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은 여름도 시원하게 보내야` 서울시 동물복지지침 마련
10월부터 서울시내 4개 동물원 3,500마리에 적용..’선언적 내용에 그쳐 실효성 부족’ 우려도
서울시가 동물원, 수족관에서 사육되는 동물을 위한 동물복지지침을 마련한다.
지자체 차원에서 동물원 동물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지침을 규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서울시 초안이 선언적 내용에 치중돼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12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관람·체험·공연 동물복지지침 수립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농식품부 동물복지위원장 박재학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동물보호단체와 공공 및 민간 동물원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동물을위한행동 전채은 대표, 케어 박소현 대표, 국립생태원 강종현 박사가 패널로 나섰다.
동물복지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2월부터 동물자유연대, 동물을위한행동, 서울대공원, 어린이대공원, 서울시 공원녹지정책과, 롯데아쿠아리움이 참여하는 TF를 운영했다.
이날 TF가 발표한 지침안은 대부분 선언적인 기준을 다뤘다.
‘동물원 간 거래로 인해 해당 동물의 복지수준이 저하되지 않아야 한다’거나 ‘동물의 생태적 환경에 맞고 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수 있을 정도 크기의 사육공간을 갖춰야 한다’는 식이다.
한대 극지방 서식 동물에게는 여름을 대비한 냉방장치를 두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됐지만 일부에 그쳤다.
그럼에도 동물원 동물의 수급, 이동, 사육시설, 체험교육, 행동풍부화, 영양관리, 수의학적 처치, 안전관리 등 다양한 측면을 빠짐없이 조명했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지침 마련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이 부족해 동물원 복지를 실질적으로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살아있는 동물을 먹이로 공급하지 말 것과 종별 개체수 관리에 대한 구체적 대책 등이 지침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종현 박사는 적정 사육면적을 종별로 구체화하여 지침에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는 이날 토론에서 제안된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10월까지 동물복지지침을 완성할 계획이다.
지침은 서울시 산하 동물원인 서울대공원, 어린이대공원, 서울숲, 북서울꿈의숲 등 4개소 300여종 3,500여마리의 동물에게 적용된다.
차후 민간 동물원에도 적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강제력이 없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동물원법 국회 심사과정에서 동물복지 관련 내용이 대부분 삭제되어 아쉽다”면서 “서울시 동물복지지침의 내용이 민간을 비롯한 전국 동물원으로 확대되려면 동물원법 관련 환경부령을 만드는 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영상 인사말을 통해 “동물원에서 지내는 동물에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은 성숙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다른 생명체에 가져야 할 의무”라며 시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