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민간 동물백신 개발에 나선 수의사, 조선희 바이오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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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질병을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수의사의 주요한 무기 중 하나가 ‘백신’입니다. 백신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좋은 백신을 만드는 일입니다.

국내 동물용 백신은 해외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제품을 수입해 쓰거나, 국내에서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개발한 백신주를 상용화하는 방식이 대부분인데요, 이러한 방식을 벗어나 민간 연구소로서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수의사가 있습니다.

세계최초로 역유전학 방식을 통한 뉴캐슬병백신을 상용화했고, 가금과 양돈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질병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포아 조선희 대표를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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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 바이오포아 대표

Q. ㈜바이오포아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2007년 창립된 바이오포아는 동물용 백신개발에 주력하여 그 동안 세계최초 역유전학 기술 뉴캣슬병(ND)백신, 가금티푸스 생균백신 등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양계분야 민간병성감정기관, 동물용의약품 품질검사기관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Q. 검역본부가 아닌 민간기업으로 동물용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알고 있다. 수의사로서 이 길을 택한 계기가 특별히 있는지?

수의과대학을 다니던 90년대초는 지금보다도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더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다. 대학의 젊은 지식인들은 지식인으로서의 삶과 방향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당시에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농림축산분야의 개방이 큰 이슈였다. 시위현장에 나가 돌을 던지며 사회운동에 투신하는 것보다 수의사로서 사회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처음에는 ‘가축을 잘 키우는 길을 찾자’고 생각했다. 선배가 운영하는 양돈장에 나가 실습해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가축질병을 관리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 농장뿐만 아니라 국내 가축질병 전체의 컨트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을 던지는 것보다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수의사로서 사회에 보다 기여하는 길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학창시절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셨던 김선중 교수님의 실험실로 대학원을 진학했다.

 

Q. 수의과대학뿐만 아니라 여러 기관에서 연구를 계속했다고 들었다.

당시만해도 수의과대학은 분자생물학 등 첨단 생명공학에서 부족함이 많았다. 그래서 옛 대전 유전공학연구소(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다른 생명공학 관련 학과 출신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했다.

당시로선 나름 첨단기술을 활용해 뉴캣슬병 진단기법을 개발하여 석사를 졸업했다. 백신개발처럼 어려운 일을 석사기간 동안 할 수는 없었다. 진단기법 하나로는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돌 던지기를 포기한 대신 선택한 것 치고는 부족하다고 느꼈다(웃음).

그러다가 우연히 인체 녹십자 목암연구소에 병역특례로 근무하던 수의사 선배를 만나게 됐다. 한국에서 수두백신을 처음으로 개발하신 분이었다. 당시 목암연구소에서는 5년간 병역특례근무가 가능했다. 그 중 우수자에게 해외 연구소 유학 기회도 제공됐다.

이런 분들을 보면서 ‘수의사가 할 일이 참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목암연구소에 병역특례로 들어갔고, 그 곳에서 역유전학을 처음 접했다.

전통적인 유전학은 어떠한 표현형이 무슨 유전자에서 기인했는지 찾는 것이다. 반면 역유전학은 특정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원하는 표현형을 유도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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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역유전학 ND백신 개발을 그 때부터 시작한 것인가?

역유전학을 활용해 ND백신을 세계최초로 만들어내겠다는 꿈이 있었다. 97년부터 연구에 매진해 거의 성공단계에 이르렀는데, 99년에 미국에서 역유전학 국제특허가 먼저 나와버렸다. 3년여동안 국제특허를 위해 달려왔는데 많이 좌절했다.

그렇게 그 연구를 접고 서울의대 암연구소에서 나머지 병특을 마쳤다. 그 후 인트론바이오 창립 초부터 참여하면서 김선중 교수님 밑에서 박사과정을 진학했다.

이 때 김선중 교수님, 권혁준 교수님과 함께 역유전학 ND백신 개발에 다시 의기투합했다. CDMA 원천기술이 없는 삼성이 세계 1위의 CDMA 핸드폰 업체가 되는 것을 보면서 ‘원천기술은 없지만 응용기술로 세계 1위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당시까지도 역유전학을 통한 ND백신을 상용화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려비엔피와 함께 백신개발을 위한 정부연구과제를 수주하고, 바이오포아를 벤쳐기업으로 설립했다. 그렇게 2006년 ND백신개발을 완료한 후 2008년 제품등록에 성공했다. 역유전학 동물용 백신을 세계최초로 상용화한 것이다.

다행히 원천특허권자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활용에는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응용특허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7개국 이상에 등록됐다.

ND백신은 기존 방법으로는 병원성 바이러스의 약독화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1900년대 중반에 분리된 약독주가 70년이 넘도록 현재까지도 백신주로 활용되고 있다. 질병의 원인체는 계속 진화하는데 반해 예방백신은 수십 년째 그대로인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포아에서는 역유전학 기술을 활용해 최근 유행하는 병원성주를 안전한 백신주로 개발하여 국내뿐 아니라 ND가 유행하는 해외에서도 최고의 백신으로 인정받아 판매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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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포아를 함께 설립한 김선중 전 서울대 교수(오른쪽)와 조선희 대표(왼쪽)

Q. 수의과대학을 졸업하며 꿈꿨던 백신개발에 성공했는데 그 이후로 어떤 활동을 해오고 있나?

양계분야뿐만 아니라 양돈분야에서도 역유전학 백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돼지써코바이러스, 최근 문제된 신형 야외주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및 돼지호흡기생식기증후군바이러스(PRRS)에 대한 역유전학 백신을 개발 중이다.

현재 마무리 단계인 역유전학 세팅이 완료되면 균주작출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양돈 분야를 전공한 수의학 박사도 최근 추가로 채용하는 등 양돈분야로의 역량을 확충하고 있다.

양계분야에서도 기존 ND와 가금티푸스 외에도 전염성F낭병(IBD), 전염성기관지염(IB)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바이오포아가 개발한 역유전학 ND백신이 종란접종 시에도 부화율과 증체율 등에 부작용이 거의 없을 정도로 병원성이 적어, 이를 벡터백신으로 활용해 ND와 기타 질병의 혼합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동물용의약품 품질검사 기관으로 곧 승인 받게 되면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자가검정 대행 서비스를 확충할 예정이다.

 

Q. 수의사로서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동물건강을 돌보는 보다 넒은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임상에 초점을 맞춰 배우는 수의사들은 생명공학 분야에서 경쟁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

본인부터도 학창시절에는 그러한 열등감이 있었다. ‘생명과학에만 집중하는 다른 학과 출신들이 첨단기술을 더 많이 배워 잘하겠지’라는 생각에 그 쪽 계절학기 과목을 찾아가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생명공학연구원이나 목암연구소 등을 거치면서 수의사들이 가진 강점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생명공학 기술은 어디까지나 테크닉이다. 80년대에는 단크론항체, 90년대에는 시퀀싱이 최첨단 기술이였지만 지금은 보편화되거나 거의 쓰이지 않는다. 이러한 테크닉은 가서 배우면 된다.

하지만 임상적인 시야는 쉽게 배울 수 없는 것이다. 수의사로서 생체의 원리와 병인론, 치료적 접근을 배운 시각은 생명공학을 응용할 방향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약품 개발 등 응용생명과학분야에서 수의사가 앞서면 앞섰지 뒤쳐질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 생명공학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위해 일부러 수의사를 채용할 정도다.

 

Q. 마지막으로 바이오포아의 향후 목표나 동료 수의사에게 전하는 말씀이 있다면?

바이오포아는 나의 이로움이 남도 이롭게 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직원들의 성공으로 회사가 발전하고, 회사의 성장이 사회에 기여함을 추구한다. 본인을 포함한 바이오포아의 직원들이 생명공학 산업에 종사하는 최고의 전문가로 성공함으로써 동물과 인류의 보건과 복지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동물용백신 분야의 히든 챔피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동물의 감염성 질병 분야에서 선진국에 더 이상 뒤떨어지지 않고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뜻이 있는 동료 수의사분들과 함께 힘을 모아 갔으면 좋겠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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