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필자는 수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에 도착한 이후로 반려동물을 살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유심히 찾아본 적이 있다.
동물용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대형 상점에 가도 열대어, 금붕어 같은 어류나 기니피그, 햄스터 같은 설치류는 볼 수 있었지만 강아지나 고양이는 진열되어 있지 않았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지금보다 더욱 펫샵이 많이 눈에 띄었고 심지어 펫샵이 모여 있는 충무로에 가면 수백 마리의 강아지를 쇼윈도 너머 볼 수가 있었다.
필자 역시 수의학을 공부하러 독일로 떠나기 전,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만 있을 뿐, 동물복지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던 20대 초반에 강아지를 구입하러 펫샵에 간 적이 있다. 그때 구입했던 말티즈 강아지는 집에 온지 일주일도 채 안되었을 때 구토를 하면서 혈변을 보기 시작했고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그 강아지가 세상 빛을 본지 두 달 만에 왜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어야 했는지 그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지금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펫샵의 강아지가 강아지공장 (퍼피밀)에서 태어나 생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어미로부터 분리가 되어 경매장으로 넘겨지고 여러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전염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내가 펫샵에서 귀여워라 했던 강아지들이 어미젖도 충분히 먹지 못하고 바이러스를 이겨낼 항체가 부족한 상태라는 걸 알 방법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여러 마리의 강아지가 진열되어 판매되는 것이 당연한 한국에서 지내다가 강아지를 판매하는 곳을 찾을 수 없는 독일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다. 분명 길거리에는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디에서 강아지를 구입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해 독일 친구에게 어디에서 강아지를 살 수 있냐고 물었다. 독일 친구는 강아지를 사는 것이 아니라 입양하는 것이며 브리더로 부터나 동물보호소에서 입양이 가능하다고 했다.
독일은 대부분 가정집에서 교배를 시키고 강아지를 입양 보내는 제도를 갖추고 있는데 이는 협회의 형식으로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다시 말해 브리더들은 대부분 본업을 별도로 갖고 있으면서 해당 지역의 브리더 협회에 가입을 하고 독일 동물보호법에 의하여 특정 교육을 받고 수료증을 취득하여 강아지를 번식하고 입양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일반인은 자신이 입양하고 싶은 품종을 교배하는 협회에 연락을 취해 어느 가정집에서 강아지가 태어났는지 정보를 얻는다. 그 후 일반인은 그 가정집에 직접 방문하여 모견 및 부견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자신과 강아지가 어울리는지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대부분의 브리더들은 모견이 3~4번의 출산을 하면 더 이상 교배를 시키지 않고 중성화 수술을 해주거나 배란기에 수컷과의 접촉을 방지한다.
물론 독일에도 이런 과정을 귀찮아하고 조금이라도 더 쉽게, 더 저렴하게 강아지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이베이와 같은 온라인 거래에서 강아지 매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강아지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데에 있다. 인터넷으로 거래되는 많은 강아지들이 동유럽의 강아지공장 (퍼피밀)에서 태어나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 한번 제대로 못 받고 생후 2개월 전에 어미와 분리되어 검역을 거치지 않고 몰래 독일로 넘어왔다고 추정된다. 독일 본사의 유럽동물자연보호협회는 이러한 강아지의 수를 50만 마리라고 예측한다.
필자 역시 뮌헨대학 동물병원에서 로테이션을 돌던 중 치사율이 높은 파보 바이러스에 걸린 동유럽 출신의 비글 강아지를 담당 치료했던 적이 있다. 몇 백 유로 저렴하게 구입했다가 몇 천 유로의 치료비가 더 든 경우였다.
최근 독일에서는 이러한 불법 강아지 수입을 근절하고자 많은 동물보호단체가 캠페인을 벌였다. 그리고 지난 해 11월 25일, 동유럽에서 불법으로 강아지를 수입하여 독일 내에서 판매한 마르쿠스(Markus)와 페트라(Petra) 부부는 독일 헤센주 젤리겐슈타트 (Seligenstadt) 시의 법원에서 15개월 징역과 5년 동안 교배 및 판매금지 판결을 받았다. 이들이 10년 동안 얼마나 많은 강아지를 불법적으로 판매하였는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재판 과정 중 이들이 판매한 8마리의 강아지가 심각한 질병에 시달렸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부모견의 출처도 모르고 예방접종 확인증 및 계약서도 없이 아픈 강아지를 팔았다는 것이 중범죄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반면 한국은 햇빛도 들지 않고 환기도 되지 않는 불법 가건물에서 모견을 케이지 안에 평생 가둬두고 일 년에 두 번씩 발정유도제를 맞으며 강아지를 생산해내는 일이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일이 공개되어도 강아지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 중에 동물학대로 처벌 받은 사람은 없다. 즉, 동물판매업과 관련된 동물보호법이 있지만 행정적 처분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강아지공장에 대한 인식을 갖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작고 귀여운 품종의 강아지를 출처도 모른 채 충동구매 하는 일이 적지 않다. 애완견이 아닌 반려견인 만큼 15년 정도의 시간을 함께 살아갈 ‘가족’이라 생각하고 그 반려견의 부모견 역시 강아지를 생산하는 기계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이고 누군가의 가족이 될 수도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귀엽고 작은 강아지를 매매하기에 앞서 정확한 출처를 알아내고 강아지 공장을 부추기지 않도록 고민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