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드레아 파세티 UC Davis 교수 `영양학은 임상의 토대`


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미국수의내과학전문의이자 미국수의영양학전문의인 안드레아 파세티 UC Davis 수의과대학 교수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한국수의영양학회 초청강연에 이어 로얄캐닌과 함께 대전, 대구, 수원을 돌며 각지의 임상수의사들에게 영양학 강의를 진행한 파세티 교수를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생식, 수의영양학 교육과 임상적 활용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160428andrea1

Q.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가? 인상이 어떠한지

처음이다. 한국은 환상적인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 분들은 친절했고, 수의과대학 학생들과 교수님들, 수의사분들은 매우 흥미로운 에너지를 보여주셨다.

한국수의영양학회에서의 강연 외에도 동물병원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로얄캐닌과 함께 대전과 대구, 수원 등 각지를 방문하여 수의사분들을 만났다. 그 도시들 모두 생기에 넘쳤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관광으로 방문했던 국립박물관도 경주의 전통적인 건물들도 인상적이었다. 한국 음식도 아주 맛있었다.

Q. 내과전문의이기도 하면서 영양학전문의 자격도 가지고 계신데, 영양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수의과대학에 진학하기 전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했었다. 화학과 생화학에는 언제나 관심이 많았다. (미국은 학부 4년과정을 졸업한 후 4년제 수의과대학에 진학한다-편집자주)

수의사가 된 후에도 인턴이나 내과전문의과정 중에 여러 질병을 보면서 영양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됐다. 영양학적 관리는 만성신부전이나 알러지를 포함한 피부질환 등 반려동물의 주요질병을 치료하는 주춧돌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수의영양학을 통해 내가 사랑하는 두 학문인 수의학과 생화학이 접목된다는 점도 좋았다.

무엇보다 모든 동물은 먹어야 산다. 적절한 영양학적 관리를 필요로 한다. 아프거나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수의영양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이 동물복지를 증진하는데도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Q. 개인적으로 반려동물의 생식에 대해 궁금함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생식을 급여하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많은가?

그에 대한 최신 데이터가 많진 않지만, UC Davis와 다른 동물병원 및 대학이 참여한 공동연구에서 조사한 적이 있다.

정확한 수치가 기억나진 않지만, 직접 요리해서 반려동물을 먹이는 보호자의 비율은 약 10%였다.

현재는 이 수치보다 많은 보호자들이 생식을 먹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공동연구는 2000년대 대형 펫푸드업체의 국제적인 리콜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실시한 것인데, 당시 성분문제로 리콜사태가 벌어지자 이를 염려한 많은 보호자들이 생식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Q. 임상수의사들은 생식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보나? 상용화된 펫푸드를 추천해야 하는가? 아니면 전체론적인 관점(holistic)에서 생식을 허용하면서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가?

나는 보호자들이 집에서 만드는 생식도 수의학의 범주 안에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여러 질환을 복합적으로 앓고 있는 환자에서 생식은 효과적인 관리수단으로 선택될 수 있다. 만약 반려견이 만성신부전과 췌장염을 함께 앓고 있다면, 이 두 질환에 대한 대응을 동시에 만족하는 상용 펫푸드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때문에 UC Davis 동물병원에서도 경우에 따라 환자에게 생식 레시피를 처방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번째 선택지는 언제나 동물에 상황에 맞춘 상용화된 펫푸드나 처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UC Davis에서 반려견 생식 레시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를 조사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보호자들이 인터넷이나 관련 서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레시피 200개를 분석해보니 그 중 95%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특정 영양소가 결핍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수의영양학전문의로서 경험에 비추어보면, 수의사가 균형잡힌 생식 레시피를 안내해준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변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칠면조 가슴살을 중심으로 생식 레시피를 처방했는데, 보호자들은 보호자들은 ‘별 차이 없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칠면조 가슴살을 칠면조 육분으로 바꾼다는 얘기다. 실제로는 두 원료 사이에 영양학적 차이 때문에 특정 영양소의 결핍증이 유발될 수 있다.

이런 경우 보호자들 스스로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부분 수의사와 상담도 하지 않는다.

즉, 생식은 특정 환자에서는 효율적인 처치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위험(risk)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의사들과 보호자들 모두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만약 보호자가 생식을 강력히 원하거나, 수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수의영양학 전문가(Nutritionist)와 함께 균형잡힌 레시피를 만들 것을 추천한다. 또한 보호자가 시간이 지나며 레시피를 변질시키진 않았는지도 꾸준히 체크해야 한다.

160428andrea2
21일 밤늦게까지 이어진 강의 후에도 질의응답에 성실히 임한 파세티 교수

Q. 영양학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 보이는데, 미국에서는 교수님을 포함한 전문의들이 그 역할을 담당하는가

그렇다. 대부분의 임상수의사들이 스스로 레시피를 만들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수의사들이 환자의 상황을 제공하면 전문가가 그에 맞는 레시피를 작성해 알려주는 2차진료 형태다.

수의영양학 레지던트 과정을 통해 배출된 미국수의영양학전문의는 현재까지 65명 정도다. 많지 않은 숫자이지만 그 와중에 활동분야도 다양하다.

반려동물 외에도 대동물 영양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의도 있다. 학계에 있거나 사료업체 혹은 제약업체, 정부기관 등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수의영양학 임상에 종사하는 인원은 절반 정도다.

그 중 많은 사람이 대학에 있긴 하지만, 사설 컨설턴트로서 활동하는 전문의도 있다. 보호자를 직접 만나지 않되, 특정 동물병원과 계약하여 필요에 따라 2차 진료를 봐주는 형태다. 펫푸드업체와 일하는 사설 컨설턴트도 있다.

Q. 교수님도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것인가?

UC Davis 부속동물병원에서 영양학 진료과의 주요 역할은 다른 임상수의사들을 돕는 것이다.

영양학 진료과 담당의가 진료시간에 머물면서 ‘이 환자를 어떻게 먹여야 하느냐’는 수의사들의 질문에 대응하는 형태다. 각 진료과에서 로테이션 중인 4학년 학생들이 영양학 진료과를 찾아와 환자상황을 브리핑하고 그에 대한 영양처방을 주치의에게 전달하곤 한다.

직접 보호자를 만나기도 한다. 가령 종양과 같은 심각한 질환을 앓는 동물의 보호자는 절박한 심정에 상담을 강력히 원하는 경우가 있다. 생식 레시피를 원하는 보호자들을 만날 때도 있다.

하지만 영양학전문의로서의 자문을 위해 꼭 환자를 만나야 할 필요는 없다. 환자진료기록이나 관련 정보를 받고, 필요하면 주치의에게 추가 정보를 문의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멀리 떨어진 미국 다른 지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의 수의사들도 상담하고 있다. 

160428andrea3

Q. 한국에서는 영양학전문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수의영양학을 배울 기회도 많지 않다. 관련 학과과정이 없거나 부족해 독학하거나 관련 세미나를 쫓아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미국에서의 교육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미국에서도 모든 수의과대학에 수의영양학전문의가 있는 것은 아니라서 대학마다 차이는 있다.

UC Davis 수의과대학은 최근 각 장기나 과목을 블록으로 구성한 커리큘럼으로 변화했다. 이중 기본영양학코스는 모든 학생이 들어야 하는 필수블록이다. 단백질이나 미네랄 같은 영양소와 결핍증, 중독증 등을 다루는 과정이다.

3학년이 되면 지망분야에 따라 커리큘럼이 나뉘는데, 소동물임상특화과정을 택한 학생들 중 관심 있는 사람은 소동물임상에 집중한 수의영양학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타 블록, 가령 신장블록에서 신장질환과 관련된 영양학적 내용을 함께 가르치기도 한다.

Q. 만약 한국의 수의영양학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면 어떤 부분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가? 조언을 구하고 싶다.

사실 한국의 수의학교육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유럽이나 미국의 전문의 과정에 도전할 수도 있고 WSAVA나 여러 교재들을 공부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쓴 책을 직접 추천하기가 부끄럽지만(웃음) 응용수의임상영양학(Applied Veterinary Clinical Nutrition)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에서도 해외 전문가를 초청해 코스를 마련하거나 교과과정에 조금씩이라도 영양학적 내용을 반영해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한국에서 만난 수의영양학회 분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들이 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

Q. 반면, ‘질병에 맞춰 처방식만 잘 적용하면 충분하지, 굳이 수의영양학을 깊이 공부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가진 수의대생이나 수의사들도 적지 않다

흥미로운 질문이다.

처방식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특정질환용 처방식이라고 해서 다 똑 같지 않다. 자세히 보면 성분구성이 모두 다르다.

어떤 수의사들은 ‘신부전이군. 병원에 있는 신장용 처방식을 줘야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장용 처방식들 중에서도 해당 환자의 상황에 보다 적합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장질환이 있으면서 혈중 포타슘 수치가 높은 환자가 있다고 치자. 신장용 처방식들 각각의 포타슘 함량은 다양하다. 혈액검사수치를 모르면 모를까, 처방식 중에서도 포타슘 함량이 적은 제품을 처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나.

또한 업체가 지정한 분류의 틀에서 벗어나 수의사들이 주체적으로 제품을 활용할 수도 있다.

‘노령견용 일반사료지만 포타슘 함량이 적고, 단백질 함량도 현재 신부전 단계에 알맞을 정도로만 낮으니 이게 더 좋은 옵션이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현재 상황에 영양성분구성이 보다 적합하다면, 고양이용 사료를 개에게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수의영양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각 환자의 상황에 최적화된 선택을 내릴 수 있다. 영양학의 힘은 응용에 있다.

Q. 같은 질환용 처방식 중에서도 더 적합한 것을 찾아낼 수 있다는 지적이 흥미롭다. 하지만 일선 동물병원에서 여러 브랜드의 처방식을 모두 갖춰놓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물론 대학이나 전문 병원이 아니라면 그러기는 힘들다.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에는 수의사의 처방을 제출하면 인터넷으로도 처방식을 공급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 활용할 수 있다(수의사 처방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수의사라면 환자에게 가장 최선의 것을 제공해야 한다. 병원에 준비해놓지 제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권해야 한다. 그 제품을 구해다가 판매해주는 방법도 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수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영양은 건강의 기본이다. 때문에 임상수의사들은 내원한 동물들 모두의 영양상태를 기본적으로 체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자면 보호자에게 묻는 수 밖에 없는데, 제한된 시간 안에서 영양상담만 할 수도 없다. 때문에 진료실에 들어오기 전에 보호자가 작성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활용하길 권한다.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가 제공하는 무료 툴박스에서 체크리스트나 보호자 안내용 핸드아웃을 가져다 쓰는 것도 좋다(보러가기).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2017년 8월 인천에서 열릴 세계수의사대회(WVC)에 연자로 초청되셨으니 다시 만날 내년을 고대하겠다.

내년 다시 만날 WVC 2017을 기약하면서 한국에서 많은 수의사들이 보여준 환대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데일리벳 관리자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