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찬 변호사의 법률칼럼⑬] 무면허 진료와 동물 학대

대법, ‘수의사 아닌 자의 마이크로칩 시술행위는 동물 학대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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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대법원의 한 판결이 수의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대법원이 수의사 자격 없이 동물의 체내에 마이크로칩을 시술하더라도 수의사법 제10조 ‘무면허 진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부 반려동물 업자는 자신도 마이크로칩 시술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쾌재를 불렀다.

과연 그렇게 볼 수 있을까?

 

법원은 법률을 해석할 때 다양한 접근방식을 취한다. 법규 자체의 문리적 의미를 파악하기도 하며, 해당 법의 입법취지와 목적을 검토하기도 한다.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지위를 통해 해당 법규의 의미를 파악하기도 한다.

이처럼 법원이 다양한 법해석 방법들을 적용하는 이유는 법관 개개인의 자의적인 법규해석을 막고 법의 불명확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해석 방법을 통해 수의사법 제10조에서 말하는 ‘동물의 진료행위’에 대하여 ‘수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질환·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라 정의했다.

그러면서도 ‘동물의 생명이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나 ‘동물의 진료에 부수되거나 그 기능을 좋게 하는 행위’까지 ‘진료행위’에 대하여 포함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수의사로서는 이러한 두 가지 행위가 수의사의 ‘진료행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단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판단한 대법원의 판단 근거에 대하여 살펴 보자.

대법원은 먼저 수의사법 상 목적 조항을 제시했다. 당시 수의사법은 수의사법 제1조 목적조항에 ‘축산업의 발전과 공중위생의 향상에 기여’만을 규정하고 ‘동물의 생명과 안전 등’은 규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물의 생명과 안전 등’은 동물보호법에서 규율하고 있었다.

때문에 수의사의 진료행위에 ‘동물의 생명이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수의사법에서 규정한 ‘수의사의 업무범위’와 ‘수의사가 아닌 자에게 금지하는 행위의 범위’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의사법 제3조에 의한 수의사의 직무는 ‘동물의 진료 및 보건과 축산물의 위생검사’인데 반하여, 수의사법 제10조는 위 수의사의 직무 중 ‘동물의 진료’만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대법원이 수의사 아닌 자에게 마이크로칩 삽입행위가 허용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동물에게 상해를 가하는 행위가 사회통념상 학대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명확하게 지적했기 때문이다.

즉, 대법원은 수의사 자격이 없는 자가 동물의 체내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행위는 동물보호법 상 학대행위로 처벌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검사가 마이크로칩 시술행위자를 수의사법 상 무면허 진료행위로 기소했기 때문에 무죄인 것이지, 동물학대죄로 기소했다면 당연히 유죄로 판결했을 거라고 판시한 것이다.

 

게다가 수의사가 아닌 자의 마이크로칩 시술행위를 무면허 진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던 위 대법원 판례 자체도 이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위 대법원 판례가 판시된 후 수의사법이 개정되어, 목적 조항에 ‘동물의 건강증진’이라는 문구가 삽입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수의사가 아닌 자가 마이크로칩 시술행위를 한다면 동물학대죄 뿐 아니라 수의사법 상 무면허 진료행위에 해당하여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처럼 판례를 결론 중심으로 표면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위험하다.

판례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를 통해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수의사법의 개정 및 반려동물의 정책에 대한 근거로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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