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생애주기별 제도 정비..유통 활성화에 동물보호단체 반대
생산, 판매, 병원진료, 사료용품산업 등..반려동물 온라인 판매 허용, 논란 불씨
정부가 반려동물 보호와 관련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선다. 그 이면에 지나치게 산업적인 측면에서 ‘생명’인 반려동물을 바라본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7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별 제도를 정비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생애주기별 제도 정비에서는 최근 강아지 공장 등 사회적 문제로 지적된 생산, 유통단계에 방점이 찍혔다.
반려동물 생산(동물생산업)에서는 반려동물이 위생적인 환경에서 태어날 수 있도록 동물생산업에 허가제를 도입하고,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표준 생산시설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설, 인력기준을 강화하되 유예기간과 시설개선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양성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려동물 유통(동물판매업)에서는 분양 전후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기존 개체관리카드를 온라인으로 확대해 구매자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반면 반려동물 경매업 제도화, 온라인 판매 허용 등은 논란에 휩싸였다.
경매장에서는 번식장에서 태어난 반려동물들이 모여 전국의 펫샵으로 팔려 나간다. 유통의 핵심이지만 지금껏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를 두고 정부는 경매업을 제도권에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허가 받은 생산업자와 판매업자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경매 대상 동물의 수의사 관리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경매업 자체에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들의 목소리도 높다. 대량생산, 대량유통을 전제하는 경매업이 존재하는 한 동물복지적인 반려동물 유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는 7일 성명을 통해 “지자체에는 경매장을 감시할 행정여력이 없다”고 지적하며 “무분별한 번식으로 이어질 경매업 제도화를 폐기하고, 기존 경매업은 동물판매업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판매 허용에 대해서는 더 강경하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역시 같은날 ‘허울뿐인 생산업 허가제… 정부는 후진적 반려동물 산업 육성 계획 전면 재검토하라’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생명존중 실종된 채 동물을 수익 창출의 도구로 추락시키는 동물복지 역행 정책을 멈추고, 동물보호법부터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허가 받은 동물판매업소에 한해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되 반려동물 운송에 대한 별도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들은 온라인을 통한 무분별한 판매가 동물학대와 생명경시로 이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운송기준을 마련해봤자 현장에서는 잘 지키지 않아 실질적인 동물복지가 보장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인식에 기반한다.
이 밖에도 정부는 펫용품과 펫사료 생산기반 및 수출역량 확대 지원, 동물장묘업 관련 규제완화 등의 추진 방향을 함께 발표했다.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산업 육성을 전담할 정부조직과 별도 법안(가칭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 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신설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