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읽어주는 남자 오제영⑥] 동물의 분류와 발굽동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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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칼럼에서는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에서 하는 일이 아니라 ‘동물’ 그 자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데일리벳이 수의사신문이긴 하지만 종 보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 대중들의 관심입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일반 시민들이 동물에 더욱 친숙함을 느끼고 가족, 지인들과 동물원 시설을 한 번 더 찾게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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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footed penguin

오늘의 잡지식 1) Black footed penguin은 Jackass penguin 또는 African penguin이라고도 불린다. Jackass라 불리는 이유는 내는 소리 때문인데, 개인적으로는 귀엽기만 하다.  “후와—ㄴ 크”

여러분은 어떤 동물을 제일 좋아하시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저는 정말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에 무척추 동물까지 포함하면 좋아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분류학(taxonomy)에 기초해서 좋아하는 동물을 정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포유류에서 개과 동물 중에서는 갈기늑대(Maned Wolf), 고양이과 동물 중에서는 마눌들고양이(Pallas Cat), 영장목에서는 긴팔원숭이(Gibbon)..이런 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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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들고양이(Pallas cat)

오늘의 잡지식 2) Pallas cat은 고양이과 중에서 유일하게 동공이 사람처럼 동그랗다. 그 이질감은 사진과 같다 .

분류학은 여러 방식으로 접근 할 수 있는데, 수의사인 저는 수의학을 적용시키기에 가장 편한 방식으로 분류합니다. 어떻게 분류하는지에 대해서는 뒤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  *

정말 다양한 동물들 중에서도 오늘은 매력만점 발굽동물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발굽동물이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발굽이 있는 동물입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친구들로는 말, 소, 돼지가 있습니다. 그럼 코끼리는 어떨까요? 이 친구는 자세히 보면 발굽이 아니라 발톱이 있습니다.

그럼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taxonomy (제가 수의학을 적용시키기 쉬운 버전)으로 알아보고, 많은 발굽동물들이 지니고 있는 “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오늘의 잡지식 3) 아프리카 코끼리(2종)과 아시아 코끼리(1종)는 발톱의 개수 (앞발톱개수/뒤발톱개수)가 다르다. 아시아 코끼리는 5/4, 아프리카 코끼리는 4/3개의 발톱이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아프리카 코끼리 2종 중 아프리카 코끼리(Loxodonta Africana,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친구)에게는 4/3개, 둥근귀코끼리(Loxodonta cyclotis)에게는 5/4개의 발톱이 있다. 더 쉬운 구별방법이 있는데 가까운 동물원에 가셔서 보거나 물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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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굽동물은 발굽의 개수가 짝수인 우제류(Artiodactyla)와 홀수인 기제류(Perissodactyla)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 말, 테이퍼, 그리고 코뿔소는 발굽의 개수가 홀수입니다. 말과 동물에는 말, 당나귀, 얼룩말 등 다양한 동물들이 속해 있습니다. 그걸 세분화해서 알고 싶으면 동물원에 가보세요! 무궁무진한 종의 동물들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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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어 보이는 테이퍼(Tapir). 테이퍼의 앞발굽은 4개, 뒷발굽은 3개다.

오늘의 잡지식 4) 고래류(cetacean)가 최근에 우제류와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어서 cetartiodactyla에 속하게 되었다. 아래 표와 내용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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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짝수 발굽인 동물은 위 표와 같이 나뉩니다. 복잡하죠? 저는 수의사기 때문에 수의학에 기초하여 분류학적으로 접근합니다만, 일반 시민분들은 “발굽동물이다!”, “뿔이 있네!” 하시며 구경하시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위 표에서 보이는 사실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의 잡지식 5) Pseudoruminant라는 것은 반추동물(Ruminant)와는 다르게 4개의 위 (rumen, reticulum, omasum, abomasum)를 지니지 않고 변형된 위를 가진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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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lvet

동물에 난 뿔은 영어로 두 가지 표현이 있습니다. Antler(사슴뿔)와 Horn(뿔)이지요.

하지만 한국어로 하면 사슴뿔이든 뿔이든 그냥 뭉뚱그려 ‘뿔’로만 보여 헷갈립니다. 그래서 저는 영어로 표현하는 걸 더 선호합니다. Antler와 Horn은 엄연히 다른 구조물이기 때문이지요.

Antler는 두개골에서 자라는 뼈 구조물입니다. 가지 치는 모양이 특징이기도 하죠. 우리나라에서는 ‘녹용’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Antler는 위 표에서 cervidae(사슴과) 애들이 가지고 있겠죠?

Antler는 자라는 동안 벨벳(Velvet)이라고 불리는 ‘혈관 분포가 잘 되어 있는 피부조직’으로 덮여 있습니다. Antler는 보통 1년 주기로 성장과 탈락을 반복하는데요, 탈락될 때에는 덮여 있던 피부부터 탈락된 후 뿔이 머리에 가까운 부분(proximal)에서 떨어집니다.

Antler의 성장과 탈락 주기는 하루 햇빛을 받는 시간과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에 의해 조절됩니다. 그래서 Antler가 있으면 수컷, 없으면 암컷이라고 보셔도 대체로 무방합니다.

물론, 예외는 있죠. 순록(Reindeer)이 대표적입니다. 북미지역 가정집의 벽난로 위에 겨울에 사냥한 순록 박제가 있다면 암컷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컷 순록은 겨울에는 이미 Antler가 탈락되고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끄는 루돌프는 암컷이 아니었을까요?

오늘의 잡지식 6) Reindeer 암컷은 여름에 Antler가 탈락한다. 동물원에서는 수컷의 번식을 방지하기 위해서 고환절제술(Orchiectomy)이 아닌 정관절단술(Vasectomy)을 실시한다. 수의대생 중에 그 이유를 제일 먼저 이메일 보내주는 학생에게는 소정의 선물을 드리겠다!(늦게 받겠지만….). 이메일 타이밍은 칼럼 포스팅 3일 째 자정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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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ler

‘보통 1년 주기로 탈락’이라고 했던 이유는 또 다른 예외가 있기 때문입니다.

열대 지방 쪽 사슴 종류 중에서는 1년 중 태어난 생일을 기준으로 어느 때에든 Antler가 탈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적도지방에 있는 어떤 사슴은 뿔이 아예 탈락하지 않는 경우도 있죠!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항상”이라는 말은 쉽게 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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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동물들의 Horn

그럼 Horn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이는 뼈로 된 중심부(core)에 각질(keratin)이 싸여져 있는 구조물을 말합니다. 소에 있는 뿔을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Antler와는 다르게 대부분 암수 모두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Antler에서처럼 탈락하지도, 여러 갈래로 갈라지지도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많은 종들에서 평생 자라기도 합니다. 위 표를 기준으로 보면 bovidae(소과) 동물들이 Horn을 지니고 있겠네요.

오늘의 잡지식 7) 오카피랑 기린은 혀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길게 내밀 수 있는데, 이는 나뭇잎이나 새싹을 잘 뜯어 먹을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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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뿔영양(Pronghorn)

그럼 중간 단계는 없을까요? 한 가지 있습니다! 물론 아직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종이 있다는 가정하에서 한 가지라는 말이죠.

바로 가지뿔영양(Pronghorn)이라는 동물입니다. 이들은 Antler와 Horn의 중간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 종은 분류학적으로 혼자 (영양붙이과-antilocapridae) 존재합니다. 자세한 것은 직접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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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피(왼쪽)와 기린(오른쪽)

이제 나머지 애들을 보죠. 기린과(Giraffidae) 동물에는 기린과 오카피가 있습니다. 오카피는 엉덩이만 얼룩말 같이 생긴 굉장히 이쁜 친구죠.

기린 머리 위에 툭 튀어나온 두 개의 뿔을 본적이 있을 겁니다. 이는 Ossicone이라고 불립니다. Ossicone은 피부와 털로 덮여 있지요. 기린은 암수 모두 ossicone을 지녔지만 오카피는 수컷만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마지막은 꼬마사슴과(tragulidae)와 사향노루아과(moschidae)입니다. 저는 이들은 원시(primitive)의 친구들로 분류합니다.

꼬마사슴과에 있는 애기사슴(chevrotain)은 아프리카에 있는 조그만 동물인데요, 원시적인 특징들을 많이 지니고 있습니다.

사향노루아과의 사향노루(Musk deer)는 사향(musk) 때문에 밀렵을 많이 당해 보기가 어렵지요. 사향노루는 우리나라에도 있는 멸종위기종입니다. 한번도 못 봐서 슬프긴 하지만요. 긴 송곳니가 있는 것도 사향노루의 특징입니다.

여기서 헷갈릴 수 있는 점 하나!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고라니는 사슴과(cervidae)에 속하지만 Antler 대신 송곳니가 있습니다.

이제 표에서 남은 것은 멧돼지과(suidae), 미국멧돼지과(tayassuidae), 낙타과(camelidae), 하마과(hippopotamidae), 고래류(cetacean)입니다. 감질나지만 이것은 각자 알아보는 것으로 하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잡지식 8) Musk deer는 약재 또는 향수를 만들기 위한 musk sac을 가져가기 위해 사냥 당했다.

*  *  *

앞으로 가족들과 뿔이 있는 동물을 본다면 이제는 antler인지 horn인지 이야기해줄 수 있겠군요! ‘가지 안쳤으면 Horn’이라 생각하면 간단할거 같습니다.

분류학(Taxonomy)은 머리 아프고 처음에 익숙해지기 어렵지만 자꾸 보다 보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너무 깊이 들어간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 친구는 이렇구나~” 하고 재미나게 보는 것이 동물원의 즐거움 같습니다. 이를 통해서 멸종위기에 있는 친구들에 대한 경각심도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업계 종사자의 입장에서는 여러분의 관람료가 모여 동물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 의료행위를 증진시키며, 가장 큰 목표인 멸종위기의 동물의 번식과 종보전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럼 다음 칼럼에서도 동물들에 대한 재미난 사실들과 동물원에서 하는 일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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