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의 거북이진료와 보호자의 적절한 이동장 활용이 가능한 고양이 친화병원이 늘고 있다. 이런 고양이 친화병원에서 갖추어야 할 혹은 고려하여야 할 여러 사항들이 있으며 이를 통해 고양이 친화진료 정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칼럼은 이에 앞서 보호자와 수의사가 생각하는 고양이 친화병원에 대한 몇몇 오해부터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 오해는 동물병원에서 기르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다.
필자가 보호자 시절에 고양이를 잘 아는 그리고 잘 다루는 병원에 대한 이미지는 이러하였다. 병원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많아서 그들이 천연덕스럽게 대기실 의자나 원무과 데스크에서 편하게 누워있거나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병원 말이다. 더 나아가 대기실에 캣타워도 배치되어 있고 벽에는 고양이가 올라갈 수 있는 선반이 붙어 있으며 천정 꼭대기에는 고양이 터널이 설치되어 있는 병원이 바로 친화적인 병원이란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는 어떠한가? 정답은 동물병원 고양이에게 있어서는 만점인 병원일 수 있다.
하지만 병원 냥이가 아닌 외래 고양이 진료를 봐야 하는 동물병원 입장에서는 결코 만점을 줄 수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양이는 야생의 작은 호랑이로 네오포픽하기(필자 주. 새로운 것을 싫어하는 고양이의 본성) 때문이다. 가뜩 익숙하지 않은 전혀 다른 환경으로의 이동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충만한데 병원에서 어슬렁거리는 ‘적’이 있다면 병원에 긴장을 하며 들어올 수밖에 없으며, 또한 병원 냥이의 냄새에서 한층 더 민감해 질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결론은 동물병원 고양이가 대기실에서 배회하는 병원은 결코 고양이 친화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따라서 동물병원 냥이가 있다면 진료 중엔 대기실이나 진료실이 아닌 병원 뒤 공간에 두어야 한다. 단 뒤 공간에서 지루하지 않게끔 다양한 놀이기구가 있으면 좋고, 동물병원 스텝들도 여러모로 신경을 써주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보호자도 다른 고양이 환자를 감안하여 고양이 이동 시에는 반드시 이동장을 활용하여야 하며, 병원에서는 바닥보다는 의자 위에 두고 수건이나 담요로 이동장을 덮어주어 시각적인 자극을 차단해 주는 게 좋다.
두 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놀이기구의 배치와 관련된 오해다.
본디 이러한 놀이기구는 고양이의 탐험 본능을 자극하여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병원환경의 풍부화를 목적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놀이기구는 동물병원 전면에 배치되어 있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정말 동물병원 고양이를 위한 것이라면 병원 뒤 공간에 배치하여야 하며, 외래 환자들을 위한 것이라면 그 위치나 규모는 잘 생각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른 환자에게 쉽게 눈에 띄는 장소라면 병원에서 기르는 고양이처럼 다른 환자에게 ‘적’으로 간주될 수밖에는 없으며, 어디까지나 아파서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이 캣타워, 터널에서 뛰어다니거나 점프하기는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전염성 질환(특히 고양이 허피스바이러스 감염증)들을 감안한다면 여러모로 다른 고양이와 직접적인 접촉은 자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동물병원은 고양이 카페나 다락방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 호텔에 관한 오해다.
우선적인 전제는 고양이 호텔은 고양이 전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성묘보다 상대적으로 네오필릭한(필자 주.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향) 어린 고양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공간이 오픈 되어 있어도 무방하나, 성묘의 경우는 반드시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절대 포식자가 아닌 피식자일 수도 있는 고양이의 특성상 최소한의 빠져나갈 구멍은 준비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반드시 몸을 숨기고 쉴 수 있는 공간 혹은 외부 시선을 차단할 수 있는 가림막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고양이 친화병원은 동물원의 통유리 속 사육장이나 고양이 카페도 아닌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거기에 더해 고양이 본성을 감안한 인테리어적인 요소도 구비하여야 한다. 결코 이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며, 그들의 눈높이에서 고려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