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자가진료·질병손실 해결할 열쇠 ‘공제제도’ 도입 방향은?
일본, 이스라엘 공제제도 성공사례·도입안 다뤄..11월 8일 소임수 컨퍼런스 논의 지속
“자가진료가 만연하는 한 가축질병 방역은 불가능하다”
“30년간 정체된 소 임상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대형화, 체계화가 필요하다”
23일 수원 경기도건축사회관에서 열린 제4회 경기도수의사회 컨퍼런스 산업동물세션에서는 가축질병공제제도의 도입 필요성과 방향을 모색했다.
10여년간 공제제도 도입을 주장해온 강원대 수의대 김두 교수와 국내 도입안을 연구 중인 보험개발원 지연구 팀장이 연자로 나섰다.
김두 교수는 국내 가축질병 근절을 막는 주범으로 자가진료를 지적하면서, 그 해법으로 공제제도를 제시했다. 농가가 보다 적은 부담으로 적절한 수의서비스를 제공받게 함으로써 자가진료의 필요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연구 팀장은 이스라엘, 일본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구상 중인 국내 도입방안을 내비치면서, 이날 컨퍼런스에 참가한 일선 소 임상수의사들의 의견을 구했다.
자가진료 만연으로 질병 근절 어렵다..공제제도 도입으로 ‘자가치료 할 필요 없게’
김두 교수는 “자가진료가 만연된 국내 축산환경에서는 전염병을 포함한 가축질병을 제대로 막기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자가진료로 인해 농가 질병관리와 전염병 예찰의 초기 단계에서 수의사가 배제되다 보니 제대로된 수의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 국내 축산업에서 질병으로 인한 손실액은 연간 2조원에 달한다.
김 교수는 “수의사처방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농가들은 대부분의 동물약품을 마음대로 사용한다”며 “급성 전염병 근절, 항생제 오남용 문제 등은 수의사 진료환경을 제대로 확보하기 전에는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도적 해결책으로서 가축질병 공제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제제도의 기본 개념은 사람의 의료보험과 비슷하다. 농가는 가축의 축종과 숫자에 따라 공제료(보험금)를 미리 납부한다. 수의사는 농가에게 진료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 비용은 공제조합이 대신 치른다.
가축이 아파 응급진료가 필요한 경우는 물론이고, 정기적으로 농가를 방문해 예방, 번식, 영양 등 다양한 컨설팅을 실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농가는 부담한 금액 대비 높은 생산성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자가진료는 사라지게 된다. 부담없이 수의사를 부를 수 있는데 굳이 스스로 약을 써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충청남도의 `소 진료비 지원사업`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농가에 50%의 진료비를 지원해주는 동안은 자가진료가 없다가, 예산이 고갈되는 연말 무렵에는 다시 자가투약이 성행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국가가 이 같은 선순환을 지원한다. 농가와 정부가 공제료를 반반씩 부담한다.
심지어 이스라엘의 공제제도에 해당하는 ‘하클라이트(Hachaklait veterinary service)’는 NGO다. 정부지원 없이 농가의 모금만으로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두 교수는 “공제제도의 궁극적인 혜택은 농가에게 돌아간다”며 “사실 수의사가 아니라 농가가 도입을 요구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소 임상 동물병원 진료체계 발전 위해서도 필요..진료환경 개선
김두 교수는 공제제도 도입을 통한 소 임상의 대형화, 체계화가 수의서비스 발전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국내 소 임상시장이 수십년간 1인원장의 증상환축 개체치료 중심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보다 발전된 우군(Herd) 단위 건강관리도 번식분야 위주에 한정되고, 그나마도 일부 동물병원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요인 중 하나로 규모의 문제를 꼽았다. 대다수가 1인 원장 동물병원이다 보니 개체치료 외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고, 농가도 자가진료로 해결되지 않는 가축이 없는 한 수의사를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공제제도를 통해 다수 수의사의 협진체계가 갖춰지면 영양관리, 시설관리, 경영관리 등 농가 컨설팅 각 분야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스라엘 ‘하클라이트’가 TMR사료배합, 질병역학자료 분석 등을 전담하는 수의사를 따로 두고 각 지역별 임상수의사를 지원하고 있는 모양새와 일치한다.
이러한 규모화는 수의사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365일 대기상태일 수 밖에 없는 1인원장에 비해 동료 수의사들이 돌아가며 업무를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 도입계획 미지수..일선 임상수의사 공감대 선행돼야
이날 지연구 팀장은 일본 공제제도, 이스라엘 하클라이트 사례와 한국 상황을 비교 분석하면서 국내 도입안의 청사진을 내비쳤다.
일본과 이스라엘 모두 젖소가 가장 높은 가입률과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만큼 유우와 육우를 중심으로 도입한다. 일본, 이스라엘 모두 공제조합이 수의사를 직접 고용하고 있지만, 도입단계에서는 개업 임상수의사가 참여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계산이다.
지연구 팀장은 “국내에는 가축질병이나 소 임상환경에 대해 참고할만한 자료가 부족해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선 수의사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참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보험개발원은 오는 11월말까지 공제제도 도입안에 대한 연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에 앞서 11월 8일 충남대에서 열릴 한국소임상수의사회 연례 컨퍼런스에서 일선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도입계획안을 소개하고 의견을 구할 예정이다.
권순균 소임상수의사회 총무이사는 “공제제도의 실제 도입은 정부와 농가의 의지에 달려 있지만, 그에 앞서 일선 개업수의사의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의 소 임상수의사들이 공제제도의 내용과 도입 필요성을 이해하고 각 지역 농가와 논의의 장을 마련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권순균 원장은 “11월 8일 소임상수의사회 컨퍼런스에서는 정부와 학계, 보험업계가 보는 공제제도 도입방향을 소개할 계획”이라며 일선 원장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컨퍼런스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한국소임상수의사회(회장 김영찬 031-941-3030, 총무이사 권순균 031-358-6151, 재무이사 정재관 041-667-5955)에 문의할 수 있다.