에 맞도록 하위법령을 합리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Q. 최근 저희가 중앙회로 가는 회비가 적다는 점을 지적한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다면
대한수의사회와 같은 민간회원단체는 회원권익 향상을 위해 회비가 그 조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원장수의사 5만원, 일반수의사 2만 5천원의 중앙회비가 현실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재정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지부도 있는 반면 열악한 지부도 있다. 지난 6월에 열린 올해 임원워크샵에서도 지부에서 먼저 중앙회비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향후 이러한 부분에 대해 지부장 및 임원들과 협의하여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보겠다.
Q. 대의원 선출제인 대한수의사회장을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회장님의 견해는 어떠한가
사실 본인이 두 번째 선거를 치를 때도 직선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현재 담당 특위가 회 정관과 선거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주변 전문가 단체들의 선거제도도 다양하다.
주요 의료단체 등이 직선제를 도입하고 있고 일부 단체는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환원됐다가 최근 다시 직선제로 전환되기도 했다. 직선제 도입을 논의하던 치과의사협회는 선거인단제로 결정나기도 했다. 의료단체 외의 전문가단체에도 직선제와 간선제가 혼재되어 있다.
직선제냐 간선제냐의 이분법적인 검토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개선안을 상정하여 전담특위와 이사회를 통해 검토함으로써, 가능한 한 회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자 추진하겠다.
Q. 끝으로 대한수의사회 회원분들께 전하고자 하는 말씀이 있으시다면
중앙회 사무처만 대한수의사회인 것처럼 비춰지기도 하지만, 사실 대한수의사회는 전국 18개 지부, 214개 분회, 산하단체 등으로 이뤄진 1만7천명 수의사 전체의 조직이다.
모든 회원들이 대한수의사회다.
수의 분야에 산적한 현안을 추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각 회원 여러분 모두가 힘을 모아주셔야 한다. 각자 소속된 분회와 지부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고 협조해야 수의사의 권익도 신장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현안 추진은 수의사만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여러 현안들, 방역정책국이나 자가진료 문제 등도 그렇다. 우리의 주장을 주변에서 같이 공감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전국의 수의사들이 지자체와 지역 국회의원, 지역 관련 단체와 유대를 강화하여 우호적 관계와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주시기를 당부하고 싶다. 1만7천명이 함께 힘을 합쳐야 우리의 목소리를 사회가 받아들여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