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니션 제도화 검토‥명칭·자격·업무범위 쟁점화

주사, 채혈 등 침습적 행위 허용여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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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테크니션 제도화를 위한 정부 검토과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수의테크니션의 법적 명칭, 자격관리, 업무위임범위 등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의사법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방역총괄과가 주관하고 대한수의사회, 한국동물복지학회 등이 참여하고 있는 ‘동물간호사제도 도입을 위한 TF팀’이 22일 성남 대한수의사회관에서 2차 회의를 가졌다.

같은 날 대한수의사회 전국 지부수의사회 회장단이 대전에서 모여 관련 경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TF는 2차 회의에서 수의테크니션 제도화에 따른 명칭, 자격요건 및 주무기관, 업무범위 등에 대한 수의사회와 복지학회(테크니션 측), 농식품부의 제안사항을 놓고 비교 토론했다. 각 제안사항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칭에 대해 대한수의사회는 테크니션의 보조업무가 동물병원 내부에서 반려동물에 한해 이뤄질 수 있도록 ‘반려동물진료조무사’라는 명칭을 제시했다. 복지학회는 ‘수의간호사’를, 농식품부에서는 ‘수의간호복지사’를 고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수의테크니션, 영국 수의간호사, 일본 동물간호사 등 해외에서도 다양한 명칭이 혼용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대한간호협회가 정규대학 졸업 면허 취득자가 아닌 간호사 표기에 반대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자격조건에 있어서도 자격 인정제도와 면허 제도 등을 놓고 견해차를 보였다.

교육기관을 지정하고 자격시험관리, 보수교육 등을 주관할 기관에 대해서도 다양한 안이 제시됐다.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과 같은 민간기관에 위임하거나 대한수의사회 산하에 주관 위원회 설치, 비영리법인 설립 등이 도마에 올랐다.

 

여러 쟁점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는 테크니션의 업무범위가 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주사나 채혈 등 반려동물의 신체를 침습하는 행위도 허용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다.

TF에서 복지학회 측은 미국 일부 주나 영국의 사례를 반영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체온측정, 실험실 검사 등 일반 보조업무 외에 주사, 채혈, 스케일링, 방사선 촬영, 기본 창상봉합 등 침습적 행위도 업무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는 회원 의견수렴 과정 중으로 이번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복지학회 주장과 같은 전면 허용에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두고서는 수의사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침습적 행위를 배제하고 단순 보조업무에 역할을 국한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일부 행위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혼재한다.

후자에서도 주사, 채혈, 스케일링, 봉합, 방사선 촬영 등 각각에 대한 견해에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제도화가 이대로 추진된다면 초기 업무범위는 최대한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들고, 이미 동물병원에서 근무중인 보조인력도 제도화된 테크니션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침습적 행위를 섣불리 위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등 자격조건도 변수다. 4년제 대학교육과정에 따른 면허제도냐, 학원 혹은 특성화고졸업자도 인정하는 자격증이냐에 따라 맡기는 일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침습적 행위의 위임여부를 검토하기 전에 국내 수의학교육환경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의사들조차 수의과대학에서 주사나 채혈, 봉합 등 침습적 술기를 실습해볼 기회가 많지 않다. 기회의 수준은 대학마다, 1년차 임상수의사로서 수련하는 동물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테크니션에게 어떤 업무를 맡길지 고민하기에 앞서, 수의사가 해당 업무를 졸업하는 첫 날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자문해야 한다는 것.

지금 이대로라면 동물병원 원장이 고참 테크니션에게 신입 수의사의 주사, 채혈을 가르치도록 지시하는 웃지 못할 행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TF는 오는 5월초 3차 회의를 여는 등 준비작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선결조건으로 제시된 반려동물 자가진료 제한을 위한 시행령 개정을 오는 6월에 추진하고, 테크니션 제도화 관련 법 개정안은 올해 하반기까지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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